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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환대와 여행의 설렘이 그리운 이들에게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우은빈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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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지친 지금, 여행이나 비행이 그리운 분들에게도 기내에서의 좌충우돌 스토리로 유쾌함을 안겨드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2022.01.17)

우은빈 저자

“이 책에는 화려하고 우아한 승무원은 없습니다. 승객에게 머리채까지 잡힐 뻔했던 승무원의 직업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이죠. 그 속에는 공항도 있고, 비행기 속 공간도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도 있고, 무엇보다 저를 울고 웃게 해주었던 여행자도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승무원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가 출간됐다.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승무원과 정말 이런 대화를 나눈다고?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비행기를 수없이 타봤지만 나에게는 이런 일 없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를 좋아하고, 승객과의 대화가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 비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승무원은 승객에게 말을 걸고 또 건다. 귀중한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비행에서 개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비행 일지에 적어 기억한다. 어떤 말은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겨지고, 어떤 승객은 그가 한 말로 오래오래 기억되어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돼주었다. 그렇게 그는 스토리가 많은 승무원이 되었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비행 목표가 ‘최소 한 명의 승객과 스몰토크 하기’인 승무원. 기회가 될 때마다 승객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길 즐긴다.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승객도 있지만,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기 위해 달뜬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승객도 있다. 비행이 끝나고 집 혹은 호텔에 돌아와 그들과 나눈 이야기, 비행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승객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비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비행일지에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우은빈 작가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오랜 준비 끝에 첫 책을 출간하신 소감부터 듣고 싶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꼬리뼈부터 찌릿한 감각이 올라오는 기분입니다. 저는 직업 에세이를 즐겨 읽었어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 현장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좋더라고요. 줄곧 승무원으로만 살고 있는데, 직업 에세이를 읽으면 잠시라도 그 직업인으로 살아보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제 직업 에세이 중의 한 권으로 제 책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뿌듯해요. 누군가 이 책을 읽으며 승무원으로도 살아볼 수 있는 거니까요. 

‘사실, 내가 다시 일어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직업은 승무원이다.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난 승무원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위라클님이 써주신 추천사의 이 말이 좋았던 이유도 그래서였던 것 같아요. 독자들도 제 책을 읽으며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나오는데요. ‘정말 이런 일이 비행기에서 일어났을까? 승객들과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는 승무원은 못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작가님은 이런 특별한 사람과 상황을 유독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걸까요?

비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단톡방 친구들에게 그날 비행에서 만난 승객 이야기를 신나게 하면 다들 이렇게 말했어요. “뭔 그런 얘기까지 다 하냐. 승객이 부담스러웠겠다.” 부담을 넘어 승객과 말을 많이 하는 제가 시끄러웠다고 컴플레인까지 한 손님들도 계셨는데요... 그런데도 제가 계속 다가갔던 이유는 그런 관계에서 생성되는 소소한 행복을 나누던 분이 더 많았기 때문이에요.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누면 그 승객과 제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거든요. 그럼 더 친밀하게 느껴지고, 기내 자체에도 활기가 돌아요. 

한번은 수학여행 가는 고등학생 단체 손님을 태웠는데 모든 학생과 친해져서 좌석 사이를 지나갈 때 하이파이브를 연속으로 하면서 걸어간 적도 있어요. 말은 안 통하지만 저와 온갖 바디제스처로 대화를 나눈 중국 여성 승객은 제가 지나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었고요. 그렇게 기내를 걸어 다닐 때마다 웃음이 터지면 제가 너무 즐겁죠. 그리고 그 기운이 승객에게도 전달되니까 승객들도 한번 더 웃게 되고요. 한 번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 번 보고 말 사이니까 오히려 더 아쉽고, 그러니까 궁금하고, 그렇다면 이야기를 더 나눠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몇 년 동안 매번 비행할 때마다 썼던 비행일지를 토대로 책을 집필하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비행일지를 책을 위한 원고로 새롭게 집필할 때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나요? 

저는 그동안 비행 전후로 체류하는 호텔이나 집에서 글을 혼자 써왔거든요. 하나의 비행을 마치고 나면 마구잡이로 일단 기록부터 하고 봤던 거죠. 그리고 “다 썼다! 끝이다!” 후련해하며 뒤돌아섰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편집의 역할을 잘 몰랐던 거죠. 그런데 책을 쓰며 담당 편집자님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을 덧붙이거나 단락과 글의 순서, 목차의 재배치, 소제목 등을 매끄럽게 다져주시는 것을 보고 독자들이 읽기 더 편안한 방식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어요. 편집자님과 책을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편집자님이 마감 임박해서 자주 전화를 드릴 텐데, 그때는 본인의 전화를 피할 수도 있다고 농담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편집자님의 연락 자체가 좋아서 혹시라도 오해를 하실까 봐 화장실에서도 열심히 전화를 받았어요. 그런데 하루는 편집자님이 화장실인 걸 눈치채고, 편안하게 볼일 다 본 다음에 연락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둘 다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쿡쿡 웃었던 기억이 있네요.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는 일반적인 승무원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그 결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다르게 집필하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10년 전 승무원을 준비하던 시절의 저는 승무원 학과도 아니고, 돈이 없어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지도 못했어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읽거나 인터넷에서 합격수기를 모으는 일이었어요. 승무원이 되기 위한 방법이나 본인만의 합격 비법을 다룬 이야기는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진짜 기내에서 벌어지는 뒷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기내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업이라고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는 문장 말고, 안전과 서비스를 대체 어떻게 책임지는지 구체적인 모습과 상황이 궁금했어요. 그때 했던 생각이 ‘아, 항공업계에 아는 승무원이 한 명만 있었더라도…’였어요. 그러면 진짜 비행 이야기를 물어볼 수가 있잖아요.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온전히 ‘이야기’로만 구성했어요. 승무원이 되기 위한 비법이나 승무원의 업무 설명 같은 내용은 다루지 않았어요. 승무원이 되고 싶은 분들은 제가 겪은 이야기들로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결국 마음에 진하게 남는 건 하나의 ‘이야기’이니까요. 

