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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아이보다 나 자신을 키우는 행동

『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전지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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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공부처럼 열심히 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를 특히 많이 느꼈어요. 저 보다 어린, 경험선배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배움도 얻었고요. (2020.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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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자기보다 더 중요한 건 있을 수 없었던 한 여성이 결혼을 했다. 사랑의 매듭이 반드시 결혼과 출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던 여자는 연애 같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오랫동안 서로의 꿈을 지지하는 삶을 살길 원했다. 하지만 아이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가열 차게 이끌어오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려던 때였다. 『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은 계획에도 없던 아기가 뱃속으로 찾아와 온갖 변화를 겪으며 임신, 출산, 육아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 한 여자의 육아 기록이다. 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삶을 유심히 지켜보며 ‘건강한 마인드’를 제안하고자 했던, 독립잡지 <그린마인드>의 편집장 전지민 작가의 글이다. 세 가족의 주 무대는 강원도 화천이다. 수도권에서 벗어나 조금이나마 맑은 공기, 파란 하늘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었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항상 더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라지만, 그것이 과하면 욕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에 실린 작가의 글들은 엄마로서의 욕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힘을 뺀 육아를 하라’고 넌지시 조언하기도 한다. 여자이자 작가, 환경운동가인 한 엄마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와 아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짐작해보는 시간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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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치 시집 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뭔가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 같기도 하고요.

 

몇 가지 제목을 후보로 추려서 예비 독자님들께 여쭈었더니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을 가장 많이 뽑아 주셨어요.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너무 힘들다'는 뜻으로 많이 공감 하시는 것 같았어요. 많은 분들이 왜 이 제목에 끌렸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그 뜻을 좀 더 확장해 봤어요.

 

막 말을 배운 아이들이 쏟아내는 엉뚱한 한마디가 부모의 가슴을 울리는 때가 있지요. 어쩜 저렇게 기특하고 엉뚱하고 감동적인 생각을 툭툭 던질까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말들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해도 아주 멋진 시가 되어요. 아주 힘든 육아 가운데 짧지만 확실한 행복과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해요. 책 본문에도 수록된 이야기지만 나은이의 엉뚱하고 감동적인 말을 들으며 ‘아 진짜 삶이 한 편의 시라면 참 좋겠다’ 라고 혼잣말을 했어요. 그 부분에서 제목이 나오게 되었어요.

 

물론 여기서 시(詩)는 꼭 낭만의 대명사로만 생각하지 않았어요. 책 제목만 보시고 너무 현실 육아를 모르고 하는 말 같다. 괴리감을 느낀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끝까지 문장을 읽고 곱씹어 봐야 해요. ‘좋겠지만’이라는 가정도 붙어있어요. 그리고 책 내용을 읽어보면 이 책은 사실 아이를 키운 내용보단 저 자신을 키운(성장시킨) 내용이 더 많아요. 성장일기 같은 거죠.  육아를 하고 있는, 육아를 해낸 부모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한 편의 문학 작품이 아닌 사람이 없더라고요. 매일 쓰고 있는 우리의 육아라는 시, 나라는 작품은 지금 어떤 장르이고 주제를 가지며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지 돌아보셨으면 하는 바람도 깃들어 있어요.


책 속에서, “나는 아이 때문이라기보다 주변 관계가 변하면서 더 힘이 들었다” 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작가님도 <그린마인드>의 편집장,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다 엄마라는 역할도 생기셨는데, 어떤 위치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신가요?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엄마 이전의 삶이 더 좋았다 또는 엄마의 삶이 더 좋다 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공감하시겠지만 행복의 장르가 다른 부분인 것 같아요. 나의 가정이 생기고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삶의 새로운 과제를 만나면 삶의 배경, 활동 주요 무대가 달라져요. 이야기를 구성하는 요소가 인물, 사건, 배경이잖아요. 출산 이전 끌고 온 삶의 스토리가 육아를 시작한 이후 새로운 장르로 개편된 느낌이 들어요. 출산 이후 내 삶에 계속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과 내 아이가 사는 동네 위에서 이야기를 쌓아가요. 아이 친구 엄마가 나의 친구가 되는 재밌는 경험(사건)을 통해 나는 배우고 나아가요. 결혼 전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관계들에서 벗어나 굉장히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기질과 성향의 여성 또는 남성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내가 이어온 업무 계통의 사람들, 같은 전공의 대학교 친구들, 유년시절 친구들 외 처음 맺는 관계인데 재밌는 건 아이 친구 부모들을 통해 계속 저의 오만을 깨닫고 편견을 깨어요. '육아는 공부처럼 열심히 한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를 특히 많이 느꼈어요. 저 보다 어린, 경험선배를 통해 예상치 못한 배움도 얻었고요.

