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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왜 다정하면서도 무례할까?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이남옥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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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엄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자신의 숨은 본마음을 읽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2020. 06. 08)


가족상담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며 독일 및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심리학자이자 가족치료 상담가인 저자, 이남옥 교수는 30년 넘게 상담을 통해 수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근본적인 관계인 ‘엄마’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엄마로 인한 갈등을 주제로 한 심리서들의 주된 메시지는 고통을 주는 엄마와 선을 긋고 건강한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의 독립된 삶을 위해서는 극단적인 단절과 옭아매기가 아닌, 관계의 적절한 놓아주기와 연결하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엄마와 적절한 관계를 맺고 내 안의 힘을 발견하기 위해 두 가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상처 주는 엄마,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이지만 엄마가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엄마가 살아온 과정과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는 엄마와의 과거를 되돌려 가상의 목소리로라도, 엄마에게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엄마와 나는 독립된 존재로 존중받으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인상적인 제목입니다. 공감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엄마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도 될까. 라는 마음이 듭니다. 저자가 느끼시는 제목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쩌면 도발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무례하다니요? 전통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에서는 반발도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례가 전달하려는 의도는 ‘선을 넘는’ ‘경계가 없는’ 관계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상담을 해왔는데 독일어로 무례하다는 표현unhöflich이 바로 이 뜻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권이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간에게는 각자 존중받아야 할 적절한 거리가 있어야 되는데 가족이란 특수한 관계에서 지나치게 밀착하면서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 것이죠. 특히나 부모 중에는 자녀가 엄마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집니다.

엄마와 분명 힘든 부분이 있지만 엄마에 대해 부정적인 것을 드러내면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제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엄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자신의 숨은 본마음을 읽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나의 행복에 집중하면 결과적으로 ‘나와 엄마’ ‘나와 부모’의 관계도 긍정적인 관계로 방향이 바뀌게 됩니다. 결국 우리 삶의 행복은 나에게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을 넘는’ ‘경계가 없는’ 이 표현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떠올리면 피부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이 관계를 미분화 관계로 설명하셨습니다. 책에 나온 상담 사례 중에서 많은 부분이 미분화와 맥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미분화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나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미분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분화라는 것은 친밀감과 거리감이 적당한 균형을 이루어 공존해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항상 강조하는 좋은 관계는 놓아주기와 연결하기가 자연스럽게 잘 이루어진 관계입니다. 극단적인 친밀감 또는 극단적인 거리감을 갖고 있는 것은 미분화된 상태라고 합니다.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아예 관계를 끊고 단절된 상태도 미분화된 상태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성인으로 자라면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되는데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으면서 엄마와 같은 정서를 느끼게 됩니다. 미분화에서 안타까운 것은 부모가 자녀를 놓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부모가 자녀를 놓아주면 자녀는 부모를 분화시킵니다. 이럴 때 자녀는 내가 부모, 엄마와 미분화된 상태구나,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 이렇게 엄마에게 죄책감을 느낄까. 왜 이렇게 엄마의 눈치를 볼까. 왜 이렇게 엄마의 삶을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을까. 이런 마음에 시달리고 있다면 미분화된 상태인 것이죠. 어린 시절의 나는 스스로 분리할 힘이 약했지만 성인이 된 나는 미분화된 관계를 인지하고, 이 감정에서 벗어날 힘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관계를 인지하고 나서, 다시 고민에 빠집니다. 과연 엄마가 달라질까. 엄마는 그대로인데, 하고 말이죠.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나의 행복에 집중하면 부모와의 관계도 방향이 달라진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부모가 쉽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오셨고 먼저 방향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오랜 상담 경험을 통해 엄마가 엄마답지 않을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엄마의 지난 삶과 역사를 보면 이 관계가 굳어진 이유가 분명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때 저는 변화의 주체인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계란 것은 상호작용이기 때문에 내가 달라지면 관계 또한 방향이 달라집니다. 단번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서서히 변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일 수 있지만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가를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이야기, 내가 원하는 방향에 초점을 바꾸고 움직일 때 관계 또한 변하고, 결국엔 내 삶이 변하게 되는 것이죠.

