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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주니어, 팀의 15주년을 여유롭게 기념하다

슈퍼 주니어(Super Junior) <The Renaissance - The 10th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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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과 귀환 사이의 합일점으로 팀의 15주년을 여유롭게 기념하는 자축의 기록이다. (2021.04.07)


꾸준하고 성실했다. 불타오르던 열기가 한결 잠잠해진 이후에도 리드미컬한 댄스 'Devil', 라틴 팝 'Lo siento', 강렬한 <TIMELESS>로 한결같이 시류를 놓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피력해왔으니 말이다. 어느덧 정규 10집. 데뷔 15주년을 기리는 이 기념 음반은 큼직한 간판의 무게가 완성도 보완으로 이어져 한 번 더 재단의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최근 작품들의 트렌디함과 기념비적인 의미에 맞춘 포근함을 모두 아로새기며 최신 동향과 과거의 복각, 어느 쪽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시크했던 이전작 <TIMELESS>의 '2YA2YAO!'와 비교하면 본작의 타이틀은 가볍고 친절하다. 펑키한 그루브 위 팬데믹 시대 거리두기를 장려하는 메시지 'House party'는 친근한 팀의 캐릭터를 조명함과 동시에 일상에 밝은 에너지를 쏘아주는 곡이다. 쉬운 후렴구에서 영락없는 댄스 팝인가 싶으면 펑크(Funk)와 트랩을 연결한 구조가 단조로움을 격파한다. 후배 그룹 NCT가 겹쳐가는 'Super'의 떼창과 미니멀한 '우리에게'로 유행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Paradox'의 타이트하게 쪼개지는 래핑과 'Closer'의 나른한 디스코 향취에서도 날카로운 시대 통찰력이 돋보인다.

중반부에서는 변화가 이루어진다. 발라드에 강점이 있는 특색을 살려, 7집의 원곡을 잔잔하게 재해석한 '사랑이 멎지 않게'를 기점으로 익숙한 발라드 넘버들을 속속 채웠다. '왔던 길보다 걸어갈 길이 훨씬 많잖아'라 힘찬 목소리로 노래하는 '같이 걸을까'의 따뜻한 시선은 팀을 지지해온 오랜 팬들에게 감흥이 짙을 지점이다. 다만, 많은 문법의 교차로 들을 거리가 다양하면서도 트렌디한 곡과 예스러운 곡 사이의 간극이 커 일률적인 감상이 어렵기도 하다. 순백한 크리스마스 캐롤 '하얀 거짓말'이 완성도와 별개로 유독 우뚝 튀어나와 있는 것도 유기성 부족의 일례다.

그럼에도 개별곡의 매력으로는 실망이 없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풍조에 따른 변화 속에서도 위화감 없이 곡에 어우러지는 팀원들의 활약도 이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여전히 많은 시도를 소화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거대한 의미 수확보다 달려온 길을 돌아보는 여유다. 전진과 귀환 사이의 합일점으로 팀의 15주년을 여유롭게 기념하는 자축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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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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