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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단단한 삶의 태도를 배웠어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태지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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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된 초기에 온라인 상에 어떤 글을 올릴까 고민하다 우연히 그림 이야기를 올리게 되었어요. (2021.07.14)


누구나 한 번쯤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난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잠 못 드는 날도 있고, 초라한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물 흘리는 밤도 존재한다. 인간관계에 지치고 혼란스러워 밤을 지새우는 날도 있다. 때론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에, 때론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밤, 태지원 저자는 명화를 들여다본다. 예술가의 인생이나 작품은 우리의 인생 속 어떤 장면들과 맞닿아 있기에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 누구에게 받는 것보다 더 깊은 위로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상 속 고민으로 시작해,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와 화가의 삶을 통해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글로 브런치 구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온 태지원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림과 화가의 삶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이번 책으로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으셨는데요. 처음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해외 생활을 할 때 외롭거나 마음이 힘든 순간을 만날 때마다 그림을 보며 위로를 얻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는 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미술 관련 책을 보면서 명화를 훑어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화가의 삶을 다룬 글을 읽는 것도 좋아했고요. 중동에서 생활하면서부터는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걸 넘어서서, 불안하고 우울할 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브런치 작가가 된 초기에 온라인 상에 어떤 글을 올릴까 고민하다 우연히 그림 이야기를 올리게 되었어요. 제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처를 명화에 담긴 이야기나 화가의 삶을 통해 풀어보는 글이었는데 당시에는 이 글이 책으로 탄생할 거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제 개인적인 이야기나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데 쑥스러운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제가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놓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셨고 공감한다는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 역시 진심을 많이 꺼내서 글을 쓰게 되었고요. 작년 말에 운 좋게도 이 이야기들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타게 되어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중·고등학교에서 경제와 사회문화 등을 가르치셔서 그동안 지식을 전하는 청소년 교양서를 여러 권 출간하셨는데요. 이번 책은 대상도 다르고, 작가님 개인의 이야기도 들어 있어 글을 쓰는 과정이 좀 달랐을 거 같아요. 기존에 했던 책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으셨나요?

기존에 썼던 책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지식을 전달하는 걸 목적으로 두었던 책이라, 자료 조사를 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내용을 엮는 것에 중점을 두며 원고를 집필했었어요. 그렇지만 이번 책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원고에 담아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제 삶 속에서 적절한 소재가 될 만한 에피소드를 찾아내기 위해서 머릿속으로 4~5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예를 들어서 '인간관계 속 상처'라는 주제로 글을 쓸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에는 제 개인사 중에서 사람에게 상처받았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헤집으면서 글감을 찾아야 했어요.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했어요. 무엇보다 자기 검열을 물리치고 제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네요. 원고 교정 과정에서 글을 전부 고치고 싶은 욕구도 생겼지만, '에세이는 솔직한 게 최고'라는 마음으로 꾹 참았습니다. 

작가님이 가지고 있던 고민이나 상처를 돌아보는 걸로 시작해서 그런 상황에 대해 답이 될만한 그림이나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글이 이어지는데요. 고민의 상황에 딱 맞는 그림은 어떻게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미술 관련 도서를 자주 훑어보면서 기억날만한 작품이나 화가 이야기는 핸드폰에  메모를 해둬요. 그림을 계속 살펴보다 보면 '아, 이건 일상 속 어떤 이야기랑 연결 지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칠 때가 있거든요. 철학이나 역사 속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명화가 있으면 그런 작품도 꾸준히 살펴보고요. 제가 그림과 경제를 엮은 청소년 교양서, 『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이라는 책을 집필한 적이 있어서, 그 당시에 자료 조사하며 많은 작품들을 살펴보았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여러 분야를 관련짓고 융합해 글을 쓰는 걸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에 일상 생활하면서 항상 글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반대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지금도 매주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는데, 급할 때에는 연재글을 쓰기 위해 특정 주제를 먼저 정할 때도 있어요. 주제를 정한 순간부터 명화나 화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샅샅이 훑으면서 고민을 풀어갈 만한 그림이나 화가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보며 글을 써요.   

