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여행 특집 에세이] 내가 창조한 세계로 떠나는 거야 - 소설가 강보라

『월간 채널예스』 2021년 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별생각 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그토록 많은 작가가 소설 쓰기를 여행에 비유하는지 깨달았다. (2021.08.13)

언스플래쉬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문학평론가는 2019년 초 소설을 쓰기 시작해 올해 초 등단한 내게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소설가’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고는 “소설 쓰기 딱 좋은 시기이긴 하죠”라는 말을 농담처럼 덧붙였다. 음, 다른 사람들 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나의 경우 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소설이나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별생각 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그토록 많은 작가가 소설 쓰기를 여행에 비유하는지 깨달았다. 엉뚱한 길에 들어섰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나는 일이 그랬고,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다 문득 눈앞이 환해지는 순간이 그랬다. 심지어 ‘야심 찬 시작 – 실패 - 또 실패 - 의도치 않은 엔딩’이라는 기승전결까지 똑같았다. 나는 지난 여행 사진을 정리하듯 과거의 기억을 뒤적이며 뒤늦게 찾아온 인식의 조각들을 소설의 언어로 다듬었다. 그리고 내가 창조한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 현실의 여행보다 훨씬 흥미롭고 드라마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내가 자가격리 면제 국가를 검색하는 대신 얼마 전 새로 마련한 서재에 둘 멋진 책상을 찾아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는 이유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강보라(소설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