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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은 ‘빨대부터 거절’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소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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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하나 줄이는 실천을 이어가면, 그만큼 세상이 덜 오염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작은 제로 웨이스트 습관도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고요. (2021.01.20)


제로 웨이스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2016년부터 지금까지 ‘쓰레기 없는 삶’을 꾸준히 실천해 온 ‘소일’의 제로 웨이스트 안내서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가 출간됐다. 5년 동안 제로 웨이스트를 실행해 온 저자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에 있어 고수에 가깝지만, 결코 우리에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 많은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제로 웨이스트는 사실상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목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00에서 90으로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 그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제로 웨이스트가 알려지지 않았던 2016년부터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셨는데요. 그 계기와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시작은 ‘미니멀라이프’부터였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살고 있었는데, 자연 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느꼈달까요. 덧없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 피난 세트를 준비하는 일본인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자연재해에 처한다면 어떤 물건을 챙겨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비우는 일을 고민하면서, 문득 그러면 ‘집 밖으로 나간 나의 짐들, 쓰레기들은 어떻게 되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집 안이 아무리 깨끗하고 미니멀하다고 해도, 내가 버린 쓰레기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느꼈죠. 그 쓰레기들은 아직도 썩지 않고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에 무섭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쓰레기를 덜 만들면서 살아가는 ‘제로 웨이스트’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윤리적 최소주의자라고 칭하시는데요. 그 이유와 과정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풀어본 ‘최소주의자’라는 명칭으로는 저를 다 표현할 수 없었어요. 환경, 사회,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덜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거창하지만 ‘윤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윤리적 최소주의자’라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스스로를 ‘윤리적 최소주의자’라고 칭하면서 물건의 생산, 소비, 사용, 배출의 전 과정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하면서 1,000개 덜어 내기를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물건을 덜어 냄에 있어 미련이 남는다거나, 차마 버리기 어려운 것이 있는 등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물건이 있었나 새삼 신기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저도 1,000개를 덜어내면 삶의 알맹이만 남을 것이라 기대했어요. 그런데 910개 넘게 덜어낸 요즘도 아직 군더더기가 많이 붙어 있는 기분입니다. 덜어낸다고 덜어냈는데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던 모양이에요.

물건을 덜어내는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한 것도 미련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어떨 땐 ‘이런 물건을 왜 가지고 있었지?’ 스스로가 이해가 안 되는 때도 많았습니다. 미련이 남거나 차마 버리기 어려운 것은 딱히 기억에 남지 않을 정도로 없었어요. 다른 의미로 비우기 어려운 물건은 있었죠. 바로 '립밤'과 '볼펜'이요. 새 물건이라면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나눔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바르다만 립밤, 핸드크림 등 자잘한 것들은 열심히 쓰고 또 써봐도 비우는 과정이 더뎌서 어려웠습니다. 화장품을 다 사용하는 데만도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화장품과 펜을 끝까지 다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 쾌감이란! 물건을 계속 덜어낼 수 있었던 것은 나만 아는 다 쓰고 비우기의 즐거움 덕분 아닐까요?

제로 웨이스트는 필연적으로 실패를 동반한다고 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좌절은 없으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사람은 생존하면서 필연적으로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부터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로 웨이스트를 지속할 수 있었어요. 좌절과 실패도 많았죠. 장바구니를 다 챙겨 장을 보러 갔는데 이미 비닐봉지에 담아 주시는 상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고요. 카페에서 이미 빨대가 꽂혀서 나오는 음료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죠. 그래도 쓰레기 하나 줄이는 실천을 이어가면, 그만큼 세상이 덜 오염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작은 제로 웨이스트 습관도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고요.

지구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일회용품을 쓰면서도 지구 환경을 걱정하기도 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주실 환경 위기 상황이 있다면요.

요즘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라고 하죠.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면서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후가 급변하고 있어요. 한반도의 16배에 이르는 쓰레기 섬, GPGP는 점점 영토를 넓히고 있고요.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기후 위기 속 생존의 문제 앞에 언제까지 ‘편리함’을 우선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인디언 속담에 “마지막 나무가 잘려나가고, 마지막 강이 오염되며, 마지막 물고기마저 사라질 때 인간은 그제야 돈을 먹고 살 수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지구의 위기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급박한 순간이에요. 다행인 것은 아직 이 지구를 지속 가능하도록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몇 년쯤은 남아 있습니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 우리가 지금의 환경 위기 상황을 느끼고 함께 변화를 만들면 좋겠어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도 주변 사람에게 전파하기보다는 실천하는 행위만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런 이유가 궁금합니다.

‘말’은 때때로 오해를 사기 쉽지만, ‘행동’은 그 전파력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스스로 행복하게 이어나가는 모습, 쓰레기를 덜 만들며 사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강력한 설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소하려고 했는데, 누가 청소하라고 하라고 하면 왠지 청소하기가 싫어지잖아요.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많이 배출하면서 아무런 감정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드물어요. 누구나 불편하죠. 그런데 불편한 마음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라.”라고 말을 하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어요. 심지어 다툼과 갈등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덜 느끼게 하면서도 동참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어요.

처음에는 혼자 소소하게 시작한 제로 웨이스트가 이제는 '#같이쓰레기줍기' 캠페인으로 발전되거나 환경 관련 강연을 하는 등 사회적인 활동으로 확대되었는데요. 그 과정과 더불어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소소한 실천을 함께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제로 웨이스트 공동체가 확장되고 있다고 느껴요.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개인, 기업, 단체도 늘고 있고요. #같이쓰레기줍기 캠페인은 앞으로 전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싶어요. 결혼식, 육아 등 겪어보지 못한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보고 싶고요. 지금처럼 먹고, 일하고, 놀고, 사는 과정에서 환경, 사람, 사회에 나쁜 영향을 덜 끼치기 위해 스스로 되돌아보는 어른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소일

윤리적 최소주의자.

물건을 소유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사람, 사회,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016년부터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했다. 미니멀리스트를 한글로 해석한 ‘최소주의자’에 환경 의식을 담은 ‘윤리’를 붙여 ‘윤리적 최소주의자 소일’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제로 웨이스트를 하는 일상을 기록했다.
현재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일하고 있다. 공유 냉장고 프로젝트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사회환경교육지도사 자격증을 땄고, 사회적경제대학원을 다닌다. 배우고 결심한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습관이 결국 인생을 만든다고 믿는다. 50년 후에는 “옛날에는 세상이 참 더러웠지.” 하고 오늘날을 회상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제로 웨이스트는 처음인데요
소일 저
판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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