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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판사 “법정에 선 이들에게 서사를 부여한 이유”

『법정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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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은 채 기록을 봤고, 흐느끼면서 판결을 썼고, 울먹이며 선고했어요." (2021.11.29)

박주영 판사 

세 명의 청년이 한 여관방에서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태어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듯, 죽음도 함부로 선택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이들은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재판장에 섰다. 사건을 담당한 판사는 사건 기록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수차례 자살을 시도한 이유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고, 사기를 당하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울고 있는 청년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청년들이 부디 다시 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판결문을 쓰고, 책 두 권과 현금을 건넸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울산지방법원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 박주영 판사가 『법정의 얼굴들』을 펴냈다. 책에는 그가 지난 몇 년간 진행한 형사재판, 그중에서도 우리가 기억해야 마땅한 얼굴들이 담겼다. 끔찍한 사건은 매일 일어나고 우리는 사건을 단 몇 줄의 기사로만 접한다. 판단자인 동시에 관찰하고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기록하지 않으면 내가 본 세상의 일부가 사라진다”는 마음으로 쓴 글. 박주영 판사는 언제나 법정 너머를 본다. 거기에는 유죄와 무죄라는 단어로 그칠 수 없는 누군가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공감과 연대는 서사 이후에 온다 

『어떤 양형 이유』에 이은 두 번째 책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며 책을 쓰셨나요? 

현직 판사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재판 이야기로 책을 연이어 출간한다는 게 솔직히 부담스럽고 걱정되기도 해요. 그럼에도 독자들이 『어떤 양형 이유』에 보내준 지지를 보면서, 평범한 판사 중 한 명에 불과한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임이 어쩌면 기록을 통해 법원과 국민 사이의 창구 역할을 하는 데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법정의 얼굴들』은 아주 작은 단신 하나로 다뤄지며, 눈 깜짝할 사이 소비되고 쓸려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참혹하고 안타까운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에요. 지금처럼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서사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잡아 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법정에 선 사람들의 서사에 주목하고 글을 썼어요. 공감과 연대는 서사 이후에 찾아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사가 없으면 공감과 연대가 싹틀 수 없고, 서사가 빈약하면 제대로 자랄 수 없어요. 서사는 공감과 연대의 토양이죠.

첫 책이 ‘양형 이유’를 중요하게 다루었다면, 『법정의 얼굴들』은 법정에 선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얼굴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법정에서 피고인을 마주하며 느끼신 인상적인 감정이 있을 것 같아요. 

법정에서 범죄자를 마주하면 대부분 첫인상이 너무 보잘 것 없게 느껴져요.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국가권력 앞에 선 사람은 무력하고 왜소하죠. 그래서 더 섬뜩합니다. 저렇게 선하고 유악한 얼굴을 하고 어떻게 이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싶거든요. 그 감춰진 이면이 두려운 동시에 악의 교묘함, 위선, 강력함에 매번 놀라죠. 

저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보면서 ‘악은 왜 항상 선보다 강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리고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를 보며 깨달았죠. 시오랑이 단테의 3부작(지옥, 연옥, 천국)을 언급하며 지옥에 대해 “보고서만큼이나 정확하다”고 표현하거든요. 악은 욕망이 아주 강해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든 현실로 옮깁니다. 반면 선은 추상적이고 모호하죠. 그래서 유약합니다. 결국 선 역시 아무리 미미해도 구체적으로 발현되어야 힘을 얻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피고인을 볼 때마다 그들의 보잘 것 없음과 악성에 놀라면서도 그들 내면에 숨겨진 추상적이고 모호한 선의 흔적을 발견하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판사님이 쓰신 ‘울산 자살 방조 미수사건’의 판결문은 대중에게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다른 글과 달리 이 사건에 대한 글에서만 판사님 본인을 3인칭으로 지칭하신 이유가 궁금했어요. 

