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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개와 인간의 다채로운 역사”

『독한 세계사』 이선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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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개들을 그저 돈으로만, 혹은 나를 즐겁게 해 줄 장난감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들이 우리 인간들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는가를 알아보고자 했죠. (2020.07.07)


기원전 1만 5천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걸어온 ‘개’, 그들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을까? 고대부터 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작은 개의 위대한 역사를 담은 『독한 세계사』가 출간됐다. 이 책은 단순 개에서 애견, 이제는 반려견으로 자리 잡은 개가 인류의 역사 속에 어떤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겨왔는지 ‘개중심’적 시각으로 톺아보는 새로운 관점의 역사서다. 크게 서양 편, 동양 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계 4대 문명 발생지를 중심으로 개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그리고 역사와 인식의 변화에 따라 그 역할과 지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다양한 일화를 통해 살펴본다. 이탈리아에서 유럽정치를 전공하고, 애견 학원을 개원한 이선필 저자에게 개와 인간의 다채로운 공존의 역사를 들어 보자.



‘독한 세계사’라니 제목이 참 독특한데요. 어떤 책인지 짧게 소개 부탁드려요.

역사, 즉 history는 ‘탐구하여 알아낸다’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탐구의 중심은 지구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 살아온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역사가 기본적으로 지배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탐구한 것도 알아낸 것도 모두 지배자였던 인간의 이야기들뿐인 것이죠. 그런데 지구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온 것은 사실 인간만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동물이라는 또 다른 삶을 이어온 존재도 있었죠. 이 책은 바로 그들, 특히 개들이 살아온 개들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000년 이상 동안 피지배자로 살아왔던 개를 중심에 두고 그들이 각 지역에서 어떻게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왔는지를 추적한 것입니다. 

유럽정치를 쭉 공부하고 강의해오시다가 동물 복지학 강의도 하게 되신 걸로 적혀 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강의의 연장선에서 이 책도 쓰시게 되신 건가요?

네, 말씀하신 대로 저는 이탈리아에서 유럽정치를 공부하고 대학에서 15년 정도 유럽통합을 강의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애견학원을 개원하면서 개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애견학원을 하게 되면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매일같이 많은 강아지들을 소위 ‘강아지 농장’에서 데려오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1년 365일 철창 안에 갇혀 사는 개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그 모습이 사실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처참한 모습을 볼 자신도 없었고 분변 냄새 때문에 눈이 시어서 눈을 뜰 수조차 없었습니다. 비겁했지만 학원 운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강아지들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원에 데려와 개들을 깨끗이 목욕시켜주고 털들을 정리해 주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애견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애견산업 현황을 알게 되고 우리나라의 애견문화에 점점 더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그런데 최근 애견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비해서 애견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대당하고 유기되는 개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죠. 도대체 왜 그럴까? 제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개들을 너무도 모르고 있으면서도 그저 돈으로만, 혹은 나를 즐겁게 해 줄 장난감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들이 우리 인간들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는가를 알아보고자 했죠. 그리고 제가 근무하는 한국외대에 <동물복지의 인문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해달라고 요청했죠. 학교에서는 흔쾌히 수락해 동물복지를 강의하면서 특히 반려동물 복지 문제를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독한 세계사』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책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개가 액운을 물리치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동물로 인식되었다는 점입니다. 동서양에서 행운을 가져다주거나 수호의 동물이라고 하면 용, 해태, 봉황, 유니콘과 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이었죠. 개는 실제 인간들이 현실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던 동물이었습니다. 흔히 흔한 동물은 천하게 여기죠. 그런데 개만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그랬고 유럽 문화의 원형인 그리스에서도 그랬습니다. 북미 지역의 인디언들의 문화에서도 그랬고 중남미에서도 그랬습니다. 인도, 중국, 일본,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이것은 개가 가지는 수호의 이미지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세에서 인간을 지켜주는 동물이라는 이미지는 인간을 치유하고 내세에서 인간의 영혼 역시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것이 개가 다른 동물들이나 가축들과 다른 점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개는 우리 인간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동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반대로 가장 가슴 아팠던 에피소드나 지우고 싶은 역사가 있을까요?

개가 인간의 유희나 축제의 희생양이 된 역사들이 가장 가슴 아팠던 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에서 있었던 ‘정화의 월요일’ 같은 축제가 그렇습니다. 말을 탄 궁수들이 화살로 개를 맞히는 일본의 이누오우모노와 같은 놀이도 그렇습니다. 꼭 개가 아니더라도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형태의 놀이나 축제 문화는 우리 인간이 비인간동물들의 생명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이와 유사한 축제들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악습입니다.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저희가 배울 점이 있는 역사적 기록이 있을까요?

사실 동물복지라는 개념은 20세기의 개념입니다. 따라서 역사 속에서 동물복지의 개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책에서 동물들의 천국으로 묘사한 고대 페르시아나 인도와 같은 나라들도 동물복지 개념이라기보다는 윤회사상과 같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동물에 대한 대우가 좋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종교적인 이유라고 할지라도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던 인도와 같은 나라들의 전통과 관습은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획하거나 준비하고 싶으신 원고가 있을까요?

네, 최근 동물권과 관련된 주제로 작성하고 있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문화로 읽는 동물권 이야기>를 가제로 정해놓고 쓰고 있는데요, 제가 현재 한국외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동물복지의 인문학>이라는 강좌에서 교재로 이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요즘 영화, 게임, 소설, 만화, 축제 등에서 동물을 컨텐츠로 하는 다양한 문화들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들이 동물권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 <옥자>는 산업축산 시대의 동물권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컨텐츠입니다. 헐리웃 영화인 <혹성탈출>에서는 실험동물의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고, <개들의 섬>에서는 반려동물의 권리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논쟁이 많은 ‘산천어 축제’를 통해서도 동물권이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볼 수 있겠죠.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고 관련 보호단체들이 열정적으로 활동하면서 동물복지나 동물의 권리문제가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동물권 문제를 우리 주변과 연결시켜서 고민해보고 대안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비교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제 동물권 문제는 사회 전체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초등학생에서부터 일반 성인까지 우리가 소비하는 문화 속에서 동물권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을 준비해 볼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반려인들뿐만 아니라 비반려인들도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려인들은 이 책을 통해서 자신들이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개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알게 될 것이고, 비반려인들은 개라는 생명체가 우리 인간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살아왔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늘 우리 주변에 머물러 왔던 개라는 동물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동물, 그냥 그 정도로만 생각해 왔던 것이죠. 애견산업이 발달하고 애견문화가 성장해 가면서도 ‘개’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저는 이제는 개가 우리 인간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왔고 우리 인간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깊어질 때 비로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TV의 예능방송이 아무리 인기를 끌더라도 이러한 고민이 병행되지 못한다면 개는 그저 ‘애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개가 진정한 ‘반려견’이 되려면 그들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이 그들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이선필

이탈리아에서 유럽정치를 전공한 백면서생이 몇 년 전 어느 날 갑자기 애견 학원을 개원하면서 혹독한 시련을 겪는다. 개들과 부대끼고 어느덧 우리 집 서열 1위가 된 ‘일월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동물권과 반려 문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 양재동에서 애견 옷 학원과 애견 수제 간식 학원을 운영하며 한국외대에서 <동물복지의 인문학> 교양 강의를 하고 있다.



독한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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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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