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와이 우먼 킬> 여자는 죽음과 함께 기다린다

드라마 <와이 우먼 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와이 우먼 킬>의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진실을 공유한다. 죽음이 이혼보다 싸게 먹히며, 때로는 남편이 죽어야 자신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2020.07.06)

<와이 우먼 킬>의 포스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최지은이 영화, 드라마, 웹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격주 월요일, 그의 특별한 추천작을 만나보세요.


<와이 우먼 킬>(Why Women Kill)이라니, 정지해두었던 왓챠플레이 계정을 활성화하기 충분한 제목이었다. 여자가, 왜, 죽였냐고? 다 이유가 있겠지! 누구를? 역시 남편이겠지! “여자가 살해당하면 첫 번째 용의자는 남편”이라는 말은 범죄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대사 이전에 현실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19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 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소 1.8일에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반대의 경우가 매우 드문 것과 달리, 픽션의 세계에서는 남편을 죽이는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로 인기를 끈 <걸 온 더 트레인>과 <커져 버린 사소한 거짓말>, 남편이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듯 살게 된 <나를 찾아줘>, 습관적으로 외도해온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 여성의 내면을 그린 <조용한 아내>까지 흥미로운 작품은 한둘이 아니다. 『아무튼, 스릴러』의 이다혜 작가는 “여성 작가들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쓴 심리 스릴러 전성시대”에 관해 분석하면서 “이 장르의 소설에서 가장 수상한 사람이 남편이며, 가장 많이 죽는 사람 역시 남편이라는 것 역시 놀랄 일은 아니겠다.”라고 말한다. 

아무튼, 시작부터 죽음을 자초하는 남편들이 있다. <와이 우먼 킬>은 패서디나의 멋진 저택에 각각 1963년, 1984년, 2019년에 이사 온 부부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첫 번째 여성인 베스 앤(지니퍼 굿윈)의 남편 롭(샘 재거)은 말한다. “남자를 돌봐주는 여자만큼 섹시한 건 없다고 봅니다.” 아…미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은 아니지만. 두 번째 여성 시몬(루시 리우)의 남편 칼(잭 데븐포트)은, 바람을 피웠을 뿐 아니라 심각한 거짓말의 토대 위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 세 번째 여성 테일러(커비 하웰-밥티스트)의 남편 일라이(리드 스캇)는 가부장제 해체에 관해 연설하던 테일러의 첫인상이 “저렇게 섹시한 페미니스트는 처음 보네”였다고 회상한다. 물론 연설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데, 죽일까? 

그러나 이야기는 초반 예측대로 풀리지만은 않는다. 죽이고 싶을 만큼 밉던 남편이라도 살의를 누그러뜨리는 미운 정이 있고, 온갖 이해관계가 다 뒤섞여 있는 부부의 세계에서 ‘남의 눈’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결혼관은 여성 각각의 선택에 밀접하게 영향을 끼친다. 남편의 외도 상대 에이프릴(샌디 칼바노)에게 접근했다가 친구가 되어 버린 베스 앤은 이웃집 여자 메리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다는 걸 알게 되고, 시몬은 갓 성인이 된 친구의 아들과 밀회를 가지며, 양성애자이자 ‘개방 결혼’을 선택한 테일러는 동성 애인 제이드(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를 집에 데려와 셋이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토록 다른 여성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어느 시대의 결혼이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은 대개 여자의 몫이며 이혼에 관한 물질적 혹은 심리적 부담 역시 여성에게 훨씬 무겁게 지워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와이 우먼 킬>의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진실을 공유한다. 죽음이 이혼보다 싸게 먹히며, 때로는 남편이 죽어야 자신이 죽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극 중 두 여성은 남편 살해 계획을 의논하며 말한다. “성경은 ‘살인하지 말라’고 해요. 하나님은 이해 못 하실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죠. 근데 하나님 부인은 분명 이해할걸요.” (기립박수!) 마침내 수십 년에 걸쳐 이 저택에서 벌어진 세 번의 죽음 소동을 지켜본 이웃 남자가 “이번 사랑 이야기도 살인으로 끝이 났군. 믿어지지 않네”라고 탄식하자 그의 부인은 건조하게 대답한다. “난 믿어지는데.” 순간 경악하는 남자의 표정이, 이런 이야기가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저
코난북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지은(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웹 매거진 <매거진t>, <텐아시아>, <아이즈>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괜찮지 않습니다』와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의 책을 썼다.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저8,910원(10% + 5%)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문고의 열 번째 책이다. 영화 전문지 기자이자 에세이스트, 북 칼럼니스트 이다혜의 스릴러 탐닉기. 어린이용 셜록 홈즈와 세로쓰기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부터 가해자 가족들이 쓴 처절한 논픽션까지, 관악산 자락 방공호에 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ebook
아무튼, 스릴러

<이다혜> 저7,700원(0% + 5%)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길지..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그럼에도 인간은 선하다

전쟁, 범죄, 불평등, 동물 학대 등 오늘도 뉴스는 불편한 소식으로 가득하다. 인간 본성은 악할까? 네덜란드의 대표 언론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등 기존 연구의 허점을 밝히고 인간의 선함을 입증했다.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법

천문학자에게 천문학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주의 비밀을 찾아 헤매는 천문학자도 현실은 연구실 안에서 데이터와 씨름하느라 바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로 일상을 살아가며 우주를 사랑하는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

가지각색 고민에 대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대답

아기부터 어른까지 인생은 수많은 고민들의 연속입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고민들에 유쾌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지쳐서 그런건지 자기 상태를 모를 때는 지친 셈 치고, 아무도 날 봐주지 않으면 큰 소리로 울어보라는 천진한 답변이 유머러스한 그림과 어우러져 깊게 다가옵니다.

생활과 가까운 언어로 전하는 공감과 위로

박솔뫼식 감각으로 선보이는 공감과 위로의 이야기. 작품의 인물들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어떤 삶에는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수도 있는 또 다른 삶을, 가능성을 그린다. 한번쯤 떠올려보았을 생각과 상상이 활자가 되어 펼쳐지는, 낯설고도 친근한 세계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