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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재차의> 시체가 살인을 저질렀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으로 참여한 신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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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 드라마 <방법>은 악귀와 무당과 영매 등을 접목한 이야기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까지 확장했다. (2021.07.22)

영화 <방법: 재차의>의 한 장면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법 謗法’은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뜻한다. <반도>(2020) <부산행>(2016)의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참여한 드라마 <방법>은 악귀와 무당과 영매 등을 접목한 이야기로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까지 확장했다. <방법: 재차의>(이하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의 극장판이다. 

거대 제약사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가해자 또한 그 곁에서 불에 타 재만 남은 기괴한 형태로 발견된다. 알고 보니 가해자는 살인을 저지르기 얼마 전에 사망한 시체다. 그러니까, 시체가 살인을 저질렀다! 그즈음 책을 출간하고 라디오에서 생방송 인터뷰에 응하던 인터넷 매체 도시탐정의 기자 임진희(엄지원)에게 의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이는 재차의와 관련해 임진희가 속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약속 장소와 시간을 일방적으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경찰도 이 사실을 확인하고는 인터뷰 장소 일대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친다. 인터뷰 당일 혼자 나타난 의문의 남자는 사건과 관련한 제약사의 직원으로 밝혀진다. 그는 임진희에게 앞으로 제약사의 고위 간부들이 2주 간격으로 죽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고 재를 날리며 산화한다. 

‘재차의 在此矣’는 되살아난 시체를 말한다.한국형 좀비라고 할 수 있는 재차의는 명칭만 한국식으로 변형한 게 아니라 나름의 기원을 가지고 발전시킨 개념이다. 조선 중기 문신 성현(成俔)이 지은 고서 <용재총화>에 등장하는 재차의는 손과 발이 검은색이고 움직임은 부자연스럽지만, 사람의 말을 그대로 할 줄 안다고 전해지는 한국 전통 설화 속 요괴의 일종이다. 이를 되살아난 시체로 활용하는 <재차의>는 여기에 인도네시아 주술을 더해 규모의 확장은 물론 소재의 독특함을 꾀한다. 


영화 <방법: 재차의> 공식 포스터

연상호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아시아의 요괴나 괴담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했고, 주술사의 조종을 받아 되살아난 시체 재차의라는 소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세계관의 관점에서 <재차의>는 연상호의 관점이 뚜렷한 작품이다. 연상호는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 등 애니메이션 시절부터 한국 사회 곳곳에 암약한 계급 부조리를 검은 우화의 형태로 드러내길 즐겼다. 

<재차의>에서도 재차의로 등장하는 이들은 살아서는 약자라는 이유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끝내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하는,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서도 죽은 것이 아닌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계급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에서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는 까닭에 제악사의 음모에 이용당하다 죽음의 형태로 버림받은 이들은 주검이 되어서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복수에 나서는 ‘살아있는 시체’의 운명이다.

이의 설정을 파고들었다면 개념만 한국형이 아니라 좀비물의 영역에서도 결이 다른 작품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드라마에서도 작가 연상호와 호흡을 맞춰 메가폰을 들었던 김용완 감독은 “기존의 좀비물과는 다른,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라고 하는데, 재차의들이 칼군무를 하듯 합을 맞춰 돌진하는 움직임 하며 이들이 택시를 타고 줄 맞춰 카체이싱을 벌이는 장면은 색다르기는 해도 기억에 남을 정도는 아니다. 

극장판이라는 데 착안하여 볼거리를 강화하고 무엇보다 드라마 방영 시절 시청자에게 각인된 임진희와 방법사 백소진(정지소) 등 주인공 캐릭터의 이후 근황을 알리면서 새로운 사건과 등장인물들로 ‘방법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인상이다. 드라마를 본 팬들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되겠지만, 영화로 처음 방법 유니버스를 접하는 관객에게는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될 만한 작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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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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