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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식물의 이름이 하는 말”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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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됐건 ‘식물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 말인 즉 관리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의미하죠. 기르는 관점이나 목적은 다르더라도 기왕이면 잘 자랐으면, 내가 잘 길렀으면, 하는 생각은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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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게는 참 많은 이름이 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게 부르는 데다 화원에서, 인터넷 카페에서 그때그때 유통명, 별명을 지어 부르기도 해서 같은 식물을 두고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정보로 잘못 키우다가 식물을 떠나보내기도 한다. 불확실한 점투성이인 채로 내 방 식물들과 동거를 하고 있다면, 우선 그 아이들의 이름을 알아보자. 모든 걸 알 순 없어도,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만으로 식물을 더 잘 키울 수 있다.

 

정수진 저자의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은 집이나 화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여러 이름을 소개하고, 그 이름들과 식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들려준다. 식물의 이름과 습성, 생태에 관련한 정보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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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ㅊ’이라는, 화원이자 전시공간인 아주 예쁜 식물 가게를 운영하셨어요. 어쩌다 식물에 관심을 갖고 화원까지 열게 되셨어요?

 

미술작업을 하면서 심한 슬럼프를 겪던 중 우연히 선인장 사진들을 보고 난 후 식물 기르는 취미를 갖게 됐습니다. 매일 변함없어 보이지만 갑자기 훅 자라서 달라지는 식물들의 변화를 발견하는 일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중엔 작업실에 제가 그린 그림보다 식물들이 차지하는 면적이 커지자 원래 하던 걸 그만두고 본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앞으로도 식물을 다루는 일을 한다면 일단 나 자신에게 무척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더 본격적으로 식물 판매도 하고, ‘식물성’인 분들이 좋아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 가게를 차리게 됐습니다. 사정상 작년 늦가을에 가게를 닫게 되었지만요.

 

요즘에 식물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이름을 알려주는 어플도 있어요.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을 쓰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 책의 편집자님께서 원고 청탁을 하러 저희 가게에 찾아왔어요. 그때, 편집자님이 기르던 식물들 이야기를 하시면서 구매처에서 이름이나 기르는 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식물이 죽는 순간까지도 정확한 이름을 모른 게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식물의 이름을 다루는 책을 만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 부분에 많이 공감했어요. 가게를 해보고서야 느낀 거지만, 화원이란 어쨌든 식물을 ‘파는 게’ 주된 목적이라 재고 관리에 신경쓰다 보면 소비자에게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비교적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소비자면서 동시에 실제 기르려는 사람이 원하는 것 사이엔 어쨌든 간극이 생기죠.

 

저는 식물을 소비하면서도 동시에 판매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 간극을 자주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전작이었던 『식물 저승사자』 의 몇몇 부분에서도 식물 이름의 유래와 배경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만 좀더 자세히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름과 관리법 제대로 알자’는 단순한 정리의 목적이라기보다는 ‘한 식물의 다양한 이름을 통한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 식물들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을 키워주지 않을까’ 싶은 취지로 풀어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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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시면서 인상 깊었던 식물의 이름을 소개해주세요. 알고 보니 그 식물을 새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 식물이요!

 

일단 가장 첫 원고였던 매발톱이요. 매발톱이란 식물은 붙여진 여러 이름이 대부분 ‘새 발톱’에 관한 거예요. 전엔 막연히 예쁘다고만 느끼고 그 이름이 왜 붙었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글을 쓰면서 그 식물의 ‘매발톱’을 찾아보게 됐는데 굉장히 이상하면서도 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요샌 매발톱을 발견하면 꽃이나 잎, 줄기까지 더 자세히 봐요. 또 원추리의 학명은 풀면 ‘하루 동안의 아름다움’이란 뜻인데, 매발톱보다 시적이죠. 꽃이 하루만 꼬박 피었다 져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그걸 알고 나서는 원추리 꽃을 보면 “오늘만 볼 수 있는 꽃이구나!” 하면서 다음 날에 똑 떨어지는 모습까지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지금껏 키운 식물 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식물이 있나요? 또는 가게에서 판매했던 식물 가운데 애증(?)의 식물이 있다면요?

