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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의 짧은 소설] 브라운 펜션

<월간 채널예스>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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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끝나는 거 없어. 사라지는 것도 없고. 나도 안 사라져.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 어디에도 갈 수 없더라고. 형이 날 생각하면 나는 형 옆에 계속 있게 되는 거야. (2022.03.02)


펜션은 나쁘지 않았다. 절벽 위 우뚝 선 모습이 근사했고 그 밑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아아!’ 소리가 절로 났다. 서해니까 온통 갯벌이겠지, 막연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물이 가득했고 햇살을 반사하는 빛은 사방에서 반짝였으며 파도는 크고 굵직하게 말려 하얗게 물거품이 일었다. 주인에게 도착 문자를 보내고 주변을 둘러봤다. 죽은 풀과 마른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고요한 마당. 비수기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본채는 물론이고 안내 표지판과 화분대, 정원의 부엉이 조각상까지 모두 나무였다. 주인은 손이 야무지고 깔끔한 사람인 듯했다. 방치된 물건이나 널브러진 잡동사니가 없었고 물건은 크기별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모아 단단하게 묶은 매듭도 단정했다. 그러나 낙후된 분위기는 노력으로 감춰지지 않았다. 커다란 통나무들로 만든 외관은 해풍에 변색됐고 결이 갈라졌다. 아무리 닦고 또 닦아도 씻기지 않는 얼룩과 어두운 그림자. 찬란한 햇빛조차 걷어내지 못한 희미한 그늘이 펜션을 하루하루 낡고 늙게 만들고 있었다.

주인이 걸어왔다. 세상에, 나무가 걸어오는 줄 알았다. 190? 200? 커도 너무 컸다. 마르고 길고 느리고 늙은 남자. 하얀 머리카락이 갈대처럼 바람에 휘날렸다. 주인은 상체를 구부려 몸을 낮게 만들며 물었다. 같이 온 사람은 있는지, 반신욕을 하실 건지, 조식을 드실 건지. 나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했다. 하지만 내심 아쉬웠다. 펜션에 달린 몇 안 되는 긍정적인 후기. ‘조식이 맛있어요.’ 직접 만든 빵과 사과로 만든 잼, 쫀득한 서니 사이드 업, 진하게 내린 커피로만 구성된 단출한 식단인데 놀랍도록 맛있다고 한다. 특히 빵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 빵이 빵이지. 그 빵이 뭐길래 이러나 싶은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나는 내게 조용히 꾸짖었다. ‘미련 갖지 말자.’

주인은 열쇠를 건네기 전 물끄러미 나를 내려봤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기분이 묘했다. 캐릭터 파악이 전혀 안 되는 얼굴이었다. 어떻게 보면 무섭고 어떻게 보면 순해 보였다. 눈동자 색깔도 이상했다. 그런 색은 본 적이 없었다. 흰색에 가까운 회색이랄까. 투명에 가까운 불투명이랄까. 그는 물었다.


“여기, 후기는 읽어보셨는지요.”

“네. 알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는 알겠다는 듯, 어쩔 수 없다는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유령이 나옵니다. 

죽은 사람을 봤습니다.

소름 끼치는 곳이었어. 바다에서 사람이 걸어 나왔음.

진짜 유령이에요. 나만 본 게 아니고 가족 모두가 봤어요.

힐링 여행이 지옥 여행이 됐다.


그냥 쓴 글은 아니다. 펜션이 망했으면 하는 뒤틀린 마음으로 썼거나 경쟁업체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의견들은 모두 일관성이 있고 서로 겹치는 내용도 있었다. 가장 많은 건 죽은 자를 봤다는 것. 작년에 죽은 엄마를 만났다. 사고로 죽은 친구가 해변에서 걸어왔다. 죽은 애인이 노크를 했다. 이미 나는 인생에 점을 찍었다. 어차피 유령이 될 거 죽은 자를 일찍 만난다고 문제될 거 없지. 노크를 한다고? 열어주면 그만이다. 

