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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나는 엄마다>, 엄마가 아니라도 추천합니다

웹툰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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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나는 엄마다>는 충분히 현실을 보여주었지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나 역시 아이 있는 삶의 행복을 그에게 배웠다. (2020.09.14)


출처: 다음 웹툰 <나는 엄마다>

남의 집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를 6년에 걸쳐 지켜보았다. 아니,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는 존재가 아니니 정확히 말하면 두 아이를 키우는 한 여성의 생활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셈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최근 완결된 <나는 엄마다>는 연년생 형제의 엄마인 순두부 작가의 일상툰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참여하는 ‘도전 리그’에서 2년간 연재되다 2015년부터 정식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선언한다.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그 전쟁에 뛰어들고 싶지 않아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지만, 나는 이 ‘지극히 평범한 보통 엄마의 육아 넋두리’를 꼬박꼬박 챙겨 들었다. 

둘째가 6개월 되었을 때 작가가 우울함을 떨치려 그렸던 짧은 만화에서 시작된 <나는 엄마다>의 초반은 육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한쪽 팔에 아이를 안고 다른 손에는 가방을 들어야 해서 발로만 벗을 수 있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거나, 엄마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우는 아이들 때문에 화장실 문도 닫을 수 없는 등 일상적 고난이 시니컬한 위트와 함께 펼쳐진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달래고 놀아주며 사랑으로 돌보다가도 문득 지쳐 육아 슬럼프에 빠진 작가는 “바라는 것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 같다”라면서도 털어놓는다. “딱 일주일만, 아니 삼일만 혼자 지내고 싶다.”

출처: 다음 웹툰 <나는 엄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보여주는 이 작품에 “이 작가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 불만이 계속 나올 수 없다.”라는 댓글이 달린 적도 있다. 아이를 돌보거나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면 나올 수 없을 듯한 반응이지만, 작가는 담담하고 명료하게 설명한다. “아이들을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끊임없이 육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느냐. 그건… 힘들어서입니다. 제가 유독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육아는 정말 힘들어요. 분명 정서적으로는 행복하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가끔은 정신적으로도 피로할 때가 있거든요. 예전 지독히 개인적이던 미혼 순두부와, 엄마가 되어 타인을 위한 희생의 가치를 깨닫게 된 기혼 순두부라는 자아가 부딪힐 때 피로해집니다.” ‘자아의 부딪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아이를 키우며 쓴 에세이 『분노와 애정』의 한 구절과도 겹쳐 읽힌다. “나는 쓰라린 분노와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 더없는 행복에 대한 감사와 애정 사이를 죽을 듯이 오간다.”

이처럼 뜨겁게 아이들과 주고받는 감정, 울고 웃는 경험, 끝없는 대화로 채워진 수년이 지나, 엄마가 아이들에게 우주 그 자체였던 시기는 끝이 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친구와 놀러 다니는 데 재미를 붙이고 “아이들은 내가 없어도 매일 최고의 하루를 보내더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는 ‘빈 둥지’에 서운해하는 대신 새롭게 맞이할 자유에 설레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나는 엄마다>는 엄마와 아이들의 생활을 중심에 놓는 한편, 30대 여성 순두부라는 개인의 인간관계, 커리어, 주거 문제 등 삶의 다양한 이슈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나이가 들고 자식을 키우며 바라본 부모라는 존재, 동갑내기 친구였던 남편과의 갈등을 다루는 법, 각자의 사정에 따라 변화하는 우정의 문제, 수차례 이사 끝에 내 집 마련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묘사하는 통찰력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난다 작가의 <어쿠스틱 라이프>에 이어, 좋은 일상툰은 좋은 에세이와 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출처: 다음 웹툰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대학교 4학년 때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작가가 ‘엄마’가 되기를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출산과 비출산의 장단점을 사분면에 나눠 적으며 고민하고, 낳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바꾸고, 남보다 일찍 결혼하면서 엄마로 살아갈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던 스물다섯 살 여성의 불안과 각오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서른 살에 웹툰 작가로 첫 직업을 갖게 된 순두부 작가는 “청춘을 불태워 가정을 꾸린” 10년의 시간을 이 작품에 담았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때 다짐한 것이 있었습니다. 현실을 보여주자. 결혼과 육아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자!” 그는 충분히 현실을 보여주었지만,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나 역시 아이 있는 삶의 행복을 그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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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은(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웹 매거진 <매거진t>,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괜찮지 않습니다』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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