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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주 “서로의 삶을 알면,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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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숨을 쉬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버거운 노동을 견디고 있는 이주민 이웃들이 있음을 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1.01.08)


제2의 『전태일 평전』이라고 평가받은 『말해요, 찬드라』 저자 이란주의 특별한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로지나 노, 지나』 는 대한민국에서 ‘투명인간’, ‘불법인간’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미등록이주민들의 역사를 기록한 르포소설이다. 부모님을 따라 다섯 살에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소녀 로지나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아름답고도 눈물겹게 펼쳐진다. 이 소설을 통해 당신 주변에도 가난한 담장 안에 따뜻한 숨을 쉬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버거운 노동을 견디고 있는 이주민 이웃들이 있음을 늘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로지나와 라주, 나라와 뭉크, 린과 수니 아줌마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길 바란다. 



그동안 말해요, 찬드라』 『아빠 제발 잡히지 마』 『나의 미누 삼촌』 등 르포라는 형식으로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셨는데, 이번에는 소설로 쓰셨어요. 왜 그동안 해오던 글쓰기 방식이 아닌 소설을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이주민의 삶을 접한다면 더 깊게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한 기대를 해 봤습니다. 책 속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이면서, 또 실존인물이기도 합니다. 책 속 이야기는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고요. 로지나 가족이 한국에서 겪은 20년은 이주민의 역사이기도 하고, 이주민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주민의 삶이 위태롭게 겉돌면서도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주민이라서,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서, 방글라데시 사람이라서, 무슬림이라서 겪어야 했던 로지나의 20년을 따뜻한 시선으로 읽어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 『로지나 노, 지나』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또 이 소설에 등장하는 행복동의 배경은 어디이며, 행복동이라 이름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글라데시 출신 소녀 ‘로지나 이슬람’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노’씨 성을 가진 ‘지나’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국인 친구들이 한국 방식으로 로지나의 이름을 재해석했다고 할까요? 로지나는 그런 상황을 수용하며 친구들 속에서 문화를 공유하며 자라납니다. 그러나 긴급한 상황에 몰려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 순간 매서운 미등록이주민의 삶이 시작됩니다. ‘노, 지나’는 한국사회에서 거부당하는 로지나의 서글픈 삶을 의미합니다. 

행복동은 실제 세상에는 없는 마을이죠.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그 행복동입니다. 행복동의 모델이 된 지역은 물론 있지만 일부러 밝히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 이주민이 깃들어 살고 있는 모든 지역이 다 행복동입니다. 마을에 이주민이 살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가난한 담장 안에 따뜻한 숨을 쉬고,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버거운 노동을 견디고 있는 이주민 이웃들이 있음을 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로지나와 라주, 나라와 뭉크, 린과 수니아줌마를 적극적으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은 헌사에서 이 책을 ‘모든 미등록이주청소년들에 바칩니다’라고 하셨어요.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미등록’은 ‘유효한 체류자격이 없어 정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외국인의 상태’를 말합니다. 미등록이주아동은 애초 입국할 당시 인정받은 비자가 있었으나 기간이 도과한 경우도 있고, 미등록이주민 부모에게서 태어나 아예 등록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출생등록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미등록이주아동 중에는 어느 국가에도 출생등록을 하지 못하여 무국적 상태에 놓인 경우도 있습니다. 출신국의 박해를 피해 우리 정부에 보호를 요청한 난민의 자녀가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외국인의 자녀가 우리 정부에 그 출생을 신고하는 제도는 아직 없습니다. 부모 출신국의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출생신고를 하고 여권을 발급받은 후, 우리 법무부에 외국인 등록을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미등록이주민의 경우 자기 출신국 정부에 자녀의 출생을 신고하는 일도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 정부가 한국에서 미등록 체류하는 자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며, 미등록 체류 자국민의 여권재발급과 여권기간 연장, 자녀의 출생등록 등 민원을 거부하거나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대개 우리 정부가 이주민을 보내는 나라 정부에 미등록체류자 수가 증가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라고 요구하기에 발생합니다. 이주민을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가 이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어려움이 중첩되어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도,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인권을 보장받으며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로지나, 라주, 나라처럼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이주아동’은 몇 명이나 될까요?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의 정확한 수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로지나처럼 국경을 넘으며 출입국에 기록이 남아 있는 아동-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나라와 같이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국경을 통과하여 기록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고, 라주처럼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외국인등록을 하지 못해 공식적으로 기록된 적이 없는 아이들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주민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민간단체들이 그간 경험에 기대 18세 미만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이 약 1~2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나라간 이동이 금지되어 또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간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기 어려운 미등록이주민 부모들이 여러 방법으로 아기를 출신국의 가족에게 보내 양육을 부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길이 막혔습니다. 많은 아기들이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시름 깊은 부모 품에 안겨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재난지원금과 보육료 지원 등 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미등록이주민 부모들은 생계와 양육의 고난을 맨몸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들을 위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아동-청소년이 고통을 받아왔고 또 앞으로 힘겨운 미래를 살아갈 아기들도 무척 많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장기체류 미등록이주아동에 대해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미등록이주아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이들이 국내에 체류하기를 원한다면 체류자격을 심사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것과, 제도마련 전이라도 현행 법제도상 가능한 절차를 활용하여 체류자격 부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라고 했습니다. 이는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이 저마다 다른 배경과 사정으로 체류자격 없이 출생하고 자랐지만 체류자격에 대해 이해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고, 대한민국에서 학교에 다니며 언어와 풍습, 문화와 생활환경 등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교우관계를 만들며 사회적 기반을 형성했음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익적 측면과 헌법상 규정된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국제협약상 권리, 가족결합권 등 개인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인권존중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이 권고에 대한 수용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는데, 더 늦지 않게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의 눈물을 닦아 주기 바랍니다.

