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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에세이스트] 5월 우수상 - 비로소 알게 된 마음

부모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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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부모가 되어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지. 보호자의 역할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또, 나를 얼마나 믿어줬는지.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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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채널예스가 매달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공모하여 ‘에세이스트’가 될 기회를 드립니다. 대상 당선작은 『월간 채널예스』, 우수상 당선작은 웹진 <채널예스>에 게재됩니다.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은 매월 다른 주제로 진행됩니다. 2020년 5월호 주제는 ‘부모님께 꼭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지금도 기억한다. 스물다섯 가을이었을 것이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저녁 식사 시간이었고, 부모님과 함께 마주 앉아 TV를 보며 밥을 먹었다. 그날은 아마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있었을 것이다. 일과 대학원을 병행하느라 피로가 쌓인 데다 1년 동안 준비한 논문이 엎어지며 마음도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투정 부릴 곳이 필요했고, 동생만 둘 있는 내겐 부모님이 유일한 어른이었다.


“나 대학원 포기하고 서울 갈까?”


대학 4년, 대학원 1년 반. 5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앞만 보고 달렸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학비를 지원해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부모님의 말을 듣고도 포기하지 않았고, 고3때부터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첫 학기 학비를 낸 이후부터는 오로지 성적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기 중 평일에도 매일 알바를 했다.


나는 지쳐있었다. 남들처럼 여행도 가보고 싶었고, 취미생활도 즐겨보고 싶었다. 학교를 벗어나, 집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중 서울은 동네에 있는 대학으로 하향지원하며 포기한 여러 꿈 중 하나였다.


그때가 한참 힘들었던 만큼 서울은 내게 수시로 달콤한 유혹을 건넸다.


‘오면 바로 일할 수 있게 자리 하나 마련해 줄게.’


‘나도 곧 자취할 건데 올라오면 같이 살자.’


‘거기 있긴 네가 너무 아까워.’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며 서울로 올라올 것을 권했다. 나 역시 가고 싶었다. 뭘 하든 여기서 이렇게 썩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싶었다. 집을 떠나 생활하는 일이었고, 아무리 교통편이 좋아졌다 한들 매주 비행기를 타며 서울과 제주를 오갈 순 없기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이 필요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내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다.


“엄마는 모르겠다. 네 아빠한테 물어봐.”


“네 마음대로 해.”


내게 선택권을 넘기겠다는 말이었지만 내 귀에는 ‘네 인생이니 나는 신경 안 쓸래’라는 말로 들렸다. 그건 존중이 아닌 무관심이었다.


나는 결국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은 채 울었다. 그다지 서글프거나 속상한 게 아니었음에도 눈물이 뚝뚝 흘렀다. 기댈 곳이 필요했다.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벼랑 끝에 매달린 마음을 붙잡아 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그게 당연히 부모님일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보호자였음을 깨닫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얼마나 서럽게 울었던지, 이유 없이 우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아빠가 놀라 나를 달랬다. 엄마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나는 그치지 않는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가며 그동안의 설움을 토해냈다. 내 마음대로 살게 내버려 둘 거였으면 왜 서울로 대학 가겠다는 걸 말렸냐고, 나는 집에서 그저 큰 딸, 첫째 역할이나 하며 살아야 되는 거냐고. 왜 아무도 내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관심도 없냐고.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조언을 구하려는 건데 꼭 그렇게 떠넘겨야겠냐고. 부모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도 해줄 말이 없는 거냐고. 목이 매여 목소리가 더 나오지 않을 때까지 화내고 소리쳤다.


당연히 혼날 것이라 생각했다. 어디 엄마 아빠한테 화를 내냐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였다.


“아빠가 미안하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그래. 네가 첫째다 보니 아빠도 자꾸 너한텐 실수를 하게 되네.”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서럽게 울었다. 사실 서럽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서러운 아이처럼 눈물이 났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뒤 부모님은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들어주었고, 대학원이 정 힘들다면 그만두고 서울에 가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내셨다.


그 뒤 나는 부모님의 조언대로 대학원 수료증만 받은 뒤 논문을 포기한 채 서울 길에 올랐다. 새로운 회사에 취직했고, 결혼을 했으며 아이도 낳았다.


벌써 16개월이나 된 아이는 나를 졸졸 쫓아다니며 ‘엄마’라고 부른다. 그저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 낳았을 뿐인데 어느새 내 이름은 엄마이자 한 사람의 ‘부모’가 되어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스물다섯 가을날이 생각난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잘 몰랐다던, 그래서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 솔직한 말이.


직접 부모가 되어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들이 내게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지. 보호자의 역할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또, 나를 얼마나 믿어줬는지.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이야기하고 싶다.


아빠, 미안해요. 저도 딸은 처음이라 아빠 마음이 어떤지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딸이 아닌 엄마가 되어 아빠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믿어줘서 고맙고, 사랑으로 키워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더 잘할게요. 사랑해요.


김하경 오늘도 아이와 싸우며 한 걸음 더 부모에 가까워지는 중입니다.

 


* 나도, 에세이스트 공모전 페이지
http://www.yes24.com/campaign/00_corp/2020/0408Essay.aspx?Ccode=000_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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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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