 

둘 다 너무 많아서 하나만 꼽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애착을 느끼는 건, 죽어가는 것 같아서 속으로 포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되살아나거나 건강해지는 그런 식물들인데, 거의 대부분 기억나요. 작년에는 남천 한 그루가 죽다 살았는데 아직도 저희 집에서 잘 자라고 있어요. 베란다에서는 겨울 끝물에 고광나무가 제일 먼저 잎을 크게 틔웠는데 뭔가 반가우면서도 참 고맙더라고요. 애증의 식물은, (그 애증의 대상이 식물은 아니지만) 손님이 버리고 간 식물들이 그래요. 안 죽었다고 말하는데도 자꾸 죽었다면서 버려달라고 놔두고 가는 식물이 있는데 그거 아직 제가 키우고 있거든요. 그 식물 보면 가끔 그 손님이 생각나서 살짝 화가 나요.

 

식물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아요. 갑자기 화훼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식물들이 있잖아요. 플랜테리어(플랜트 인테리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한데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래 ‘원예, 관상용 식물’이란 게 장식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재배되는 것이지만 식물을 기르는 사람은 관점이 다 다를 거예요. 누구는 저처럼 식물을 관찰하고 기르는 것 자체에 진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누구는 재배해서 식용이나 약용 등 다른 곳에 활용할 목적을 가질 수도, 또 누군가는 허전한 공간에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로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목적이 몇 개 씩 뒤섞여 있기도 하고요. 뭐가 됐건 ‘식물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 말인 즉 관리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의미하죠. 기르는 관점이나 목적은 다르더라도 기왕이면 잘 자랐으면, 내가 잘 길렀으면, 하는 생각은 비슷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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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특히 ‘작은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초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식물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다육식물이 크기가 작아 키울 만한 게 많은데, 그 중에 월동자, 십이지권, 용발톱 같은 하월시아속 식물이나 미니 알로에, 매달아서 기르는 립살리스도 부피를 적게 차지하고 관리가 매우 쉬운 편이라 추천해요. 햇빛이 좀 드는 집이라면 선인장, 틸란드시아도 괜찮고요. 관엽식물 중에선 열대식물인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테이블 야자나 작은 녹보수, 파키라 등 난이도가 비교적 쉬운 것부터 길러보신 후, 더 다양한 식물들로 흥미를 넓혀 가시는 걸 추천해요.

 

식물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가만히 보기만 해도 전해지는 ‘생기’일 거 같아요. 식물을 보면서 기운이 빠지는 사람은 없잖아요?^^ 이미 식물을 좋아하지만 더욱더 식물을 좋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식물은 기르는 게 재미가 있어야 더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게 모토이자 저의 모토가 ‘좋아서 잘 기르고, 잘 길러서 더 좋아지는’인 점도 그런 이유인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식물이 예뻐서 들여왔는데 오래 기르지 못하고 죽이게 되면 거기서 오는 실망감 때문에 관심이 갑자기 뚝 끊어지는 경험을, 저도 예전엔 자주 했었거든요. 그래서 위의 답변처럼 식물 기르기에 유난히 자신이 없으시다면 추천하는 쉬운 식물을 하나 정해 장기간 죽이지 않고 기르는 일을 시도해보고, 거기서 자신이 붙으면 또 다른 점 찍어둔 예쁜 식물들로 그 도전을 이어가면 아마도 원예에서 더 많은 보람을 얻고 또 다양한 식물들로 그 관심을 옮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정수진 저 | 다른
집이나 화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의 여러 이름을 소개하고, 그 이름들과 식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들려준다. 식물의 이름과 습성, 생태에 관련한 정보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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