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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 "현대문명의 뿌리에 유목문명이 있다"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공원국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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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명의 뿌리가 궁금하다면? 유목문명에서 답을 찾다. (2021.09.10)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 중에 "뭐니 뭐니 해도 집이 최고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아무리 멀리 가도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웬만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태어난 나라를 벗어나 새로운 터전을 꾸리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라는 국경선 안의 모든 땅을 엄격하게 구획해 놓았다. 도에서 시로, 시에서 구로, 구에서 길로. 이런 환경에서 사는 우리를 정주민이라고 한다.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은 정주민인 우리에게 유목문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인류 역사의 두 기둥으로 정주문명과 유목문명을 꼽는다. 그 둘이 융화와 충돌을 거듭하며 상호 작용한 흔적이 여전히 우리 핏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전 세계의 초원과 나라들을 기행한 저자를 만나, 그들의 유산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책을 쓰시기 위해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유라시아 각국을 다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나라들을 다니셨는지, 또 무엇을 보고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유목문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나라를 직접 밟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서유럽, 동유럽, 중앙아시아를 모두 포함하지요. 일단 박물관에서 사전 지식을 얻은 후, 유적지를 둘러보며 자연 환경을 눈에 익혀 흘러간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복원하려 했지요. 조만간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과 만나 대화를 나눠볼 참입니다.

책에 키르기스스탄 유목민들과 어울린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함께 말을 타고 달리는 사진도 있고요. 그분들과 어떻게 교류하게 되신 건지, 함께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키르기스스탄은 제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장기간 체류한 곳입니다. 덕분에 현지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고, 그들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이러저러한 일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남부의 파미르고원과 북부의 톈산산맥 북사면에 있는 마을들에 상수도를 설치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도와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책은 스키타이부터 카자흐까지 다양한 유목집단을 소개합니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속 유목집단을 꼽으면요?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 유목집단이 가장 좋습니다. 기록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잖아요. 찾기 힘들지만 여전히 존재합니다. 역사 속 유목집단 중에 굳이 꼽자면, 카자흐가 인상적입니다. 그들이 보여준 삶의 방식은 참 매력적이에요. 저는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찾아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갑니다.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에 대한 비판이 눈에 띕니다. 일반적으로 칭기즈칸은 유목민의 영웅, 몽골제국은 유목민의 힘 정도로 생각하는데, 정반대의 지점을 짚으세요. 그러한 비판의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몽골의 성취는 정말 대단합니다. 몽골제국의 등장으로 진정한 ‘세계사’가 형성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몽골제국 형성기의 파괴 행위는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파괴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보통 몽골이 행한 재건과 창조 행위가 아니라 초기의 파괴 행위를 유독 찬양하는 경향이 있어요. 몽골의 가공할 파괴 행위는 세계사적으로 특이한 사건인데, 저는 그것을 유목민의 특성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목은 생산양식이고 전쟁은 파괴양식입니다.   

정주문명에 사는 우리에게 유목문명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책은 정주문명과 유목문명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며 인류 역사를 만들어 왔다고 해요. 혹시 현대인이 누리고 있는 유목문명의 유산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책에서는 '자동차'와 '인터넷'을 짧게 언급하셨는데요, 유목문명과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합니다. 

자유를 꿈꾸고 예속을 끊겠다는 의지는 모두 유목적인 것입니다. 정주는 안정을 주고 유목은 자유를 줍니다. 저는 둘이 상호 보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목은 인류에게 속도라는 개념을 남겼습니다. 다들 빠른 것 좋아하시잖아요. 빠름과 관련된 것은 대부분 말(馬)에서 나온 것입니다. 빠른 말, 빠른 마차, 빠른 우편, 빠른 결정 등등. 그런 점에서 초광역 네트워크도 유목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유목민이 빠름을 위해 일상의 느림을 즐긴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평소에 노래를 부르고 시를 읊으며 쉽니다. 또한 말의 고삐를 풀어 풀을 먹이지요. 빨라야 하는 순간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요. 빠름과 느림이 공존할 에너지가 있는 공간이 바로 초원입니다.

이어지는 질문일 텐데요, 책은 큰 틀에서 유목문명의 역사를 따라가지만, 단순히 시간순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각 시대에, 각 집단이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지요. 오늘날 고도로 정주화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유목문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컨대 책에서 강조하는 유목문명의 '공유', '자유', '환대'의 가치는 현대문명에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공유는 제 박사학위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연결은 공유 없이 불가능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무수한 전파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을 겁니다. 일종의 공유 상태인데, 누군가 이 공간에 방해 전파를 흘리거나, 전파의 흐름을 방해하는 벽을 세운다면 우리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겠지요. 지구적 차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 생태계는 태양계, 은하계처럼 하나의 시스템입니다. 모두 상호 작용하지요. 지구가 사라지면 달도 사라집니다. 자연 상태에서 호랑이나 말 한 마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간이 필요합니다. 울타리를 치는 건 불가능해요. 반대로 지상에 촘촘하게 금을 긋는다면 공유는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면 세상은 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고립되고 나뉩니다. 공유 없이는 어떤 계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인간계가 다른 물질계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공유는 자유를 만듭니다. 말은 공유의 공간을 가로질러 달립니다. 이때 자유가 폭력으로 비화하지 않기 위해서는 환대가 필요합니다. 유목문명이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다만 존재 간의 관계에서 소외되고, 오직 경제적 지위에 따라 존재의 의미를 결정하는 우리 모습을 반성하는 데 그보다 좋은 거울은 없다고 봅니다.

역사인류학의 시각에서 유목문명을 좀더 깊이 파고드는 작업을 준비 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작업이 될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사의 절반 유목인류사>(가제, 전 7권)를 쓰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유목문명사를 다루지요. 기존 사료의 한계를 돌파하고 현대적 의미를 재고하고자 러시아제국이 중앙아시아 초원으로 침투할 때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강하며 유쾌한, 행동과 의식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자유민’의 무리를 복원하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그런 사회를 유토피아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이 작게나마 이바지하리라 기대합니다.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공원국 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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