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 위 진취적인 메시지로 무장한 수민의 세계는 현재 가요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많지 않다.

가 ‘내 놀이터에서 놀아봐’(「Shaker」)라는 선언 아래 과감했다면 를 상징하는 가사는 ‘Let’s Make Some Love Love / 온기를 만들자’(「사랑만들기 (Zaza♡)」)다. 새롭고 독특한 세계는 여전하되 뚜렷한 멜로디 라인이 보다 쉬운 접근을 가능케 한다. 수민이 주창하는 ‘네오 케이팝’에서 전작이 ‘네오’에 힘을 줬다면 이번 작품은 ‘팝’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타이틀 곡 「사랑만들기」의 경우 정규작 의 타이틀 싱글 「너네 집」을 연상케 하는 구조와 마지막 곡 「Stardust」의 장대한 세계관을 더해 감각적이고도 대중적이다. 본인을 대표하는 스타일을 확립한 모습이다. 앨범을 시작하는 「불켜(TURNON)」의 반복 구조는 ‘that’s a very easy’라는 가사처럼 쉽고 「뭐라할 뻔 했냐면」과 「Swim」 역시 과하지 않은 생경함으로 각인된다.
앨범은 친근한 접근을 지향함과 동시에 급진적인 면모 역시 놓치지 않는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섹슈얼한 테마와 이를 치밀하게 구현하는 변칙 및 실험으로 완성된다. 작품의 네 곡 모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섹스를 다루고 있는데, 어둠과 빛 양측을 선명히 대비하는 「불켜」와 이국의 언어를 섞어 생경함을 더한 「Swim」은 감각적인 차원에 집중하는 반면 「뭐라할 뻔 했냐면」과 「사랑만들기」에서는 상황과 무드를 제시하며 스토리텔링의 형태를 취한다.
그것이 단순 묘사를 넘어 ‘가지마 나랑 좀 더 있자’(「뭐라할 뻔 했냐면」), ‘여기 아주 넘쳐나 나로’(「Swim」) 등 주체적인 태도의 자기 결정권을 전달하기에 앨범은 과감해진다. 에서 ‘내가 위 가면 / 넌 아래 가지’(「Woo」), ‘너와 나 사이가 반짝하고 터지도록’(「설탕분수」) 등으로 보인 섹슈얼한 면모를 압축 및 강조한 모습인데, 이런 발화 권력의 확보는 수민 본인뿐 아니라 타 여성 아티스트들에게도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가 된다.
3분 내외 4곡의 EP임에도 에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하고 넓은 사운드스케이프 위 진취적인 메시지로 무장한 수민의 세계는 현재 가요계에서 비교할 대상이 많지 않다. 소리로도 메시지로도 ‘네오 팝’이라는 타이틀에 십분 부합하는 결과물을 발표하며 미래의 소리를 착실히 쌓아 올리는 수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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