헛웃음이 났다. 나무를 선호하는 주인의 마음이 방에서도 느껴졌다. 가구와 물건이 다 나무였다. 탁자와 선반, 의자와 창틀까지 나무였다. 흰 개가 찍힌 흑백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액자가 나무였고 화장대도 나무였다. 티브이는 없고 시디를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 다였다. 벽에 매달린 스피커는 터무니없이 컸다. 창문을 열고 침대에 앉아 잔잔한 바다를 봤다. 가방에서 위스키와 감자칩을 꺼내 탁자에 올렸다. 2월의 마지막. 맑고 밝아 눈부신 오후.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25분. 일몰까지 3시간 남았다. 

좋은 풍경 속에서 일몰을 보며 가고 싶었다. 어둠으로 물든 하늘과 바다가 뒤섞이는 그 순간, 굿바이하기로 결심했다. 아침이 밝을 때까지 시체가 되어, 혹은 영혼이 되어, 시체가 된 나와 나란히 앉아 밤바다를 봐야지. 경계가 사라져 사방이 어둡게 출렁이는 밤 벽에 갇혀 파도 소리, 새소리 들으면서 낭만적으로 끝내야지. 그렇게 찾고 찾은 곳이 여기다. 해가 지는 풍경은 끝내주지만 평점과 후기가 좋지 않아 찾는 사람이 없는, 절벽 위 저주받은 집 한 채. 브라운 펜션. 

해가 지는 군청색 해변. 수평선 너머로 태양이 사라지며 서서히 물드는 저녁. 수상한 자가 겨울 바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 시간이 묘한 시간이라는 걸 안다. 어떤 이는 ‘매직아워’라 부르고 어떤 이는 저것이 내 개인지 내 개를 물어 죽일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여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부른다. 그러나 아무리 어둠이 사람을 묘하게 만들어도 저걸 그림자나 환영으로 헷갈릴 사람은 없을 거다. 몇 잔 마셨다고 헛것이 보이는 걸까?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해변을 봤다.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막상 죽으려니 감각에 혼란이 생겼나. 섬망이나 망상. 뭐, 그런 걸까? 물 밖으로 나온 그는 잠시 우두커니 해변에 서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어쩌다 이쪽을 우연히 본 게 아니었다. 정확하게 나를 인지하고 내 눈을 쳐다본 것이다. 나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섬뜩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끝이 떨렸다. 주먹을 움켜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곧 죽을 건데 뭐가 무서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불안감을 누르려 애를 썼지만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천천히 창에 다가섰다. 개든 늑대든 유령이든 사람이든 저것이 나를 알아봤다면 내 쪽에서도 알아야 한다. 그때였다. 

똑똑. 똑똑똑. 똑. 

얼어붙듯 멈춰서서 문을 봤다. 뚫릴 정도로 노려봤다. 주인일까. 이 시간에 누가 방문을 두드린다면 그건 당연히 주인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닐 거다. 해변의 그 사람이다. 사람이라고? 오 초 남짓한 짧은 시간에 해변에서 여기까지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석양으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 긴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을 거다. 그게 뭐든, 누구든, 어쨌든, 문 너머에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무조건 용서해주기로 약속했던 우리만의 암호 코드. ‘둘, 셋, 하나 노크’를 아는 자가.

그는 뉴욕 양키스 워드 마크가 프린트된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한쪽으로 살짝 기운 어정쩡한 포즈로 서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인사도 없이 안으로 쑥 들어왔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힘써 누르며 말했다. 


“뭐야? 왜 왔어?”

그는 손으로 엉킨 머리를 툭툭 털며 추운 듯 ‘으으’ 소리를 내며 답했다.

“형은?”

“내가 뭐.”

“여기 왜 있는데? 형이 왔잖아.”

그는 화장대 의자에 앉아 신기한 듯 거울을 봤다.