책에서 다양한 그림을 소개해주고 계신데요.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마음이 힘이 들 때 자주 꺼내보는 그림이 혹시 있나요? 작가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그림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마음이 지치고 힘겨울 때에는 렘브란트 판레인의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을 자주 꺼내봐요. 성경 속 이야기를 다룬 그림인데, 초라한 행색의 탕자를 아버지가 감싸 안아주는 장면을 그리고 있거든요. 그림 속 아버지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불안하고 힘겹고 지친 제 마음을 누군가 있는 그대로 안아준다는 상상을 해요.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에 있는 내용 중 4장의 '초라한 마음에 담요를 덮어주는 순간'이라는 부분에서도 이 그림을 다루고 있어요.  

 

렘브란트 판레인, <돌아온 탕자>

휴직을 하고 중동 지역에서 생활하시면서 쓴 글이 많이 보였어요.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제가 살던 나라가 삶의 변수가 많은 곳이거든요. 한국에서처럼 무언가를 계획한다고 해서 그 일이 제때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전까지 저는 인생이 제 통제나 계획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마음속 규칙을 가지고 살았었는데, 중동에서 생활하면서 그런 규칙을 많이 잃었어요. 제가 해외 생활에서 의사소통을 잘 하지 못했고, 살림과 육아에도 서툴러서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감도 많이 무너졌었고요.  

그렇지만 덕분에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어요. 제가 예전에는 '나는 반드시 ○○해야 해' 식의 생각을 많이 했었고, 그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당히 괴로워하는 유형의 사람이었거든요. 중동에서 생활하면서 '반드시 그래야 할 일'은 세상에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 비해 삶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얻게 된 거죠. 그리고 해외 생활 중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글 쓰는 자아'도 새롭게 얻었네요. 중동에서 생활하며 얻은 가장 중요한 소득이라 할 수 있어요.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꽤 흥미로웠어요. 스스로 내면 깊이 들어가서 묻어두었던 감정을 하나하나 꺼내 치유하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돌아봤을 때 책을 쓰면서 이런 부분이 좀 바뀐 것 같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저는 원래 스스로의 감정을 한 번도 구체적으로 살펴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구차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숨기기에 급급했거든요. 그런 감정을 숨기는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거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시간도 많았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제 감정, 특히 부정적이라고 생각해 피해왔던 슬픔, 우울, 열등감, 질투 등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 지점에서 왔는지 살펴볼 기회를 얻었거든요. 하나하나 꺼내고 보니 초라하다고 숨기던 그 감정에도 모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글로 꺼내놓으니까 신기하게도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많이 줄었어요. 있는 그대로 저를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무엇보다 내 감정을 알게 되니 다른 분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도 예전에 비해 커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분들의 슬픈 이야기를 듣거나, 읽게 되면 눈물도 많이 흘리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길 바라시나요?

제가 코로나 상황으로 무척 지치고 힘든 시기에 쓴 글이 책에 담겨 있어요. 힘든 시기였던 만큼 제 마음 깊은 곳에 있던 고민과 상처를 가감 없이 풀어놓았고, 긴 시간 고민하며 얻어낸 해법도 넣어보았어요.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내 고민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나만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렇게 어디에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풀어놓은 경우가 많아요. 책의 프롤로그 제목대로 '당신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었거든요.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는 게 아니었구나'라고 공감하면서 위안을 얻으시길 바래요. 특히 지금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께 제 글이 위로다운 위로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태지원

지식의 부스러기를 모아 글로 엮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브런치에서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고등학교에서 약 10년간 교사로 재직하며 경제·사회문화·역사 등의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지금은 잠시 휴직을 하고 남편을 따라 중동의 작은 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며 지내고 있다.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불안함과 외로움을 느낄 때마다 미술사 관련 책을 들여다보았고, 명화 속 따뜻하고 다정한 풍경과 쓸쓸한 삶을 살다 간 화가의 인생에서 때론 위로를, 때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지혜를 얻었다. 그 경험을 담아 브런치에 매거진을 열고, 일상 속 고민을 화가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림이 담고 있는 철학이나 사회적 배경에서, 화가의 태도에서 삶에 대한 힌트를 얻어 글을 써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는 고백을 했다. 그렇게 연재한 이야기를 엮은 글로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태지원 저
가나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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