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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인생의 쓴맛을 보느라 애쓴 당신에게”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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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글을 통해서든 인생을 통해서든 쓴맛을 보잖아요. ‘쓴맛을 보느라 수고했다, 애썼다’고 이야기해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음에도 수고할 용기가 생기는 거죠. (2021.11.26)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 바로 치유 글쓰기의 과정이다.” 

30여 년간 심리상담가, 마음칼럼니스트, 치유하는 글쓰기의 안내자로 살아온 박미라 작가는 말한다. 그는 17년 동안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났다. 글을 쓰면서 나의 내면과 직면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성장했음을 느낀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곁에서 변화를 이끌었고 지켜봤다.

그 과정들이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에 담겼다.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 결과 다다르게 되는 ‘자기 이해’와 ‘자가 치유’에 대해 말한다. 작가는 심리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장을 덮을 때쯤 ‘치유하는 글쓰기가 이런 것이구나, 나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 필요한 한 권의 책이 있다면,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와 동시 출간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이다. 박미라 작가가 오랜 시간 연구하고 적용해온 치유적 글쓰기의 방식 153가지를 담았다. 구체적인 글쓰기 기법을 소개하는 동시에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을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내 경험과 거리두기가 필요할 때’ 등 다양한 순간에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무의식이 말하도록 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 이후 13년 만에 출간된 ‘글쓰기 치유서’입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어요? (웃음)

그냥 다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용적으로 더 보충해서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를 개정판으로 내게 됐고요. 이론적인 것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을 쓰게 된 거예요.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에서도 챕터마다 글쓰기 매뉴얼을 넣었었는데, 그러면서 제가 굉장히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글쓰기와 관련해서 경험도 많고,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분들한테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그래서 용기를 내서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을 썼어요. 글을 쓰면서 많이들 답답해하시는 문제들에 대해서 제가 강의에서 하듯이 말씀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썼는데, 한 권의 책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는 『치유하는 글쓰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 책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시대적인 것들과 함께 제 생각, 마음이 조금씩 변한 게 있고요. 글쓰기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이 바뀌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 그 분이 오셨었는지, (웃음) 뿌리부터 갈아엎을 만큼 변화하지는 않았어요. 더 많은 디테일들이 생겼고, 오히려 처음에 만든 틀이 옳았다는 걸 보충하는 경험들이 많이 쌓였어요. 그렇지만 이론적으로 조금 미진했던 것, 특히 ‘미친년 글쓰기’ ‘여성주의적 글쓰기’에 대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고요. 이후에 추가된 글쓰기 방법들도 실었어요.

‘미친년 글쓰기’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죠?

그렇죠. 어떤 남자 분들은 ‘그러면 나는 미친놈 글쓰기를 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시는데요. (웃음) 남자들의 경우는 억압된 여성성, 여성들의 경우에는 부정당했던 여성의 정체성에 관련한 문제니까요.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거죠.

‘미친년 글쓰기’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내재화된 규율이나 규범으로부터 자유롭게 쓰는 걸까요?

네. 이성적 합리적 글쓰기가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감정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말들 속에 진실이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훈련 받아서 쓰는 이성적 합리적인 글은 자아의식, 에고에 의한 글쓰기인 거죠. 에고를 더 강화시키기 위한 글쓰기이고. ‘미친년 글쓰기’는 에고 아래에 있는 무의식의 영역이 말하게 하는 거예요. ‘어떻게 말해도 좋으니까 입을 열어봐, 들어줄 거야’ 이런 태도를 갖게 하는 글쓰기라고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무의식이 말하도록 하는 글쓰기’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치유하는 글쓰기를 하면서 무의식을 발견하게 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일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분들이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찾아오세요?

일단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그리고 글을 쓰다가 뭔가를 경험하신 분들이에요. 글쓰기가 도움이 된다거나 힘이 된다거나, 또는 뭔가 가벼워졌다거나,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오세요. 글쓰기를 하면서 좋은 보상을 받은 분들이 그걸 더 많이 받기 위해서 오시는 거죠. 이 과정을 두려워하시는 분들은 무의식과 마주하면 무시무시한 것들이 나올 거라는 오해를 하세요. 그것도 일종의 각본이거나 환상일 수도 있어요. 마음의 행복을 위해서 좋은 첫 발을 내디디면, 우리 마음에서 굉장히 좋은 보상이 나와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그런 경험을 하시고 더 많은 선물 꾸러미를 받으려고 오시는 거죠.

