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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여름, 글이 되는 노래] 개와 나

<월간 채널예스>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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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왔다 가는 길이 선처럼 그어져 남는다. 돌려주더라도 그 선은 여전히 나와 개 사이를 잇는다. 이어진 채 각자의 시간을 달린다. (2020.01.06)


오소영 님의 노래 <멍멍멍>을 요즘 매일같이 귀에 달고 걷는다. 사람이 개에게 하는 말로 읽어도, 개가 사람에게 하는 말로 읽어도 끄덕여지는 행복과 바람의 언어들이, 산책하는 걸음 같은 박자 위에 올라가 있다.


오늘도 나가 뛰놀자 멍멍멍

맛있는 걸 많이 먹자 멍멍멍

오늘도 하늘을 보자 멍멍멍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있으니

- 오소영 <멍멍멍> 중에서 (음반 《어디로 가나요》, 애프터눈 레코드, 2020)


위 후렴에서 “~하자”는 제안이 귓속에 흘러들면, 몸속 어딘가의 ‘흥얼거림 기관’이 거의 자동적으로 “멍멍멍”을 부른다. (독자들도 그럴 거라 확신한다.) 이 “멍멍멍”들은 “그래!” 하는 대답 같기도, 앞 청유문들의 번역 같기도 하다. 앞이 사람의 말이고 뒤가 개의 말일 수도,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둘 간의 대화가 ‘메기고 받는’ 형식 속에서 함께 걸어간다. 메기고 받으면서 그러니까 두 존재가 주고받고 또 주고받으며 그로써 “아름답게 살아있음”이란 시공간 안에 서로 겹쳐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즐거워지면서 또 슬퍼진다. 두 생이 겹쳐 있지 않을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겹친 시간이 더욱 아릿하고 소중하게 다가오게 되기 때문이다.



시인 스무 명이 자신의 삶과 겹쳐 살았거나 살고 있는 개들에게 적은, 혹은 그들로부터 받은 것들을 모은 책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속에 민구 시인의 ‘이어달리기’라는 작품이 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죽지 않는 나라에서

계속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이다음에는 너의 개가 될게


더 벌어지지 않는다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서

네가 나를 따라잡는다면


우리는 서로의 거리를 잊고

각자 어울리는 이름을 새로 지어주자

- 민구 <이어달리기> 중에서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커다란 동그라미 위로 둘이 번갈아 달린다. 한 바퀴를 따라잡아, 마침내 바톤의 양 끝을 나누어 쥐게 되는 그 순간을 만나서 두 생이 이어지고, 겹쳐지는 이미지를 그려본다. 이 시간이 아름답게 지나면, 다시 한 바퀴 기다릴 것이다. 이어달리기니까, 바톤을 주는 이와 받는 이는 계속 바뀐다. 번갈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사람으로, 개로 화하는 일들의 연속 속에서 둘은 하나의 원 안에 같이, 산다.

번갈아 달리며 주고받는 움직임으로 순환하는 인연의 선을 그어가는 일을 생각하니 또 다른 노래가 떠오른다.


내가 볼을 던지면, 넌 어느샌가 거기에 있어

그 어떤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해

어느 날 내가 지쳐 작아졌을 때, 음 뭐랄까

뜨거운 무언가를 내게 던져준

너의 이름은 바티스투타

(중략)

언젠가 우리 헤어지게 된대도, 음 괜찮아

영원한 강인함을 내게 넣어준

너의 이름은 바티스투타

- 이한철 <바티스투타> 중에서 (음반 《Organic》, 서울음반, 2005)


‘내’가 볼을 던질 때 ‘네’가 달려가고, 내가 작아졌을 때 너는 ‘무언가’를 던져준다. 캐치볼 하는 둘 사이로 공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며 끊이지 않는 궤적을 이루듯이. 궤적이 둘을 하나의 관계로 잇고 묶듯이. 노래의 뒷부분은, 둘의 시간이 더이상 안 겹치게 되더라도 이 궤적 그리기 행위가 멈추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네가 내게로 넣어준 것들이 내게 영원히 살아있는 한, 그 던지는 행위는 아직 종료되지 않은 것이다. 야구 용어를 빌려 보자면, 여전히 공이 살아있으니까, 인플레이 상태인 것이다. 헤어지는 일에 대해 깊이 묻고 생각하고 조언하는 책 개를 잃다』에서, 작가는 자신의 개를 보낼 때 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적는다.


제게 이 개를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이는 제 삶에 무조건적인 사랑과 행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레이디는 참으로 자신의 사명을 잘 마쳤습니다. 이제 이 아이를 돌려드립니다. 잘 돌봐주세요.

-『개를 잃다』, 21-22쪽


둘의 주고받음으로 만들어지는 행위의 궤적은 이 인식 속에서도 그려지지만 그 주체는 달라져 있다. 주고받는 이는 신과 나이고, 개는 신으로부터 온 선물 같은 존재이다. 선물이지만 증여받은 게 아니고 빌린 것이다. 그러므로 소유한 게 아니라 맡아 돌본 게 된다. 손바닥을 펴서 바톤을 놓는 일은 여기서는 신에게 “돌려주는” 일이 된다. 신에게 돌봄을 부탁하는 일이 된다. 나에게로 왔다 가는 길이 선처럼 그어져 남는다. 돌려주더라도 그 선은 여전히 나와 개 사이를 잇는다. 이어진 채 각자의 시간을 달린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유계영 등저
아침달
개를 잃다
개를 잃다
엘리 H. 라딩어 저 | 신동화 역 | 이윤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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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 어디로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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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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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종현(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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