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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자가 읽는 7개 코드 속 유럽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윤혜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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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소의 현재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간직한 과거를 함께 들여다보고, 과거에 대한 물음을 통해 현재에 대한 물음을 품는다. (2021.01.11)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에서 멀어져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하지만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를 출간한 윤혜준 교수의 여행 이유와 방법은 좀 다르다. 한 장소의 현재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간직한 과거를 함께 들여다보고, 과거에 대한 물음을 통해 현재에 대한 물음을 품는다. 

유럽 도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들이 이미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은 돌·물·피·돈·불·발·꿈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매우 독특한 서술 방식을 택해 흥미롭다. 49가지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완결성을 갖춘 짧은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영문학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었을까? 윤혜준 교수에게 책에서는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어보기로 했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는 여행서도 역사서도 아니지만, 사실 그 둘 다이기도 해요.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셨나요? 

진정한 인문학자에게는 과거가 현재이고 현재가 과거입니다. 둘을 함께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체험하는 것이 제가 이제껏 해온 일이기에, 독자를 저의 이러한 시간여행에 초대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우리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서양문명을 피상적으로만 아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간 줄곧 보아왔기에, 서양을 나름 열심히 수십 년 공부한 자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서구의 역사, 문화, 예술, 사상의 안내자 역할을 할 책임도 느꼈습니다. 이제껏 국내에 나온 유럽 도시들에 관한 교양서들이 제 몫을 다 했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이 책을 쓰지 않았겠지요. 이런 책들 저자 중에는 제가 잘 아는 분도 있습니다만, 인문학은 과거에 대한 물음을, 또한 과거에 대한 물음을 통한 현재에 대한 물음을 품어야 한다고 믿기에, 이 책 집필에 나섰습니다. 

책에서는 한 도시 한 공간의 실제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짧은 소설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의도하신 건가요? 아니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쓰인 건가요?

저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실패한 소설가입니다. 학자로서는 크게 실패했다고 할 이유는 없겠습니다만. 여러 해 전에 두 권의 장편 소설을 출간했지만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책을 내준 출판사와도 소원해졌지요. 최근에도 새로 소설을 한 편 썼지만 10여 군데 출판사에서 원고를 보더니 매정하게 퇴짜를 놓았습니다. ‘내가 진력해서 지은 허구를 국내 출판계에서 그토록 꺼린다면 논픽션 원고는 받아주겠지,’ 하는 생각에서, 다소 소설처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저의 세 번째 장편소설도 언젠가는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역사와 사상이 듬뿍 담긴 글인데, 아, 그 어떤 출판사의 낙점도 받지 못했다니!

유럽 도시들을 폭넓게 다루고는 있지만, 이탈리아에 좀더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책은 대개 다양한 지역을 소개하려는 게 일반적일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 책은 유럽 여행서가 아닙니다. 몇 박 며칠 유럽 일주 패키지 상품 격으로 유럽 도시를 돌면서 의무적으로 골고루 한 군데씩 다 들르는 것은 제가 의도한 바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유럽 도시의 역사는 모든 유럽 도시들의 원조인 로마에서 비롯됩니다. 이탈리아 도시들은 물론이고, 파리, 런던 등 유럽 대부분의 도시들은 로마제국이 만들어줬고 런던의 경우처럼 이름도 지어줬지요. 유럽 도시의 과거를 현재로 느끼고 현재를 과거로 느끼려면 이탈리아 반도에 오래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를 무척 사랑하는 것도 동기이겠지요.    

『올리버 트위스트』『댈러웨이 부인』 같은 문학작품을 끌어와 이야기를 구성한 장들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여행할 때 영문학자이기 때문에 보이는 색다른 지점이 있을까요?

