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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꼭 필요한 책임감은 따로 있어요”

『가벼운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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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계속 고민하잖아요. 최선의 책임을 다하기까지 이리저리 흔들리고 후회도 하면서요. 같은 두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제 시행착오가 공감이 됐으면 했어요. (2021.04.27)


부드러운 바람, 흩날리는 꽃잎. 마음마저 가벼워지는 계절에 에세이스트 김신회 작가는 ‘책임감’을 말했다. 한없이 무겁기만 한 이 단어가 매일매일 쌓아가는 일상을 만나 가뿐해졌다. 막연한 책임 앞에서 당황하던 한 사람은 도망가고 싶던 마음과 마주하고 고민 끝에 반려견의 보호자가 되며, 결국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배워나간다. 그 과정이 14번째 에세이 『가벼운 책임』에 담겼다. “책임감이라는 말을 떠올려도 더는 숨 막히지 않게 됐다”는 그에게서 하루만큼의 책임을 지며 걸어 나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김신회 작가는 14년 동안 14권의 책을 낸 에세이스트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심심과 열심』『서른은 예쁘다』『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 등을 썼고,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우리말로 옮겼다. 신작 『가벼운 책임』은 그가 일상에서 ‘나를 책임지며 사는 삶’을 실천해나가는 기록이다.



부족한 걸 채우면서 가벼워졌어요

늘 일상에서 주제를 찾아내시잖아요. ‘여름’과 ‘글쓰기’에 이어 이번엔 ‘책임감’이에요.

저는 늘 제 삶이 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책은 기획하기 전부터 생활이 이뤄지고 있었어요. ‘책임감’에 대해 고민하고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심했을 때, 친한 편집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죠. 자연스럽게 “어, 그럼 책임감에 대해 써볼까요?” 하고 시작된 거예요.

왜 ‘책임감’에 대해 고민했나요?

코로나19 상황이 큰 영향을 줬어요. 달라진 일상을 살면서 갑자기 1인분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거예요. 저는 정말 개인주의자였거든요. 눈앞의 일에 집중하면서, 나만 사고 치지 않고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면서 몇십 년을 살아왔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대는 나 혼자만 잘 산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장 부족한 면이었기 때문에 떠올리신 거군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니까 제게 가장 결여된 점이 보였어요. ‘난 책임감이 진짜 없구나’ 싶더라고요. 철이 늦게 든 거죠.(웃음)

‘책임감’은 무거운 단어잖아요. 작가님도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다고요.

꿈과 희망처럼 막연한 단어여서 부담스럽고 무겁게만 느껴졌어요. 뭘 해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죠. 결국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것이 책임감이더라고요. 규칙적인 습관이 없을 때는 일상이 너무 힘들었어요. 새벽에 눈 뜨고 작업도 잘 안 되고요. 근데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규칙적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더라고요. 그렇게 일상의 일을 해나가면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죠.



강아지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강아지를 입양한 것도 새로운 책임을 느끼게 된 계기잖아요. 그런데 강아지와 함께하는 일상보다 입양을 고민한 과정을 더 길게 쓰셨어요.

선택을 내리기까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계속 고민하잖아요. 최선을 다하기까지 이리저리 흔들리고 후회도 하면서요. 제게는 강아지 입양이 그랬어요. 데려오겠다고 마음 먹었다가 직전에 포기하기도 하고, 아는 게 없어서 주변에 물어보거나 공부도 했어요. 강아지 입양뿐만 아니라 모든 새로운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처음 해보는 일은 정말 겁이 나잖아요. 같은 두려움을 가진 분들에게 제 시행착오가 공감이 됐으면 했어요. 

강아지가 온 후, 생활이 달라지는 것도 두려웠을 것 같아요.

정말 자유롭게 살았구나 새삼 느껴요. 여행 가고 싶을 때 가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었던 거예요. 강아지를 데려오겠다고 결심했을 때는 ‘자유? 다 필요 없어. 나는 이 친구랑 같이 살고 싶어’라는 열망이 컸죠. 계획도 많이 했는데, 막상 강아지가 오니까 제 뜻대로 안 되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지금은 아무리 계획해도 소용없다. 하루하루 잘하자는 생각으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웃음)

강아지와 맞춰가는 과정이 너무 버거워서 글로 나오지 않는 시기도 있었다고요.

처음에는 일기처럼 막 썼는데, 결국 이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 과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전달하려면 과잉된 감정을 덜어내야겠다 싶어서 원고를 많이 줄였죠. 사실 강아지가 집에 온 뒤 몇 개월 동안 많이 울었어요. 경험이 없는 사람이 혼자 강아지를 키우려다 보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또, ‘풋콩이’는 습성을 이미 갖고 있는 유기견이었거든요. 맞춰가고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니 지금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죠. 