글쓰기로 치유하는 작업이 꼭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 이것도 편견이네요. 

맞아요. 마음의 고통이나 문제를 갖고 계신 분들에게도 필요하고요. 자신의 의식을 성장시키고 싶어서, 어제보다 더 낫고 싶어서, 더 성숙한 모습이 되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꽤 많아요.

작가님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셨고, 계속 글 쓰는 삶을 사셨는데요. 글쓰기의 치유 효과를 처음 알게 되신 건 언제였나요? 

기자를 그만두고서 조혜정 교수님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를 읽으면서 ‘나다운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글 말고 나다운 글을 써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초보 엄마 파이팅!』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때 실험을 해봤어요. 친구한테 수다 떨 듯이 에세이를 써보자. 그렇게 하니까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살 것 같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경험을 했어요. 그리고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일할 때, 저는 다른 분들의 글을 받으면 굉장히 열심히 피드백을 해주는 기자였고 편집장이었어요.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마음대로 고치는 게 아니라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굉장히 좋아하시는 거예요. 다들 너무 좋아하시고 기꺼이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럼요! 누구라도 그럴 것 같아요. 

그때 생각한 게 ‘아무리 유명한 저자라도 글을 함부로 쓰지 않고, 자신이 쓴 글을 되게 소중하게 여기는구나’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제가 이해가 안 됐던 대목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면서 알게 된 게, 자신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에서 문장도 꼬인다는 거예요. 문장이 꼬이는 건 글쓰기 기법이나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반영되는 거구나, 그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내가 그 사람의 글을 존중해주면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을 갖는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처음에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 때, 사람들이 써오는 글에 정성껏 피드백을 해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쓴맛 보느라 수고한 나에게

처음에는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써보기를 권하시는데요. 손이 가는 대로 쓰는 일이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어떤가요? 

다들 너무 잘 쓰세요. 오시는 분들 중의 절반은 글을 좋아하고 왕년에 써봤던 분들이고, (웃음) 절반 정도는 글 쓰는 게 두렵다고 하시는데요. 저하고 같이 시작하면 대부분은 줄줄 쓰세요. 열 명 중에 아홉이나 열은, 나중에 ‘글이 이렇게 쉽게 써지는 건지 몰랐다’고 하세요. 제가 줄리아 카메론, 나탈리 골드버그 같은 사람들의 말을 많이 인용하는데, 그들이 글쓰기 치료의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창조성이나 작가와 관련된 클래스를 운영했던 사람들인데 ‘그냥 떠오르는 대로 쉬지 말고 쓰라’고 이야기해요.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력해서 쓰는 글은 에고가 쓰는 거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받아 적는 건 내면의 창조성이 말하는 걸 에고가 받아 적기만 하는 거라는 의미죠. 그래서 쉽게 쓰라고, 그래야 에고보다 힘이 센 창조성이 뭐라고 줄 거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사실을 몰랐을지라도, 저도 『초보 엄마 파이팅!』 이후로는 첫 문장만 생각한 상태에서 그냥 써요. 그러면 어떤 부분에서는 의도하거나 기획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이야기가 훨씬 더 진솔해진다는 느낌도 들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이 잘 쓰실 수 있는 건, 작가님께서 좋은 피드백을 주셨기 때문이겠죠. 

다들 열심히 잘 따라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늘 드리는데요. 저는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밖에는 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잘했다, 너무 훌륭하다’ ‘제가 3분 동안 쓰시라고 했지만, 3분 동안 쉬지 않고 쓰시다니 대단하다’ 저는 이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그렇게 계속 지지와 격려를 받다 보면 글쓰기를 통해서 내면 여행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간혹 제 설명을 잘못 들으시고 글을 쓰시기도 해요. 그래도 저는 대단하다고 칭찬을 드려요. 제가 가르쳐드리지 않은 방식으로 해보셨다니 대단하다고요. 그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그렇게 자꾸 격려를 받으면 ‘이제는 조금 센 걸 경험해 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게 되고, 그런 자발성이 있어야 내면 여행을 하실 수 있게 되니까요.

책에서도 스스로를 계속 칭찬해주라고 말씀하셨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 그리고 그것을 글로 쓴 것, 그 모두가 너무 대단하다고 자신을 칭찬해주라고요.