우리 사회는 ‘미등록이주아동의 인권 또한 보호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기준을 아주 느리게 배우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미등록이주아동 또한 인권과 아동의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이주아동이 안전하게 태어나고 그 출생이 등록되어야 하며, 아플 때 병원에서 치료받고, 어린이집 등 아동보육 서비스와 시설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교육에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이 기준에 다다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사회가 2000년대 초반 미등록이주아동의 교육권을 인정하여 초등학교 입학을 허용했고 차츰 중학교, 고등학교의 문을 열어주었다는 점입니다. 미등록이주민을 옥죄는 단속과 강제추방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유보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국에서 자라난 이주청소년들이 불안감 없이 한국에서 미래를 펼칠 수 있도록 시급히 새로운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실제 모델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사실 로지나, 라주, 나라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로지나가 떠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로지나는 새로운 삶을 일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코로나로 인해 사회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고 합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감염되어 치료받고 있고 여러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로지나는 그런 속에서도 방글라데시 말과 문자와 문화를 열심히 배우며, 거리의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라주는 일하며 학교에 다니는 일상을 꿋꿋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고3이 되겠네요. 대학에 진학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다는데 그 소망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나라는 한국 정부가 2019년 12월에 발표한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 대책_자진출국제도]에 따라 자진신고를 한 후 수연이를 데리고 몽골로 떠났습니다. 원래 계획은 시어머니에게 수연이를 부탁하고 다시 한국에 온다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몽골 국경이 봉쇄되고 비행기가 멈춰버린 바람에 아직 몽골에서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뭉크 혼자 한국에서 지내며 나라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님 약력을 보니 1995년부터 지금까지 25여 년을 이주민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셨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이주민들과 함께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지금도 이 활동을 멈추지 않는, 아니 멈출 수 없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그냥 곁에 있는 시간이 긴 것이지 딱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동체성이 거의 사라져 차갑고 삭막해진 우리 사회와는 달리, 서로 형편을 살피고 돕는 이주민 사회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따뜻함에 이끌려 곁불을 쬐다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이란주

1995년부터 지금까지 이주노동자, 이주민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과 친구가 된 덕분에 인권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이주민들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 맞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이겨 내는 모습을 보고 용기와 지혜를 얻었다. 지금은 이주민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주민의 삶을 그대로 담아낸 『말해요, 찬드라』와 『아빠, 제발 잡히지 마』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이웃 나라 어린이들의 이야기와 문화를 담은 『안녕 아시아 친구야』가 있다. 



로지나 노, 지나
로지나 노, 지나
이란주 저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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