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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재벌과의 인터뷰>, 이런 로코는 네가 처음이야

웹툰 <재벌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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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관계와 의외의 순간에 설레며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이 이야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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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양서준과 웹소설 작가 지은이 스웨덴 트레킹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낯선 장소, 비일상적 분위기, 서로 다른 만큼 끌리는 두 사람, 때마침 닥쳐온 재난을 함께 이겨내며 싹트는 사랑 그리고 운명적 이별…! 로 흘러가야 마땅할 것 같은 이야기는 양서준이 지은에게 빚지게 된 ‘100만 원짜리 깻잎 통조림’과 함께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통통 튀어간다. 다음 웹툰 우다 작가의 <재벌과의 인터뷰>다. 

2015년, 한국 가부장제에 찌든 친족 관계를 징글징글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뒷목을 쥐락펴락했던 ‘장남·장손 편애 환장 가족극’ <그래도 되는家> 이후 오랜만에 장편 웹툰으로 돌아온 우다 작가는 전작과 전혀 다른, 그리고 로코(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공식에서도 완벽히 벗어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글로벌 대기업 태양그룹 양태윤 회장의 장남이자 태양에너지 상무로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인, 즉 이 장르 클리셰의 정수와도 같은 양서준은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재벌남’ 캐릭터를 “무례한 배금주의자”로 인식하며 자신의 언행을 단속하는 조신한 남자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성정에 사슴 같은 눈망울의 소유자인 그는 수줍음이 많고 무의식중에 새초롬한 표정을 종종 지으며 사과도 토끼 모양으로 예쁘게 깎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 양서준이 뜨악해하며 본 드라마 <재벌의 침대는 별이 다섯 개>의 원작자 지은은 가족 빚을 갚고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캔디형 여주’의 조건을 다 갖췄지만, 마냥 밝거나 단순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정신 건강을 유지하려 심리상담을 받으러 다니며 제한된 돈과 시간을 쪼개어 불안한 미래를 개척하는 지은은 장르 특유의 판타지적 설정 사이에서도 동시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현실에 단단히 뿌리 내려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지은을 저녁 식사에 초대한 양서준이 백화점 명품관에서 자신의 카드를 주며 무엇이든 사도 된다고 했을 때, 영화 <프리티 우먼> 이후 모든 ‘부자 남자-가난한 여자’ 드라마의 공식이 된 패션쇼 대신 비싸서 먹어보지 못한 무등산 수박을 사러 호쾌하게 식품관으로 향하는 이 인물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로코에 대해 정말이지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는 작가의 고백은 어쩌면 다행인지, 이 작품의 ‘삼각관계’ 역시 남다르다. 자기도 모르게 지은을 짝사랑 중인 양서준의 최대 라이벌은 여동생 양서정이다. 코스모스처럼 가냘픈 오빠와 달리 해바라기 같은 강렬한 존재감의 소유자로 음악과 경영 분야의 천재이자 차가운 도시의 독설가였던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마주친 아뜨린느(지은의 필명) 작가의 소설에 푹 빠지고 만다. 좋아하는 작가가 공백기도 은퇴도 없이 생활고를 겪지 않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 전문가 태스크포스 팀을 꾸리고, 창작을 위한 인풋을 제공하고자 크루즈 파티에까지 초대해주다니, 다소 광기 어린 듯하지만 매우 실용적인 매지컬리리컬(양서정의 팬 닉네임)의 애정공세에 빠져들지 않을 작가…아니, 독자가 있을까! 

비범한 여성 캐릭터라면 양서준의 비서 유능도 빠뜨릴 수 없다. 차기 회장의 왼팔이 되겠다는 야망을 이루기 위해 양서준의 짝사랑을 훼방 놓으려 하지만 막상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은근히 다정해 지은과 점점 우호적인 관계가 되는 그의 명대사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한 명일 땐 외롭지만, 둘일 땐 빡치는 법입니다! 못 이룬 사랑은 가슴 시리지만 이룬 사랑은 개떡 같은 법입니다!”



그러니까, ‘로맨틱’ 코미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관계와 의외의 순간에 설레며 정신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이 이야기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아무런 소득이 없는 일상을 견뎌내자. 어떤 거대한 행운을 기다리지 말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24시간 사이사이에 있을, 가까운 위안을 발견하고 작은 우연을 즐기면서.”라는 작중 내레이션처럼, 일상을 좀 더 잘 견디게 해줄 위안이 여기에 있다. “백일 아기 육아하다 누우면 손가락 움직일 힘도 없는데 이 웹툰 결제를 위해 전화로 캐쉬 충전까지 했다”는 독자의 댓글이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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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지은(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웹 매거진 <매거진t>,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괜찮지 않습니다』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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