이 재판은 그야말로 작정하고 쇼를 한 사건이었어요. 김영배(가명) 피고인의 자살 의지가 너무 강해서 어떻게든 사회의 배려와 환대, 따뜻한 격려가 우리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했어요. 그 기억이 아주 작은 삶의 불씨라도 되어주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이었죠. 그래서 선고를 앞두고 양형의 이유와 당부의 말을 최대한 감동적으로 쓰고, 힘이 되는 두 책(장강명 『팔과 다리의 가격』, 오히라 미쓰요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을 주었습니다. 이 판결이 2019년 12월 초순에 있었는데, 마침 연말이라 미담 기사로 너무 많이 알려졌어요. 담당 판사가 너무 미화되어있기 때문에 제 이야기를 스스로 가감없이 하기가 민망해서 3인칭으로 썼죠. 또 이미 판결문이 전면 공개되고 기사, 책 등 여러 매체에서 인용된 데다가 책에 쓰려는 이야기도 판결문에 거의 들어있는 내용이라 1인칭으로 쓸 경우 새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서술에 있어 객관성과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라는 판결문의 마지막 문장은 읽고 또 읽어도 감동적이더라고요. 

여담이지만 그 문장은 사실 예전에 제 생각에만 빠져 아내의 말을 계속 흘려듣고 상처줬던 걸 반성하며 메모해둔 문구였어요. 그 문구가 판결에 쓰이고, 이렇게 널리 알려질 줄은 저도 미처 몰랐네요. 오랜 세월 혼잣말한 아내에게 새삼 미안하고 고맙습니다(웃음).


현실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이번 책에서 가장 쓰기 힘들었던 글은 무엇인가요? 

딱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운데요. 사건 자체가 힘들었던 건 아동학대 사망사건, 정신질환자 존속살해사건, 성범죄 사건이었어요. 건강에 갑자기 이상이 생긴 후 삶과 세상을 보는 시선이 확 달라진 상태에서 쓴 꼭지 ‘어떤 부고’도 글을 쓰며 감정이 격해졌죠.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아동학대 사망사건입니다. 책에도 썼듯이 아이들이 사망한 사건은 정말 재판을 맡기가 싫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어요. 눈물을 머금은 채 기록을 봤고, 흐느끼면서 판결을 썼고, 울먹이며 선고했어요. 재판이 끝나고 선고 당시 녹음을 다시 들어봤는데, 양형의 이유를 읽다가 끅끅대고 10여 초 정도 말이 끊어지더군요. 아이들과 여성에 대한 범죄만큼은 하루빨리, 획기적으로 줄어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극악한 범죄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할 텐데요. 판사님의 글에서는 늘 ‘선’과 ‘희망’에 대한 굳은 믿음이 엿보입니다. 

저는 영화나 소설에서 해피엔딩보다 새드엔딩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해피엔딩은 뭔가 간지럽고 진부하고 싱겁다고 할까요(웃음). 그런데 실제 이야기라면 완전히 달라지죠. 현실의 새드엔딩은 끔찍해요. 무조건 해피엔딩이어야 하지만, 재판에서 해피엔딩이란 없어요. 참혹한 범죄가 이미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고를 통한 단죄는 그저 이야기의 끝일 뿐이에요. 사형을 선고해도 해피엔딩이 될 수 없죠. 죽은 사람이 살아올 수는 없으니까요. ‘어떤 부고’ 꼭지에 인용했듯이, 살인자의 어머니를 부럽다고 말하는 단 한 사람이 있어요. 살해당한 딸의 어머니입니다. 

결국 악은 어떻게 해도 이기고, 우리는 악이 남긴 상처로 서서히 모두 파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을 피살자 어머니의 얼굴 위에 피고인의 얼굴로 오버랩하고 끝내는 것은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현실에서는 아무리 식상하고 진부하더라도, 반드시 선고 다음을 바라보고 절망 위에 희망을 겹쳐보려 했어요. ‘피살자의 어머니’와 ‘강간당한 여성’과 ‘학대로 사망한 아이’의 얼굴에 같이 울어주는 누군가의 얼굴을 겹치고, 위로하는 손길을 포개서 종국에는 활짝 웃는 어머니와 서현이, 정인이를 상상하는 거죠. 이 마음이 아니면 견디기 어려워요.

