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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역사 만점 아빠로 아이에게 콧대 세울 절호의 찬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정훈이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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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으면 그동안 알면서도 말문이 턱 막혔던 아이의 역사 질문에 아이의 눈높이에서 속사포처럼 잘난 척 할 수 있습니다. (2020.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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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근엄한 표정으로 편전에 앉아 조정대신들을 호령하는 왕? 양난과 기나긴 당파 싸움? 최근 들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역사를 설명하는 콘텐츠들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역사 콘텐츠들이 왕조와 대신들 중심의 딱딱한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때 조선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농민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노비와 포졸들은? 시전 상인들은 저자에서 무엇을 팔았을까?

 

만화가 정훈이의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는 이러한 역사 뒤편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다. 전문 연구자들이 외면한 역사 뒤편의 이야기가 작가에게는 보물 같은 재료가 된다.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조선 시대 한복판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면 역사 속에 양반, 농민, 노비 등의 이름으로 박제되었던 이들이 이 땅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갔던,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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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에 깨알처럼 숨겨진 이야기들을 모두 찾아내어 카툰과 곁들인 역사책을 내놓으셨는데요. 작가님께서 특별히 역사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20년 전 즈음 한 자동차 회사의 사외보에 한국사에 숨겨진 이야기를 주제로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원고를 모아서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습니다. 2016년 『표현의 기술』 을 만들 때 넌지시 출판사에 아이템을 제안했는데 다음 날 덜컥 계약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원고는 그림도 너무 낡았고 고증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책을 보면 굉장히 흥미롭고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가령, 용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조선의 가짜 뉴스나, 조선 시대에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관한 기록이 있었다는 것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도 잘 모르는 사실일 텐데요. 이런 숨겨진 역사 지식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책에 실린 이야기의 상당수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관찬 사서나 읍지류, 각종 보고서 등의 공문서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책에 야사라고 따로 언급하거나 출처를 명기한 것 외에는 말이죠. 전문 연구자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넘겨버린 이야기가 저와 같은 콘텐츠 제작자에겐 보물이 되기도 합니다.


국사편찬위원회나 한국고전번역원 사이트에서 일반인들도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저는 그런 웹사이트에 노상 죽치고 있으면서 검색도 하며 고전을 많이 읽습니다. 읽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조선에도 유명한 연쇄살인마가 있을까?’, ‘조선 사람들의 휴일은 며칠일까?’ 하는 문득 떠오르는 궁금한 주제를 마치 수사관인 양 추적하면서 파헤칠 때가 많습니다. 혼자 놀기의 진수죠. 원하는 답을 찾거나 찾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발견하면 단서를 찾아낸 영화 속의 형사처럼 뇌에서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면서 흥분합니다. 이 책은 그 사건 파일을 모아서 만든 것입니다.

 

작가님의 카툰을 읽으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역사적 사실들이 실감나고 유쾌하게 다가오면서 저절로 머릿속에 기억됩니다. 역사 속 인물들 중 가장 정이 가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풍자와 해학을 업으로 삼고 명랑만화를 그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조선 시대에 한편의 코믹 시트콤을 찍은 장인 권율과 사위 이항복의 브로맨스를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야사와 패설로 전하는 이야기지만, 두 사람의 케미가 워낙 좋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전승된 것이겠죠. 언젠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볼 생각입니다.

 

혹시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조선 역사에서 숨겨진 재미있는 사건을 한 가지만 더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귀신 이야기입니다. 성종 임금이 신하들과 경연을 하는데 예조판서 유지가 도성 안에 요상한 귀신이 많다고 아룁니다. 영의정 정창손의 집에 기물을 여기저기 옮기는 귀신이 있고, 호조좌랑 이두의 집에 여자 귀신이 나타난다는 보고였죠.


며칠 후, 성종은 이두를 불러 귀신의 동향을 묻습니다. 이두가 자신의 집에 비록 전신은 보이지 않으나 흰 치마를 입은 남루한 여자 귀신이 있다고 말합니다. 창문 종이를 찢고, 돌을 던지기도 한다고요. 보통은 사람과 부딪혀도 다치지 않는데 한번은 자신의 아내가 살짝 부딪히면서 다쳐 피가 났다고 말합니다. 두어 번 사람을 부르는 소리도 내고 무서워서 처자를 데리고 지붕 위로 피신했으나 지붕에까지 나타나서 귀신을 피하는 걸 단념했더니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아뢰는 내용입니다. 임금과 신하가 단둘이 앉아서 진지하게 귀신 얘기를 하는 게 재미있는 일이죠.

 

보통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라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조선은 정말 다사다난하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을 쓰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포졸복으로 대표되는 조선 시대 병사의 군복과 갑주를 나름 최선을 다해 고증한 것입니다. 임진왜란을 그린 많은 사극이나 전통 행사를 보면 병사 대부분이 갑옷을 입지 않았던 왜군은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고, 그나마 20% 정도라도 갑옷을 입었던 조선군은 늘 펭귄처럼 생긴 포졸복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사실 역사 왜곡이라서 이 책을 통해 지적을 좀 했습니다. 남아있는 문헌 자료가 없다면 몰라도 조선군의 군복이나 갑주를 고증할 사료는 의외로 많거든요. <조선왕조실록>만 살펴봐도 될 정도죠.

 

차기작을 내신다면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가요?


고조선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역사 이야기책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만화가 많이 들어간 이해하기 아주 쉬운 책이 되겠죠. 개인적으로 역사를 재미있게 느끼다 보니 다들 역사를 재미있어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 책의 독자들은 한국사에 아주 흥미를 느끼고 종종 인터넷에 검색도 많이 하실 겁니다. 그런데 블로그나 카페에 한국사와 관련해서 잘못된 정보가 넘쳐납니다. 환단고기니, 대륙지배설이니 하는 유사역사학으로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죠. 특정 종교 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왜곡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관련 전공자들조차 실수로 인용할 만큼 점점 지능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뢰를 잘 피하시고 신뢰할 수 있는 책이나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 정훈이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남 창원에서 자랐다. 만화잡지 [영챔프]의 신인 만화공모전에 입상하면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영화 잡지 [씨네21]과 [청년의사] 신문에 20년 넘게 만화를 그리고 있으며 [위클리 공감]에 ‘이슈를 품은 역사 이야기’를 연재했다.

 

수학은 빵점을 맞아도 국사는 만점을 받았던 학창 시절을 보냈고 고전 읽기와 번역, 역사 자료 수집이 취미인 역사덕후이기도 하다. 한때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기도 했고 대학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 『정훈이 만화』, 『트러블 삼국지』 등이 있으며, 『야매공화국 10년사』, 유시민 작가와 공저한 『표현의 기술』 등의 책을 출간했다.

 

 

 


 

 

읽고 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한국사 정훈이 글그림 | 생각의길
수많은 역사책 속에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이나 인물을 찾아내어 그것에 주목하는 역사 만화이다. 또한 작가 특유의 개성 넘치고 코믹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를 통해 조선 시대를 풍자와 유머로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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