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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 흥미로운 소우주

문선 - <균열(龜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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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은 이 앨범을 두고 “가장 나다운 소리를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망치고 엉망이어도 된다는 전제를 스스로 붙이며' 작업에 임했음을 밝혔다.(2020. 07. 08)


브랜딩, 그래픽 디자인, 공간 기획 및 스타일링 등 시각의 분야에서 활동해온 문선(MOONSUN)은 2017년 싱글 '녹녹(Nok Nok)'을 발표하며 본인의 심상을 청각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소박한 소리로 출발해 뚜렷한 이미지를 만드는 그의 음악은 첫 정규 앨범 <균열(龜裂)>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옛 가요의 문법을 바탕으로 나른한 복고풍의 전자음이 아지랑이 지며 아티스트의 자아 속 벌어진 틈으로부터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칸딘스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앨범 커버가 하얀 여백을 차례차례 채워나가는 그의 음악 세계를 예고한다. 최소한의 소리만 쓰인 작품은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나 그 지향점과 표현은 오묘한 카오스를 의도하고 있다. 왜곡된 목소리를 겹치며 허무한 감정을 노래하는 '나에게 정을 주지 마요'의 짧은 도입 후 소용돌이치는 신스 루프의 댄스 팝 '줘요'가 이어지고 래퍼 쿤디판다와 함께한 '옵'으로 불규칙의 정점을 찍는다. 혼란에 기반한 박자와 음정, 리듬 위 쿤디 판다의 선명한 메시지가 독특한 균형을 이룬다.

소리와 더불어 메시지 역시 형식적인 것을 거부한다. 정박으로 진행되는 '조바심'은 친절한 멜로디와 반대로 '오므린 맘 자꾸 쿰척일 때', '돋쳐버릴까, 갉아버릴까, 게워버릴까' 등 낯선 우리말로 생소함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하나의 심상을 풍부한 언어로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은 '따끔따끔 찌르다가 슬금슬금 조이다가 팔랑팔랑 흔들다가'라는 내용의 '멍하니'로도 이어진다. 그러다 '두 세계'와 '풋사랑'처럼 간결한 구성에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복고적인 표현이 묘한 익숙함을 불러일으킨다.

문선은 이 앨범을 두고 “가장 나다운 소리를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마구 망치고 엉망이어도 된다는 전제를 스스로 붙이며' 작업에 임했음을 밝혔다. 실제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소리와 투박한 표현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고도'와 '거울' 같은 몇몇 곡들은 어렵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의식 아래 존재하는 1970년대 가요의 멜로디와 메시지가 완벽한 미지의 것으로 표류하는 것을 막고 작품을 흥미로운 소우주로 압축한다. <균열(龜裂)>은 문선에게 독특한 첫 발걸음을 떼게 함과 동시에 확장 및 정돈의 과제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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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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