“유령 나온다고 알려졌다는데 몰랐어? 알고 온 거잖아. 나 보려고 온 거야?”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온 것은 아니야.’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볼 거라고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고, 혹 뭘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게 너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야.’ 이렇게 말하면 저 새끼는 분명 ‘몰라, 몰라. 복잡하게 말하지 마.’라고 건성으로 답할 게 뻔했다. 세상 귀찮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겠지. 동생일까? 진짜 유령인가? 반투명한 그의 상체 너머로 희미하게 술병이 비춰 보였다. 두렵지 않다. 동생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존재하면 안 되니까. 괜찮아. 나는 이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 저게 유령이든, 내가 미쳐서 헛것이 보이는 거든 내가 내게 속지만 않는다면 겁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는 감자칩 몇 개를 들어 입에 넣었다. 실제로 감자칩이 사라졌다. 뭐야, 유령이라면서. 


“그거. 진짜로. 먹은 거야?” 

“몰라. 원래는 안 되는데. 여기서는 먹을 수 있어. 만질 수도 있고. 만져볼래?”

그는 오른손을 쑥 내밀었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 왜 그러냐? 서운하게.”


그는 손에 묻은 감자칩을 탁탁 털어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고 우리는 말없이 창밖만 봤다. 해는 졌고 까만 하늘에 어느새 밝은 별. 몇 개 떠올랐다.

오랜만에 둘이 한잔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화랄 건 없다. 한 잔 비우고 한 잔 따라주는 게 다다. 말없이 밤새도록 마실 수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들어주지 않아도 하나도 미안하지 않고 신경 쓰이지 않는 사람. 억지 노력 없이 한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음악은 멈췄고 술도 감자칩도 떨어졌다. 그는 말했다.


“여기 이상하지. 죽은 자들도 산 자들도 다 알아.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야. 죽었으면서 살아 있는 척. 유령이면서 사람인 척. 모르고 오는 사람은 놀라서 도망가지만 아는 사람들은 계속 오거든. 사장도 그런 사람일걸? 어쩌다가 여기서 죽은 사람 만났겠지. 그런데 계속 만나고 싶으니까 아예 펜션까지 만들고 눌러살게 된 거야. 불쌍한 사람이야. 불쌍한……. 그나저나 형.”


그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잘 지냈어.”


말끝을 올리지 않아 질문이 아닌 자기가 잘 지냈다는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게 솟구쳤다. 그게 분노인지 슬픔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삐딱하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닥을 보며 오른쪽 엄지 중지를 드럼 스틱 삼아 왼쪽 손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할 말 없거나 딴청을 피울 때마다 하는 버릇. 꼴 보기 싫은 저 모습. 동생을 만나면 어떤 마음일까 상상해본 적 있다. 영혼. 내세. 그런 게 정말 있다면 언젠가 만나겠지. 조금은 애틋하거나 감동적이려나. 아니었다. 똑같다. 뒤통수를 한 대 갈기고 싶을 정도로. 나는 마음을 다스리려 잔에 고인 몇 방울의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꺼져라. 이 새끼야.”

“…….”

“갑자기 나타나서 한다는 소리가, 뭐? 개소리하지 마. 무책임한 새끼.”

“사정이 있었어. 그게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 나지만. 아무튼 형 맘 쓰며 살았던 거 알아. 미안해.”

그딴 말 하나도 듣고 싶지 않다. 할 수 있는 모든 욕을 하고 또 했다. 저주를 퍼붓고 악담을 늘어놓고 속에 있는 나쁜 것들을 탈탈 꺼내 입 밖으로 꺼냈다. 가능하다면 내장까지 꺼내 저 뻔뻔한 얼굴에 집어 던지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못 했다. 투명하게 동생을 닮은 희미한 그의 말이 내 속에 들어와 여기저기 만지고 쑤셔대고 있었다. 


“형 잘못 아니야.”

“뭐?” 

