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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지지 않는 퍼즐, 블랙핑크 리사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 앨범 1집 'LAL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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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지지 않는 퍼즐 그 자체가 정체성인 리사의, YG엔터테인먼트의 현재는 분명 흥미로운 데가 있다. "Say Lalisa!" 리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끓는 욕망의 결정이 번쩍이며 속내를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21.09.15)

'LALISA' 콘셉트 포토_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0일,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리사의 첫 번째 솔로 앨범 <LALISA>의 앨범 선 주문량이 80만 장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동시에 YG엔터테인먼트는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단일 음반 역대 최고 기록이 확실시 된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회사의 이런 자신감에 부응하듯, 리사는 타이틀곡 <LALISA>의 뮤직비디오의 첫 번째 장면에서부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면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간다. 이 화면을 보고 있는 당신을 완전히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겠다는 듯이. '80만 장'이라는 숫자를 어깨에 짊어지고도 전혀 무겁지 않은 것처럼 당당하게.

리사는 블랙핑크에서 세 번째로 솔로 앨범을 발표한 멤버다. 그동안 블랙핑크라는 팀에서 제니와 로제가 양쪽의 축이 되어 큰 틀을 잡는 동안, 지수가 사랑스러운 여성의 캐릭터로 약간의 유약한 틈을 보여주었다면 리사는 YG엔터테인먼트 특유의 터프한 여성들의 서사를 완성하는 한 끗이 되는 멤버였다. 그가 이번에 발표한 <LALISA>에서는 솔로 앨범답게 이런 리사의 캐릭터가 터프함이라는 키워드 안에서도 매우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복잡하지 않은 노래의 폼 안에서조차 노래와 랩 파트를 맞춰지지 않는 복잡한 퍼즐처럼 엮어버린 곡. 리사의 목소리는 이런 곡을 멋지게 포장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기다. <LALISA>는 블랙핑크와 리사가 지닌 팝스타로서의 이미지를 과시하면서,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 특유의 자유로움, 때로는 거만하게 느껴지다시피하는 자신에 찬 바이브를 그대로 담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돌들에게서 중요하게 포착되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리사에게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블랙핑크 안에서 자신이 해내던 역할을 좀 더 길고 깊게 보여주고 있는 콘텐츠들이 리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대변한다. 이 콘텐츠들이 바로 <LALISA>이고 <LALISA>를 만든 리사 자신이다.

리사는 K팝 신을 통틀어서 눈에 띄게 독특하고 특별하며 복잡다단한 정체성을 지닌 멤버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LALISA>의 뮤직비디오의 시작점에서는 일본어로 된 간판이 눈에 띄지만, 이때 리사는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랩을 하고 있다. 곡이 진행되면서 리사가 영어로 랩을 하는 파트가 이어지고, 태국인인 리사를 바라보는 태국 팬들이 기대하는 그들만의 정서가 가득 묻어나는 스타일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태국인들에게 익숙한 길거리를 재현하면서조차 일본어 간판을, 한국어로 노래를, 영어로 랩을, 고국의 전통적인 무드를 계승하고 있는 연출을 빼놓지 않은 이 비디오는 특이하고 특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블랙핑크의 데뷔곡부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불렀던 <Ice Cream>,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이라는 타이틀,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라는 모든 아이덴티티가 리사라는 사람 안에 복잡한 레이어로 얽혀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이 레이어들을 뮤직비디오 안에서 마음껏 유용하며 리사라는 멤버 한 명을 통해 자신들이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감없이 노출한다.


'LALISA' 콘셉트 포토_YG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맞춰지지 않는 퍼즐은 <LALISA>가 아니라 리사라는 사람 그 자체다. 끊임없이 더 큰 시장을 향해 달리는 YG엔터테인먼트의 열망과 YG엔터테인먼트의 정수를 모두 지닌 리사라는 아티스트가 만났을 때, 그들은 "세상에게 알려 내 이름에다 입맞춰", "Say Lalisa love me Lalisa love me / Call me Lalisa love me Lalisa love me"라고 외치며 함께 걸어나갈 수 있다. 드레스, 폴 댄스, 디바, 힙합, 동양풍, 전통의상, 바이크, 황무지 등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이 요소들을 오직 리사의 이름으로 집어넣은 뮤직비디오 한 편은 그래서 리사다우면서 동시에 지금의 YG엔터테인먼트다운 콘텐츠로 완성되었다. 맞춰지지 않는 퍼즐 그 자체가 정체성인 리사의, YG엔터테인먼트의 현재는 분명 흥미로운 데가 있다. "Say Lalisa!" 리사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를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의 끓는 욕망의 결정이 번쩍이며 속내를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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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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