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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 삶과 죽음, 오리지널리티와 복제의 가치 사이에서

공유, 박보검 주연 SF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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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Sci-Fi’다.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은 9년 만의 신작으로 복제인간을 다룬 <서복>을 완성했다. (2021.04.15)

영화 <서복>의 한 장면

2021년 한국 영화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Sci-Fi’다. 우주 배경의 스페이스 오페라 <승리호>가 올 초 공개됐고 달 배경의 <더 문>과 <고요의 바다> 등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만추>(2011)의 김태용 감독은 A.I로 재현하는 가상세계의 <원더랜드>를, <벌새>(2019)의 김보라 감독은 Sci-Fi 소설가 김초엽의 <스펙트럼>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건축학개론>(2012)의 이용주 감독은 9년 만의 신작으로 복제인간을 다룬 <서복>을 완성했다. 

서복(박보검)은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실험체 인간이다. 수명이 무한대에 가까워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적 가치가 높은 까닭에 정부에서는 비밀리에 서복을 관리한다. 비밀이 어디서 새 나갔는지 서복을 노리거나 제거하려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거세진다. 정보국은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감행한다. 이의 책임자로 나서는 건 전직 요원 출신의 기헌(공유)이다. 기헌은 원래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일을 사주한 정보국의 안 부장(조우진)과 악연으로 얽혀 있어서다. 그와 더는 볼 생각이 없었다. 

제안을 받아들인 건 기헌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다. 안 부장은 서복의 이동 임무를 무사히 마치면 서복의 영생 세포를 가지고 기헌의 몸을 고쳐주겠다고 약속했다. 서둘러 임무를 마치려는 기헌과 다르게 실험실 밖으로 나온 게 처음인 서복은 세상 모든 게 신기하다. 시간이 없는 기헌은 마냥 느긋한 서복이 답답하면서도 어린아이와 하는 바가 다를 바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제이자 실험체로 대하지 않는다. 마치 부자 관계처럼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동반자로 발전한 그들에게 안 부장은 약속과 다른 검은 속내를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이자 극 중 이름 ‘서복’은 진시황제로 알려진 중국 시황제의 신하 이름에서 가져왔다. 서복(徐福)은 불사를 꿈꾸는 시황제를 위해 불로초를 찾겠다며 수천 명과 함께 배를 타고 출항에 나선 인물이었다. 이의 사연에서 착안하여 이용주 감독은 불사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서복과 죽음이 두려워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헌을 짝으로 맺어 삶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그저 숙명인 셈이다.”라고 말하는 이용주 감독은 서복과 기헌, 그러니까 삶과 죽음을 연결한 원의 형태를 영화적으로 구현하려 한다. 

과거 중국의 서복을 가지고 와 현대의 복제인간과 접목해 미래지향적인 Sci-Fi로 풀어낸 구상은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어 기대하게 한다. 그와 다르게 숙명에 기댄 죽음과 희생을 담보한 유한한 삶의 가치라는 메시지로 향해가는 결말까지 접하면 이를 풀어가는 방식이 관습적인 인상을 준다. 서복의 실험을 주도한 기업의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드러내는 불사의 욕망부터 이에 분노하여 파괴적인 능력을 쏟아붓는 앙팡 테리블, 즉 무서운 아이의 저항 등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설정의 영화의 목록을 길게 채울 수 있다. 


영화 <서복> 공식 포스터

장르 관습의 혐의를 벗으려는 듯 <서복>은 서복과 기헌이 각각 내재한 삶과 죽음의 정체성을 가지고 유의미한 질문을 제기하려는 듯 관련한 꽤 많은 대화 씬을 가져간다. “죽는 게 두려운가요? 그렇다면 살아있는 건 행복했나요?”의 대사처럼 질문을 던지는 척 답을 대신한 질문으로 계속해서 의문을 포개 놓는 방식은 감독이 이에 대한 의견을 유예하거나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비친다. 이미 숙명론을 세계관으로 택한 영화의 입장에서 삶을 돌아보게 하고 죽음으로써 삶의 가치를 더 빛나게 하는 메시지 외의 진보한 입장을 취하기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복>의 관전 포인트는 공유와 박보검이 연기한 기헌과 서복의 브로맨스(?)만 남는다. 실제로 이 영화의 마케팅은 ‘그와의 특별한 동행이 시작된다!’, ‘모두가 기다려온 만남’, ‘생애 마지막 지켜야 할 존재가 나타났다.’ 등 복제인간의 설정을 지우면 감상적인 측면에 집중되어 있다. 이용주 감독의 히트작 <건축학개론>의 장점을 부각했다고 할 수 있지만, 16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서복>의 태생을 고려하면 겨눠야 할 표적을 의도적으로 피해간다는 혐의가 짙다. <서복>이 드러내고자 했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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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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