들고 있던 잔을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고 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무책임하게 멋대로 뒈져버린 건 너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

“맞아. 맞다고. 형 잘못한 거 없어. 제발. 그렇게 생각해. 나. 형 생각 다 알아. 다 전해져. 그래서 알게 돼.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된다고. 짜증 나 미치겠어. 그러니까 내 생각 좀 그만해.”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을 보며, 손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죽어도 끝나는 거 없어. 사라지는 것도 없고. 나도 안 사라져.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 어디에도 갈 수 없더라고. 형이 날 생각하면 나는 형 옆에 계속 있게 되는 거야. 몸 없이 사는 거. 영혼이 되는 거. 자유로운 거 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형. 내 생각 좀 그만해. 아니, 하더라도 다른 생각 좀 해. 좋았던 것들도 있잖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방을 맴돌았다. 갑자기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리며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이따금 들리는 개 짖는 소리. 그는 오디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다시 흐르는 음악이 어둠도 함께 흐르게 했다. 그 속에 그가 서 있었다. 반쯤 투명한 동생의 모습을 하고서.


“그리고…… 그러지 마. 하지 마. 내가 그걸 보고만 있게 만들지 마.”


나는 너를 끝내 이해하지 못하겠지. 이해할 수 없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겠지. 생각을 멈추고 싶지만 생각은 그럴 생각이 없을 테니 나는 평생 질질 끌려다니게 될 거야. 동생아, 그게 너무 번거롭구나. 이 생각을 나에게서 떼어놓을 수만 있다면, 이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생각이 팔과 다리 같은 거였다면 미련 없이 뚝뚝 잘라냈을 거야. 피가 철철 흐르고 아파서 돌아버릴 것 같아도 그렇게 했을 거야. 하지만 그럴 수 없잖아. 생각은 나와 붙어 있으니까. 이걸 버리려면 나도 함께 버려야 하는 거지. 혹시 너도 나처럼 버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까. 그래서 함께 버릴 수밖에 없었던 걸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아침이 되면 너는 사라져? 밤이 되면 다시 나를 찾아와? 물어보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을 테니까. 대답을 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겠지. 말하고 싶지 않거나. 말을 해줘도 내가 알아듣지 못하거나.

시간은 흘렀다. 바닥을 드러내는 밤. 별은 기울고 까맣던 하늘이 푸르게 변했다. 이게 무슨 냄새지?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새벽바람 속에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빵.”

“아, 조식.”

침대에 종이처럼 누워 있던 그가 주섬주섬 일어섰다. 

“먹으러 가자.” 

“조식 안 먹겠다고 했는데.”

“준비해뒀을 거야. 펜션엔 형 같은 변덕쟁이들이 많이 오거든.”


식당과 사무실이 있는 단층 건물은 푸른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작은 창문으로 노란 불빛이 일렁거렸다. 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던 이들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봤다. 커피를 내리던 주인은 포트를 식탁에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인을 꼭 닮은 키가 큰 소년이 커피가 모인 비커를 기울여 두 개의 컵에 각각 커피를 따랐다. 소년을 꼭 닮은 여자가 둥근 잼 뚜껑을 열고 크게 한 스푼 떠서 작은 그릇에 올렸다. 달고 향긋한 사과 향이 코끝에 전해졌다. 우리는 몹시 배가 고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중 하나가 먼저 자리에 앉았고 다른 하나가 맞은편에 앉았다. 주인은 방금 만든 먹음직스러운 서니 사이드 업을 접시에 놓고 오븐에서 꺼낸 빵 두 덩어리를 바구니에 담아 우리 앞에 내려놓았다. 막 태어난 빵의 예쁜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소년은 장작 하나를 벽난로에 집어넣고 창가에 서서 밝아오는 바다를 바라봤다. 소년의 몸을 통과한 흰 빛이 식탁을 환하게 만들었다. 나무를 먹은 불꽃이 몸을 키우며 힘차게 흔들리며 사방으로 온기가 퍼지는 새벽. ‘빵은 맛있고 커피는 끝내줍니다.’라고 후기에 남겨야 할 것 같다.




*정용준

소설가. 소설집 『선릉 산책』, 『가나』, 장편 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프롬 토니오』, 『바벨』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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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용준(소설가)

소설집 『선릉 산책』, 『가나』,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프롬 토니오』, 『바벨』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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