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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가 내뱉는 우아한 항쟁

나스(Nas) <King’s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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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꾸준히 제련한 칼날은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나스는 무기를 거두며 폭력이 아닌 더 큰 인류애로 사태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 조언을 시작한다. (2020.10.28)


1994년 발매한 불후의 명반 <Illmatic>부터 지금까지 1974년생 래퍼는 거리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당대의 차디찬 현실은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한껏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시적 표현으로 가꿔진 개인의 경험은 날카롭게 힙합 신에 파고들었다. 그렇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스의 행보가 무색하게 블랙 커뮤니티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이는 베테랑 래퍼에게 개연성을 부여하며 왕이 귀환해야 할 충분한 근거를 제시했다.

데뷔 이래 꾸준히 제련한 칼날은 여전히 빛을 발하지만, 나스는 무기를 거두며 폭력이 아닌 더 큰 인류애로 사태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 조언을 시작한다.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한 2018년 작 <NASIR> 이후 이 년만이며 동부를 넘어 장르를 대표하게 된 그가 내뱉는 우아한 항쟁. 바로 <King's Disease>다.

프로듀서 힛 보이가 주도적으로 재단한 부드러운 레드 카펫 위 나스의 걸음은 과장되지 않는다. 동시에 한 발 한 발을 의미 있게 내디디며 위엄을 지킨다. 앨범과 동명의 트랙인 'King's disease'로 행차를 시작한 그는 퀸스 브릿지에 대한 존중을 내비치는 한편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본인을 칭송하고, 무수히 많은 도전자의 세태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동료들이 나아갈 방향까지 제시한다.

'Ultra black'은 지역에서 인종으로 확장된 시선이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가볍게 코드를 집어내는 피아노 연주는 앨범을 통일하는 테마로 작동한다. 차분한 비트는 오히려 현재와 대비되며 심각성을 일깨우는 장치로 작동하며, 서사를 짙게 물들인다. 가수 그레이스 존스와 콜린 캐퍼닉의 행적을 기록하는 행위로 획득한 자긍심을 기반으로 '흑인은 부자가 되려면 가족의 일원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부정적인 이면을 '10 Points'로 반박하고, 'The Cure'의 넘치는 응원을 통해 깊게 새겨진 상처의 치유를 시도한다. 죽어가는 흑인 남성과 남겨진 여성의 연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Til The war is won'의 관점도 감상의 중요한 지점.

일관된 분위기와 가사는 앨범의 유기성을 견고히 다지며 완성된 작품으로서 가치를 증명하지만, 개별 단위의 흡인력은 떨어진다. 메시지의 무게를 뒤받치지 못하는 평범한 곡들의 향연은 <King's Disease>의 당위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참여진에 대한 활용도 아쉬운 부분이다. 빅 션, 돈 톨리버는 개성이 뚜렷한 나머지 조화롭지 못하고, 'All bad'에선 앤더슨 팩과 서로 다른 곡을 부르는 듯한 구성 속에서 힘겨루기까지 실패한다. 오랜 친구 AZ를 비롯한 The Firm의 멤버들과 그들의 프로듀서였던 닥터 드레가 반갑긴 하나 'Full circle'도 그저 그런 추억만을 상기시키며 흘러간다.

<King's Disease>는 'Blue benz', 'Car #85' 등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사가의 면모를 포함해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만 그 주체가 나스라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실을 확고한 콘셉트 아래 편안하고 적확하게 다룰 수 있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주한 그이기에 가능하다. 무엇보다 차별이 야기한 불균형의 무게추에 무게를 더 했다는 점에서 뜻을 지닌다. 발전을 논하며 그가 쌓은 탑을 깎아내리기엔 높이가 아스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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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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