배석판사들에게 “영혼에 상처받지 않도록 마음 단단히 먹읍시다(115쪽)”라고 당부한다는 말씀이 떠오르네요. 직업적 고통으로 힘들 때, 마음을 어떻게 다잡으세요?

뾰족한 방법은 없어요. 그저 판사의 숙명이려니, 팔자려니 하죠. 최대한 덜 고통스러우려면 틀리지 않은 판단을 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그럼에도 인간이 하는 일이니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선고한 사건은 가능한 한 잊으려고 애씁니다. 그나마 1,2심 판사는 좀 견딜만한 편이에요. 혹시 내가 틀려도, 존경하고 신뢰하는 동료법관들이 바로잡아줄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그런 면에서 저는 최종심 판사는 정말 못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동료들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동료 판사들과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큰 위안을 얻죠. 판사들은 직업적 고통을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거든요. 재판 결론은 선고 전, 절대로 외부 유출이 금지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이 비밀의 영역에 있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흔들릴 때마다 뒤를 돌아봅니다. 판사는 마지막에 서 있는 사람이니까요.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걸 새삼 인지하면, 마음과 다리에 더 힘이 들어갑니다.

한 마약 피고인이 판사님께 보낸 편지도 감동적이었어요. “재판장님의 그 말이 저를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했기 때문(198쪽)”이라는 편지의 한 구절에서는 판사님이 양형 이유를 공들여 쓰시는 이유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편지를 받으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판사가 각별한 심정으로 재판과 판결에 노력을 기울여도 현장에서 이런 피드백을 받는 건 무척 드뭅니다. 기대하지도 않고요. 그저 무소식이 최고의 희소식이죠. 저는 작고 하찮은 것, 딱 한 개의 선한 케이스로 세상이 바뀌고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 그 편지를 받았을 때 ‘무너져가는 우주의 한 귀퉁이를 바로 세운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이분이 『어떤 양형 이유』를 읽으면서 매일 단약의 의지를 다진다고 하셔서 책을 쓴 보람이 컸죠. 이분께 즉각 답신하고 싶었지만 판사가 피고인과 개인적인 서신을 나누는 게 부적절할 수 있고, 책으로 답신하는 게 더 큰 선물일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책에 실었어요. ‘단약한 의지’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쓴 꼭지예요.

판사님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인가요? 

현실에서 ‘법’이라는 모습으로 구현된 정의는 따지고 보면 철학자 ‘파스칼’의 말처럼 그저 ‘강한 힘’에 불과하죠. 다수의 힘이 법으로 관찰된 거니까요. 법철학이나 정치철학에서 정의의 본질과 실체를 규명하려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딱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다만 현장에서 제가 깨달은 정의는 ‘절대 쉽게 정의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반드시 열망해야 하는 것, 바르게 살려는 인간의 욕망이자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은 국민이 좋은 판사를 만든다

변호사로 7년간 일을 하시다가 경력법관제도로 판사가 되셨어요. 법관의 입장이 되어보니 어떤가요? 

변호사로 있으면서 법원 욕을 참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판단을 내리는 과정, 판단의 이유를 잘 설명해주지 않아 무척 궁금했고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건성건성 처리하는 것 같아 대단히 분개했죠. 개구리가 올챙이 때 모른다고, 지금은 그 이유가 대부분 이해됩니다. 핑계처럼 들리시겠지만 판사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해요.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길게 재판할 시간이 없죠. 저는 매체와 인터뷰할 때마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판사들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판사 수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을 쓰는 도중 건강에 문제가 생겨 휴직을 하셨다고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울산지방법원 형사합의부장 2년차였던 지난해 연말에 몸에 문제가 생겼어요. 이미 결심된 사건들이 있어서 올해 1월까지 선고를 마치고, 2월부터 8개월 정도 휴직했습니다. 다행히 그 기간동안 잘 회복되어 지난 10월에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복직했어요. 지금 복직한 지 한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라 법원 업무에 다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웃음). 거기다 출간까지 겹쳐서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죠.

프롤로그에 “2년 전 짧은 칼럼을 읽고 같이 눈물 흘려준 조은혜 편집자가 없었다면 아예 시작조차 되지 않았을 여정이다(9쪽)”라고 쓰셨어요. 편집자의 어떤 말이 판사님을 저자의 길로 이끌었을지 궁금해요. 