맞아요. 내 마음을 보는 건 굉장히 고된 일이고 골치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당근을 계속 줘야 돼요. 그리고 우리가 글을 통해서든 인생을 통해서든 쓴맛을 보잖아요. 쓴맛을 본 것에 대해서 가리거나 방어할 필요는 없는데 ‘쓴맛을 보느라 수고했다, 애썼다’고 이야기해줄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음에도 수고할 용기가 생기는 거죠. 기본적으로 글이라는 것은 혼자 쓰는 거더라고요. 혼자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어떤 관계 속에서 쓰느냐, 나에 대한 태도가 어떠하냐가 매우 중요해요. 나 자신과의 관계가 우호적이 됐을 때,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됐을 때 치유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글쓰기에서 계속 그걸 강조하는 거고요.

스스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려고 할 때마다 ‘내면의 비판자’가 걸림돌이 되는 것 같은데요. 책에서 ‘내면의 비판자’를 살살 달래는 방법을 알려주셨죠. (웃음)

(‘내면의 비판자’에게) ‘네 이야기도 고려해줄게, 일단 지금 쓰는 글을 마저 쓰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내면의 비판자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순기능도 있어요. 내면의 비판자가 없으면, 남들에게 대신 비난 받으면서 살게 될 거예요. 그래서 자기 검열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필요한데요. 문제는 내면의 비판자에게 한 번 의욕이 생기면 과잉으로 작동되는 거예요. ‘너는 이제 나 없으면 살 수 없어’라는 식으로 아주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나를 점점 꼼짝 못하게 만들죠. 다른 사람하고 말할 때도 자유롭게 말할 수 없게 되고, 혼자 글을 쓸 때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고.

맞아요. ‘내면의 비판자’는 왜 끊임없이 이야기를 할까요? 

이런저런 잔소리를 계속 한다는 건 걱정이 많은 거거든요. 내면의 비판자가 왜 그렇게 걱정이 많은지, 언젠가는 꼭 이야기를 들어줘야 돼요.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에서도 내면의 비판자와 직접 대화를 해 보시라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왜 그렇게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지, 걱정의 궁극적인 의도가 뭔지 들어보는 일이 필요해요. 달래주면서 함께 가는 거죠.

말씀을 들으니까 ‘떠나보내기’에 대해 내용이 생각나요. 무의식이든, 내 안의 어린아이든, 직면한 무언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셨죠. ‘그동안 너에게 도움 받은 것도 있어, 고마워, 그런데 더 이상은 필요하지 않아, 잘 가’ 하면서 떠나보내라고요.

그렇죠. 그런데 사실, 완전히 떠나보낼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그 힘이 약화되면서 다른 건강한 성질로 변형될 수는 있거든요. 그걸 저는 ‘떠나보내기’라고 했는데요. 내 안에서 생긴 그 무엇도 ‘나라는 존재를 잘 살아보게 하려고’ 보완적으로 만들어진 측면이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기능을 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공로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한 거죠.

간혹 ‘아픈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좋은 이야기만 쓰면 안 돼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가요?

그럼요, 있어요. 제가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지금은 10년도 훨씬 넘었죠, 그 시기에는 너무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리에 앉지도 않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픈데, 그런 이야기를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많아요. 그럴 때 저는 그냥 괜찮다고, 그렇게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려요. 각자 내면의 치유사가 있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더 즐거운 이야기를 해야 힘이 나고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으니까, 얼마든지 그렇게 하시라고 해요. 그렇게 하시다가도 다른 사람들이 힘든 이야기를 한 다음에 ‘이걸 알고 나니까 내가 너무 좋아졌어요, 힘이 생겼어요’라고 말하는 걸 들으시면서 조금씩 변하시기도 해요.



수치심을 느껴도 괜찮아

글 쓰는 시간을 정해주셨어요. 어떤 글은 3분 어떤 글은 7분 동안 쓰라고 하시고, 글쓰기 시간은 하루 최대 30분을 넘기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이유가 있나요?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도 줘보고 적게도 줘봤지만, 효과는 똑같아요. 어떤 때에는 시간을 적게 줄 때 더 빠르게 중요한 이야기들이 나오거든요. 처음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드렸는데 한정된 시간 때문에 점점 짧은 시간을 드리게 됐어요. 그런데 20분의 시간을 드렸을 때랑 2분의 시간을 드렸을 때랑 효과가 다를 바가 없는 거예요. 오히려 20분을 드렸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계시던 분들이 ‘2분 드립니다’라고 하면 쓰실 의욕을 내요. 2분이니까 쓸 수 있겠다면서요. (웃음) 글쓰기도 그렇더라고요.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표현하게 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무언가를 치유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내면의 치유자가 어떤 조건에서도 필요한 자료들을 다 올려 보내주는 거죠. 그런 것들이 저도 정말 신기하고 재밌고 놀라워요.

