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가끔은 손해볼 줄 아는 사람

기억하는 말들 (6)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일부러 손해를 본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상대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사람. 내가 닮고 싶은 얼굴이었다.(2020. 05.29)


“그 사람 영리하지?”

“응. 엄청.”

친구랑 수다를 떨다 ‘왜 첫인상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가끔은 손해볼 줄도 알았으면 하는데, 건건이 자신의 이익률을 계산하는 한 사람을 떠올리며 나는 며칠간 속을 태웠다. “누군들 손해보고 싶나요?”라고 답장을 쓰고 싶었지만 나는 갑이 아닌 을, 아니 병, 정의 입장이니 입을 닫았다.

“우리는 동료지요. 동료.” 나는 그의 말을 믿었다. 동료란 무엇인가. 같은 일을 ‘함께’ 해내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왜 자꾸 그는 내 위에 서지 못해 안달할까, 따지고 보면 자신이 ‘갑’이라는 사실을 은근슬쩍 들이대는 그에게 나는 두 손을 들었지만, 두 발은 들고 싶지 않아 안간힘을 썼다. 

후배가 밥을 사는 걸 절대로 못 보는 선배가 있었다. 나는 늘 얻어먹는 일이 부담스러워 어느 날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저는 매번 얻어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2차는 제가 살게요. 그래야 저희가 다음에 또 만나 밥을 먹고 그럴 수 있지 않겠어요?” 몇 살 차이 안 나는 선배는 나를 뚱하게 쳐다보더니 “야, 너가 얻어 먹은 거,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후배한테 베풀면 되는 거야. 받아봐야 베풀 줄도 알지.”라고 말했다. 이런 멋진 선배는 내 인생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정확한 사람을 좋아한다. 일에 있어서는. 하지만 관계에 있어 언제나 정확한 사람은 친해지기 어렵다. 딱 자신에게 도움 되는 만큼의 친밀을 허락하는 사람. 그것은 적당한 거리라기보다 칼보다 먼저 나간 방패다. 손을 잡기는커녕 내밀지도 않았는데 저 멀리서 작별 인사를 먼저 한다. 살짝 손이라도 닿았으면 어쩔 뻔했나? 상상만으로 무안해졌다. 

일부러 손해를 본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상대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는 사람. 그것을 알아내 품어주고 싶다는 사람. 쉽지 않겠지만 내가 정말 닮고 싶은 얼굴이었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엄지혜

채널예스, 월간 채널예스, 책읽아웃을 만들고 있습니다.
eumji01@yes24.com

오늘의 책

생명에 관한 완벽한 안내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생물학자 폴 너스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세포, 유전자, 진화, 화학, 정보라는 생물학의 5가지 원대한 개념을 통해 생명의 비밀을 밝힌다.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 되는 법

코로나 블루를 넘어 레드로. 피할 수 없는 불안과 분노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나를 지키기 위한 전문가의 '지혜'라는 처방은 참 뜻밖이다. 미지의 보물 같은 지혜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으로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오늘을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혜의 능력을 길러주는 현실적인 책.

고고학으로 접근하는 기록 너머 역사

세계 4대 문명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기자조선은 실재했을까? 임나일본부의 실체는? 첨예한 입장이 대립하는 고대사에 관해 고고학 자료를 활용하여 강인욱 교수가 설명한다. 지배와 폭력이 아니라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매혹적인 고대사 여행.

수상한 시리즈 박현숙 작가의 그림책

탐정이 꿈인 소녀 ‘나여우’가 방학을 맞아 고모와 잠깐 지내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은 책. 서로와 인사도 하지 않고 벽만 보고 있는 삭막한 아파트! 주인공 소녀가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귀신을 보게 되고, 정체를 파악하고자 문도 열어주지 않는 이웃들을 탐방하며 겪는 미스터리 모험담.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