반려견과 맞춰가는 과정이 마치 타인과 함께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일 같더라고요. 강아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하고요.

맞아요. 상담 선생님에게 “우리 풋콩이가 너무 자존심이 강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강아지가 사람처럼 자존심이 있을 수 있나요?”라고 되물으시더라고요. 강아지를 또 하나의 나처럼 생각하고, 풋콩이가 제게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해석한 거죠. 그래서 더 다가가지 못했던 거고요. 아마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어떻게 만났건, 강아지와 보호자는 마치 애착이 깊은 가족처럼 애틋한 관계거든요. 상호작용 하면서, 결국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돼요. 

강아지의 보호자로 살아가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세요?

신기하게도 시야가 넓어졌어요. 예전에는 길고양이를 봐도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은 집을 나서기 전에 먹이를 챙기고, 주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는지 보게 되고요. 이전에는 눈앞의 제 삶만 보고 살았다면, 지금은 동물이나 아이들의 권리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정말 긍정적인 변화죠.



스스로에게 진심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인간관계에서 상대의 마음까지 책임지려고 하는 ‘연애노력주의자’였다고요. “과연 그게 책임감이었을까” 하고 되돌아보는 대목이 공감됐어요. 

상대에게 잘해주고 이해하는 일이 예전에는 선의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남을 내 뜻대로 하려는 통제 욕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행동을 해주면 내게 호감을 갖겠지, 서운해하지 않겠지 하고 기대하면서 상대의 감정도 제 숙제처럼 생각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계속 노력하고 원하는 반응이 돌아오지 않으면 실망하고요. 그런데 타인의 감정은 그 사람 것이잖아요. 저를 낮추면서까지 완벽한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책임지려는 욕심을 버리니 훨씬 가벼워졌어요. 

좋은 책임감이 아니었던 거네요.

‘완벽을 지향하는 책임’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간관계든 일이든 완벽해지려고 하면, 무리하게 되죠. 저도 어차피 완벽할 수 없으니까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실수하더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계속 주저했다면 지금 강아지랑 살고 있지도 않았겠지만, 선택하니 너무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잖아요. 책임지기 싫어서 결정하지 못하는 마음은 덜어내는 게 좋죠.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그런데 “꼭 사랑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으셨어요. “나를 사랑하지도, 아름답다 생각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나를 존중하고 싶다”고요.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소화가 안 되는 거예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방법을 모르겠는데’하는 마음만 드는 거죠. ‘나만 나를 안 사랑하나?’ 하는 의심도 들었던 것 같고요.(웃음) 근데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잘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나에 대해 완벽하게 만족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지금은 그냥 하루하루 잘 살자고 생각해요. 자괴감을 느끼면서까지 매 순간 나를 사랑할 필요는 없어요.

“귀여운 할머니는 되고 싶지 않다”는 문장에도 밑줄을 그었어요. 할 말 다 하고 본인에게 진심인, 적당히 괴팍한 할머니가 되고 싶으시다고요.

물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은 목표도 좋죠. 그런데 귀엽다는 말은 상대를 약자로 만드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무해하면서 사랑스러워야 하는 거죠. 저는 나이가 들어서까지 남을 신경 쓰기보다는 적당히 무심하고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조금 괴팍하게 보이겠지만요.(웃음)



에세이를 쓴 지 14년이 됐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문득 국내에 20년 동안 에세이만 쓴 작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6년 남았으니 내가 해보자 하면서 혼자 파이팅을 외쳤어요.(웃음) 외국에는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에세이를 쓰는 작가들이 있잖아요. 굳이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한결같이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요. 저는 에세이 말고 다른 장르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그렇게 20년, 30년 써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날이 금방 오지 않을까요?




*김신회

십여 년 동안 TV 코미디 작가로 일했다. 보노보노에게 첫눈에 반했다가 살짝 지루해했다가 또다시 생각나서 푹 빠졌다가 한참 안 보고 있다가도 불쑥 떠올라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정주행하기. 이 과정을 반복하는 사이에 어느새 보노보노를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다. 보노보노만큼이나 겁 많고, 포로리처럼 고집이 세고, 너부리인 양 자주 직언을 하는 사람. 전반적인 성격은 너부리에 가깝다는 것을 자각하고 가끔 반성하면서 지낸다.
다정하지만 시니컬하고, 대범해 보이지만 시도 때도 없이 긴장한다. 웃기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그 말을 듣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울적하게 보내고 ‘못 하겠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도 결국 하는 사람, ‘하자’보다 ‘하지 말자’를 다짐하며 지내왔지만 처음으로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 ‘책임감 갖기’ 면서도 여전히 무책임과 책임의 경계에서 허둥대며 살아간다.



가벼운 책임
가벼운 책임
김신회 저
오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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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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