사실 이 여행의 가장 큰 동반자는 영문학이 아닌 이탈리아 문학의 거장 단테였습니다. 라벤나로 제 발길을 이끈 이도 단테였고, 단테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가입니다. 피렌체에서 초빙교수로 체류하며 피렌체가 고향이나 피렌체가 추방한 단테와 깊이 교감할 수 있었지요. 영문학은 제 밥벌이 본업이고, 『올리버 트위스트』 는 제가 젊은 30대 교수일 때 번역한 작품이기도 하고 해서, 이 책에 포함시켰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는 연구 논문도 발표한 바 있고, 런던 대학에서 방문교수를 하며 울프의 향취를 맡으며 지냈지요.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 도시를 재현하고 표현한 문학의 전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도시가 말을 하게 해주는 문학적 상상력을 도시에서 제거하면 도시는 따분한 지도와 냉혹한 건물들의 집합에 불과할 것입니다.

모두 같은 장소에 있어도 각자가 느끼는 바는 제각각이지요. 지금까지 유럽 도시를 여행하시면서 가장 완벽한 시간, 장소, 조건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저는 피렌체를 꼽겠습니다. 그것은 제가 피렌체에 단순한 관광객으로만 간 것이 아니라(처음 몇 번은 그랬습니다만), 그곳 대학에서 강연하고 학자들과 교류하며 삶의 현장에서 도시의 전통과 영혼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유럽 도시를 여행하며 가능한 한 값진 체험을 하는 비결이 있다면, 아마도 단체여행을 가급적 피하거나, 언어 등등의 제약 때문에 단체여행을 하더라고 자유여행 쪽을 택해서 나만의 발길이 이곳저곳 배회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다 꼭 봐야 할 곳에서 누구나 다 비슷하게 찍는 인증샷을 찍으려고 그 먼 길을 날아갈 필요가 과연 있을까요?

아쉽게 이 책에 싣지 못한 도시나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넣었으면 했지만, 빠진 이야기가 혹시 있나요?

사실 작은 소도시들 중에서 불가피하게 빠진 곳들이 많아서 무척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 기행’을 쓸까 합니다(농답입니다). 서구문명의 큰 갈래들을 도시 이야기에 섞어 넣다보니 유명 대도시 위주로 책을 구성했습니다. 넣고 싶었으나 넣지 못한 후보들 몇 개만 거론한다면 잉글랜드의 바스, 프랑스의 아비뇽, 이탈리아의 제노바, 스페인의 그라나다, 독일의 아우스부르크,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스위스의 바젤, 아일랜드의 더블린… 이런, 리스트가 점점 길어지니 그만 멈춰야 할 듯합니다. 책 한 권에 제가 가봤고 할 말 있는 모든 도시들을 다 넣을 수는 없었지요. 무엇보다도 도시들을 관통하는 주제가 중요했으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 시기를 무사히 넘겨서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어느 도시를 가보고 싶으신가요? 

일단 피렌체에 가서 그곳 지인들과 키안티 와인을 나누며 이 책을 쓴 ‘무용담’을 나눌 계획입니다. 책 저자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피렌체에서 보낸 한 계절이 아니라면 아마도 이 책은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밖에 어디를 갈지는 저와 함께 여행할 매우 중요한 한 사람의 의견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사람이 자기 의지대로 사는 것도 즐겁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의지대로 사는 것도 큰 낙이지요.




*윤혜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 한국에서 다닌 대학원이나 박사과정을 밟은 미국 대학교의 영문과는 문학, 역사, 철학을 접목하는 학풍이 강했다. 그 덕에 문학뿐 아니라 서구 사상과 지성사를 탐구하는 훈련을 받았고, 꾸준히 영문학과 인문학의 경계선을 오고 가는 교육과 연구를 해왔다. 인문학자이나 사회과학과도 대화한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에 대한 연구서를 네덜란드의 명문 브릴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언더우드 특훈교수’로 임명됐으며, 꾸준히 18세기 영국 정치, 경제, 종교 사상가들을 연구하고 있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윤혜준 저
아날로그(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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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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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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