이때 제가 권하는 방법은 우선은 엄마를 큰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지만 그 다음에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은 엄마의 삶과 나의 삶을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내가 분화된 구조에서 엄마를 이해하며 또한 엄마의 삶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을 찾아가야 합니다. 엄마의 목소리와 혼합되지 않은 나의 목소리를 찾아가면서 나의 삶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분화된 자아는 엄마를 밀어내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엄마와 언제든지 교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상담을 하면서 ‘엄마’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간은 완전해질 수 없다는 깨달음도 언급하셨고요. 결국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으셨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하나입니다. 결국엔 엄마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엄마의 존재는 너무 큽니다. 이 존재가 묵직하게 무의식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항상 이 존재의 영향을 받습니다. 너무나 큰 존재이기 때문에 내 삶 속에서 치열하게 미워하고 갈등을 빚고 분노하는 것이죠. 아무리 미운 엄마라도 사랑이 있습니다. 그것은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겪고 있는 상처와 모순, 아픔 때문에 가려져 있지만 그것을 발견하게 되면 인간의 삶은 훨씬 편안해집니다. 그 부분을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중요했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 중에 항상 걸려 있는 주제는 엄마였고, 그렇다면 ‘왜 엄마인가’는 제가 파고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했던 작업은 첫째, 엄마를 이해하는 과정, 둘째는 듣고 싶었던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과정 모두가 상담에서는 꼭 필요한 일들이었습니다. 상담이 아니더라도 엄마를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엄마와의 긍정 기억을 찾아내고 사랑을 발견하면서 아픔을 덜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마음의 기억을 다시 만들어가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누적된 기억들이고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시작점을 찍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엄마를 만나면 삶이 정말 풍성해집니다. 이 책이 그 시작점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책은 ‘나와 엄마와의 관계’도 돌아보게 만들지만 ‘나와 자녀와의 관계’도 돌아보게 만듭니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이 있습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가 성장을 하면서 그 나이에 있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면 나의 다섯 살이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나와 비교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불편해집니다. 아이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자랄 수도 있지만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 갈등은 두드러지게 됩니다.” 부분이었는데요. 이 관계를 풀어내지 못하면 결국 살아가면서 계속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상처를 받은 자녀가 엄마 또는 부모가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반복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때 엄마가 된 자녀가 가져야 할 마음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자라면서 그 나이의 자신을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계를 넓혀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망도 듭니다. 나는 이렇게 아이가 이쁜데, 내 부모는 왜 그랬을까. 그래서 자신의 경험에 긍정적인 기억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나에 대한 상도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관대하면 아이에게도 관대해집니다. 

또한 내가 상처가 많은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아픔은 겪지 않았으면, 나의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말 애를 쓰며 아이를 키웁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인지해야 될 것은 이제는 부모인 내가, 나와 자녀를 다시 한 번 분화시켜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나이고 자녀는 자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와 자녀가 개별적인 존재임을 인정하고 감정이 뒤엉키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자녀와의 분화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자녀에게 베풀고 나서 그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것을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지난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녀에게 잘해준다면 그것은 자녀의 복입니다. 자녀에게 그에 대한 보답을 요구하면 힘들어집니다. 참 신기하게도 사랑은 내리사랑입니다. 인류학적으로도 그렇죠. 돌아오는 사랑이 아닌, 내가 주어야 할 사랑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자녀에게 준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의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사랑은 받는 사람의 시선이 중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사랑인 것이죠. 자녀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꼭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선생님은 엄마를 둔 딸이기도 하지만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하신데요. 자녀가 자신에게 갖는 엄마상이 어떠시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엄마’의 존재를 강력하게 인지하는 전문가이지만, 자연인으로서의 엄마로서는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네. 저에게는 성인이 된 딸이 한 명 있습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데요. 저는 제 딸이 엄마인 저를 기억할 때 엄마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기억하길 바랍니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엄마로서의 소명을 다한 듯한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엄마가 있구나, 그런데 우리 엄마가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면서 딸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갈 것이고, 가끔은 제게로 와서 그 행복을 함께 누리다 가면 그로서 제가 줄 수 있는 사랑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든지 딸이 필요할 때는 쉬어갈 수 있는 든든한 안전기지가 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저의 어머니에게 느끼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멀리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살펴드려야 한다는 의무를 느끼며 찾아뵙지만 부모님을 만나 뵙고 돌아오는 길은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와 사랑을 받고 오는 느낌입니다. 저 역시 제 딸에게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한 인간으로 행복한 사람, 그런 엄마로 보이기를, 편안하게 저를 찾아오고 떨어질 수 있는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엄마와 자녀 사이도 있지만 가족상담까지는 발길이 닿지 않는 미묘한 갈등을 안고 있는 엄마와 자녀 사이도 있습니다. 가령, 연락을 자주 하길 원하는 부모, 자녀가 원치 않는 것을 퍼주면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엄마, 특히 일방적으로 하소연을 쏟아내는 엄마. 엄마를 사랑하지만 이 갈등에 놓이면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어떤 태도와 방향성이 있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은 누구에게나 놓여 있습니다. 아름답기만 한 관계는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님과의 갈등도 그렇습니다. 가까운 관계이기 때문에 무작정 단절할 수도 없고 일상 속의 스트레스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사소할 수 있지만 자신의 문제가 되면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때 부모님에게 다 맞춰줄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마세요.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없고, 자신이 힘들다면 그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끝나지 않는 문제이고요. 결국엔 각자의 존재가 행복해야 합니다. 내가 부모님의 요구를 안 들어준다고 해서 부모님이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원치 않으면 부모님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횟수를 줄여보고, 행여 자신을 비난하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괴롭다면, 조금씩 달리 해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책감과 책임감에서 자유로워질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갈등을 갈등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을 눈여겨보면 ‘긍정요소와 부정요소’가 함께 놓여 있으면 긍정요소를 훨씬 더 부각시키고 이것을 토대로 삶을 자신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보게 됩니다. 긍정 왜곡이란 것이 있습니다. 세상의 잣대로 보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긍정의 눈속임을 해보면 또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진실이 됩니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이남옥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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