치유하는 글쓰기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무의식을 보게 되는데요. 중간 중간 막히는 지점들이 있지 않나요? 

있죠. 이를테면 자책감이 굉장히 큰 부분이 그래요.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거나. 다른 사람이 나를 공격한 것, 내가 피해자가 된 것에 대해서는 빨리 이야기하시는 편이에요. 그런데 내가 누군가의 가해자였던 것에 대해서는 죄책감만 갖고 있을 뿐이지 글쓰기로 드러내기를 힘들어하세요. 또 다른 지점이 있다면, 어느 순간까지는 글을 써서 되게 후련했는데 그 이상 써지지가 않고 계속 같은 이야기만 나오는 때가 있어요. 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만 나오는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혼자 쓰면 무시무시한 감정들이 드러나서 견딜 수 없어요, 너무 무섭고 두려워요’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는 어떤 말씀을 해주시나요?

세 번째 경우는 가능하면 혼자 쓰시지 말고 같이 쓰시라고 하죠. 함께 쓰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라고요. 두 번째 경우, 맨날 똑같은 이야기만 하실 때에는 해결 방법이 있어요. 책에도 나와 있는데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또는 ‘더 위험한 이야기를 하자면’ 하고 글을 써보는 거예요. 그러면 글이 줄줄 써져서 다들 깜짝 놀라세요.

‘자기 용서’에 대해서 쓰셨는데요.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한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이끌어주세요? 

용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글을 써야 돼요. 용서는, 남에 대한 것이든 나 자신에 대한 것이든, 섣불리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 모든 감정을 충분히 겪어야 하는 것 같아요. ‘수치심을 느끼지 마, 너는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아니고 ‘수치심을 느껴도 괜찮아’ ‘죄의식에 시달려도 괜찮아’ ‘그러느라 고생했겠네’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해 좀 편안해져요.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을 읽으면 치유하는 글쓰기를 혼자 시작해볼 수 있는데요. 책의 끝에서 함께 글쓰기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고 하셨어요. 두 방식이 서로 보완되는 측면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사실 저는 함께 쓰시기를 권해요. 서로가 주는 치유의 힘이 있고요. 서로 경쟁적으로 열심히 쓰는 효과도 있어요. (웃음) 그리고 다들 말씀하시길 ‘이상하게 혼자서는 안 써지는데 함께 쓰면 너무 잘 써진다’고 하세요. 그리고 함께 쓰면서, 글을 낭독하지는 않지만, 글쓰기 경험을 나누거든요. 그러면 ‘저 사람은 글쓰기를 통해서 저런 걸 배우는구나, 나도 해봐야지’ 하면서 서로 되게 많이 배우세요. 그래서 함께 쓸 때 훨씬 더 효과가 있어요. 꼭 전문가의 안내가 아닐지라도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하시면 훨씬 좋다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책에서 알려주신 방법들은 모두 현대 심리학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가족학, 여성학, 심리학, 자아초월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를 공부하셨는데요. ‘나는 왜 이렇게 끊임없이 공부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셨나요? 

네. 꿈꾸고 글쓰기하고 이러면서 알게 된 건데요. 저희 어머니의 열등감, 학력 콤플렉스라는 그 열등감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이전 세대는 무학이신 분들이 많았잖아요. 저는 어머니의 열등감을 마음의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달리면서 갔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공부는 많이 했어요. (웃음) 또 다른 이유는, 상담자나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는 분들의 특성일 텐데요, 남의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매일 불안해요. 저도 프로그램이 뭔가 잘못 진행된 것 같거나 누군가에게 말을 조금 잘못한 것 같으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불안하거든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엄청 열심히 공부하러 다니세요. 저도 그 중에 하나인 거죠. 불안감 속에서 계속 배우고 공부하는 것 같아요.

독자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씀 없으세요? 

꼭 한 가지가 있는데요. 내년 한 해 동안 매일 조금씩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시는 방법으로 이 책을 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과 노트 한 권으로 ‘올해는 매일, 하루에 10~20분씩, 글을 쓰면서 나를 돌봐야지’ 생각하시고 새해를 시작하시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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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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