더불어 승무원이란 직업에 아예 관심이 없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모두가 지친 지금, 여행이나 비행이 그리운 분들에게도 기내에서의 좌충우돌 스토리로 유쾌함을 안겨드릴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다정한 시선을 공유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기내에서 얼마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는지 꼭 널리 전하고 싶었습니다.

정해진 일만 매뉴얼대로 해도 힘든 비행에서, 책에 나오는 그런 마음으로 매번 승객과 대화를 하며 일한다면 업무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더 커질 것 같은데요. 다 포기하고 정해진 일만 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있다면 언제였을까요? 

지면으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악담을 듣게 될 때였죠. 비행기 정비로 이륙이 지연될 때, 특별 기내식을 미리 신청하지 않은 승객이 왜 준비되지 않았다며 제게 화를 낼 때, 쓰레기나 치우라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바나나 껍질을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가리킬 때. 갇혀 있는 공간인 기내에서 몇몇 분은 더없이 난폭해졌어요. 적대감으로 똘똘 뭉친 승객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바로 뒤를 돌면 또 다른 승객들은 저를 위로해주고 있더라고요. 한참 고개를 조아리고 들었는데, 뒤쪽에서 입모양만으로 뻥긋뻥긋 ‘힘.내.세.요’라고 말해준 분도 있었고요. 제 잘못도 아닌데 고개 좀 들라고 말했던 승객도 있었죠. 갤리까지 찾아와 ‘대체 왜 저러는지 몰라요.’라고 말하며 사탕을 건넨 손님도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무너져내린 마음이 다시 일어나려고 요동을 치더라고요.



‘누군가를 환대하는 직업’이 작가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보다 생전 처음 보는 타인을 더 생각하고 위하게 되는 일인 것 같아요. 길거리나 카페에서 마주치면 관심도 없을, 말 한마디 나눠보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기내에 탑승하는 순간 저의 비행에 탄 승객이 되잖아요. 저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모든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승무원이 되고요. 그럼 묘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더 애정이 가요.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면 제게 의지하셔야 해요.”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약 하나도 제가, 물 한 잔조차도 제가 챙겨드리다 보면 앉아만 있어야 하는 손님들에게 더 신경을 써드리고 싶어졌어요. 사실 제가 살면서 타인을 위해 움직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타인의 안위를 챙기고 도와드려야 하는 업무를 일로 삼았으니,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승객에게, 주변인에게 그리고 이번에는 독자에게 힘이 되는 응원과 마음을 늘 보내주고 싶어하시는 걸로 알아요. 반대로 작가님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책이 출간된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이들에게 응원과 마음을 먼저 보내서일까, 아니면 먼저 받았기에 되돌려드리고 싶어서였을까.’ 

기내에서 만난 승객들은 감사 인사를 잊지 않으셨고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에 비행이라도 하면 안쓰러운 눈빛으로 떡이나 간식거리를 마구 주셨어요. 그럼 열 몇 시간 쌓인 피로가 한 방에 날아가버리죠. 독자들에게 받는 메시지는 읽을 때마다 울컥해요. 서울에 올라와 혼자 작은 원룸에서 자취하는데 밤마다 누워서 저의 글을 읽는 게 하루의 낙이었다는 메시지라도 받으면,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들의 행복을 더 크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올라와 자기 전에 뭐라도 쓰고 그리게 되었죠. 그간 제가 받은 응원의 마음이 더 커서, 앞으로는 그 마음을 많은 분께 배로 돌려드리며 살아야 할 것 같네요. 




*우은빈

일본항공사와 국내항공사에서 10년 가까이 비행했다. 승객들에게 말 걸기를 특히 좋아했다. 승객과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기억에 남는 얼굴이 없고, 기억에 남는 얼굴이 없으면 추억할 비행이 없기 때문이었다.
일희일비하는 승무원으로 일하며, 오랜 시간 하늘 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고 그렸다. 죽고 사는 일 아니고서야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승객들의 고맙다는 인사에 죽고 못 살았다. 이제는 코로나 때문에 직장도 잃어 진짜 죽을 지경이 되었지만, 하늘이 아니라 땅에서 먹고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현재는 여러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직업 및 글쓰기 강연을 하며 만나는 다양한 이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 인스타그램 : @flyingwoopig
▶ 브런치 : brunch.co.kr/@flyingwoopig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우은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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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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