2018년 상반기 《법률신문》 ‘월요법창’ 란에 약 1,000자 분량의 짧은 칼럼 여섯 꼭지를 썼어요. 조은혜 편집자가 그 칼럼을 유심히 보고 연락을 취해왔죠. 평소 ‘늘그막에 자비 출판이라도 했으면’ 하고 생각할 정도로 책 내는 일을 동경해왔는데 출판사의 갑작스러운 제안이 많이 놀랐어요. 동시에 부담스럽고 두려웠습니다. 글쓰기의 지난함을 잘 아는 입장에서 단행본 원고를 새로 써야 하는 데다가, 책이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이 제 글을 어떻게 평가할까 너무 무서웠거든요. 욕망은 들끓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할 때, 조은혜 편집자가 레이먼드 카버의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중 ‘카버’가 ‘체호프’의 단편소설에 관해 쓴 문장을 메일로 보내주었어요. 아래의 구절입니다.

“만약 우리가, 작가와 독자 모두가 운이 좋다면, 우리는 단편소설의 마지막 한두 줄을 마치고 잠시 조용히 앉아 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방금 우리가 쓴 또는 읽을 글에 대해 생각하리라. 아마 우리의 심장 또는 지성은 글을 읽기 전에 비해 아주 살짝 그 위치가 달라졌으리라. 우리의 체온은 눈에 띄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리라. 이윽고 숨이 다시 차분해지면, 우리는, 작가와 독자는 마찬가지로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나리라. 그리고 체호프의 등장인물이 말했듯이 ‘따뜻한 피와 신경으로 창조되어’ 다음 일을 향해 전진하리라. 삶을 향해. 언제나 삶을 향해.” 

이 구절과 함께 “판사님의 글을 읽은 독자 역시 ‘조용히 앉아 누군가의 삶을, 어떤 삶의 무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메일을 써주었는데 그 말에 용기를 냈어요. 지금 다시 읽어보니 약간 속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 당시에는 카버와 체호프가 저와 비교할 수 없이 훌륭한 작가라는 걸 잘 몰랐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글에 애정을 갖고 몰입해서 읽어주는 분들이 평범한 문장을 빛내는 거죠. 그런데 이것을 뒤집어보면, 독자의 오류로 좋지 않은 작가도 함께 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판뿐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의 수준을 결정하는 건 결국 독자와 관객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애정을 갖되,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게 참 중요하죠.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듯 옥석을 가려내지 못하면 나쁜 작가에 묻혀 좋은 작가가 사라져버릴 테니까요.

이런 식의 비유는 ‘법’에도 있죠. ‘신은 나쁜 국민을 벌주려고 나쁜 판사를 내린다’는 어느 나라의 속담이 있는데요. 판사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도 곧 국민입니다. 요즘 판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졌지만, 우리 국민들이 뛰어나므로 좋은 판사가 쏟아져 나올 거라고 확신해요. 실망스러운 점이 많으시더라도 법원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지적과 함께 애정의 눈길도 거두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국민이 좋은 판사를 만듭니다.




*박주영

지방법원 부장판사.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경력법관제도로 판사가 됐다. 지금은 지역법관제도가 폐지되어 지역법관이 아니지만 자의로 부산고등법원 관내에서 근무하고 있다.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부산지방법원, 울산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등에서 주로 형사재판을 했지만 부산가정법원에서 소년재판을 한 적도 있다. 언론을 상대하고 행정기획업무를 하는 공보기획판사도 세 번이나 했다.

공보기획판사로 일하며 인터뷰와 대외행사를 많이 했지만 실제로는 낯을 많이 가리고 소심하다. 읽고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해 시간이 나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유일하게 부리는 사치는 오디오 기기다. 주머니 사정상 소박한 진공관 앰프에 LP로 음악, 특히 재즈를 자주 듣는다. 빌리 할리데이와 쳇 베이커를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 『어떤 양형 이유』가 있다.



법정의 얼굴들
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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