 

아이 덕분에 연 맺게 된 새로운 친구. 내 아이와 같은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을 만나면 계속 말 걸고 싶어지고 눈길이 가고 어쩌다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게 되어요. 낯선 이에게 먼저 인사조차 건네기 힘들었던 제가 어느새 먼저 이웃 아이의 개월 수를 묻게 되고 인사를 건네고 있어요. 육아라는 경험이 너무 힘든 경험이라서 동질감이 올라오는 것인지, 나이를 먹어가면서 모난 곳이 다듬어져 그런 것인지 심경의 변화를 정확히 해명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개인의 삶을 넘어 어린 생을 성실히 키워 나가는 부모로서의 모습들은 거룩하기도 먹먹하기도 해서 곁에서 지켜보면 절로 응원의 마음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결론은 육아를 통해 정말 많은 친구들을 만들었고 그래서 지금은 엄마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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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한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을 엄마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 혹은 읽으면서 무슨 감정(생각)을 느끼시길(갖길) 바라시나요.

 

어떤 독자께서 후기를 남겨 주셨는데, 제가 그 글을 읽고 리뷰 장원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조언도 없고 자랑도 없는 고마운 에세이. 제목에서 육아라는 말을 지워도 될 것 같은, 살아 온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 아이와 엄마만 남는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님의 부모님, 동생, 남편, 육아동지들 그리고 시장에서 만난 어르신들까지 모두 남는 이야기. 작가님이 간직한 따뜻한 여운이 내게도 전해진다. 나은이의 말을 모으면 한 편의 귀한 시가 된다. 옆에 있었다면 아주 꼬옥 안아주고 싶다. 요즘 같은 시국에 가정보육 기간이 늘어나면서 두 아이를 홀로 돌보니 저 밑바닥 감정 속, 타고 남은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가며 고단한 육아를 이어왔는데, ‘미숫가루 육아’에서 정신을 콕 쥐어 박혔다. 정신 차리라는 말로도 안 차려졌던 정신이 번쩍, 내 옆에서 살 부비며 함께 있는 내 새끼도 좋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쩐지 내 부모, 친정식구들이 조금 더 많이 생각나는 신기한 육아 에세이이다.’ 라고 하셨어요. 제 마음을 온전히 간파한 독자 분을 만나서 작가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찬사였어요.


엄마에게 내가 어떤 사랑을 받고 자랐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독자, 평범한 이웃언니 또는 아는 동생의 일기장을 훔쳐 읽고 싶은 이들에게 기꺼이 마음먹고 보여드립니다.

 


 “어릴 땐 부모를 통해서 배우고 엄마가 되어서는 아이를 통해 배운다”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습니다. 아이를 통해 새로운 경험으로 인해 감정의 깊이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은 나은이를 통해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어떤 것 인가요.

 

‘나의 미숫가루 육아’ 편에서 제가 아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유년시절 누적해온 경험들이 지금의 육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요즘 부모님들이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콩가루 육아 말고 찹쌀떡가루 육아를 전도하는 정유진 심리상담 선생님은 말씀 하셨어요. 우리는 감정을 인지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부모로부터 교육 받는데 감정과 사고 사이의 튼튼한 연결다리 공사가 부실하면 너무 감정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첫 번 째 다리 공사에서 미완이 되었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부실공사로 끝날 뻔 한 다리 공사를 한 번 더 보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육아라고 하셨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그 공사가 다시 재개된 것이지요. 나의 감정대로 아이를 다룰 수 없기에 감정을 자각하고 차분하게 사고하는 훈련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지요. 감정을 컨트롤 하는 방법. 저는 나은이를 통해 그 때 미처 완성하지 못한 감정의 다리 공사를 요즘 열심히 하고 있어요. 유년의 상처, 부모와의 관계 회복 등 아이가 선사한 두 번째 기회를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수행하고 있답니다.


엄마들은 자기 감정을 억누르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라면 늘 온화하고 평온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거든요. 나은이를 대할 때 어떠신 편이신가요?

 

저도 육아를 할 때 겪는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고 때때로 화도 냅니다. 아이와 아름다운 동행, 공생을 위해 엄마 아닌 저의 삶을 계속 돌아봐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다고 생각하면 그건 말 그대로 ‘감정을 눌러두기’ 임시방편을 쓴 것이지 근본적으로 감정해결이 되었다고 볼 수 없어요. 그래서 제 나름 육아 숨구멍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절 제가 받아온 상처를 고백하고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요. 왜 이 상황에서 유독 화가 나는지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아요. 때로는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저의 육아 숨구멍이죠. 문제를 인정하고 자각하는 그 순간, 이미 제 감정을 존중해주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달래져요. 치유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부모와 저의 유년 시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나누다 보면 부모도 당신들의 지난 육아를 반성하게 되고 뜻하지 않게 잘못을 고백하시기도 합니다. 육아의 방식은 대물림 된다고 하잖아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저와 저의 부모도 또 한 번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저의 팁인데요. 육아가 너무 힘든 날, 남편에게 저를 어린이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말했어요. 어린이 지민이에게 물어주는 것이지요. “지민아 너는 오늘 왜 마음이 아팠어?” 처음엔 낯간지럽지만 남편에게 털어놓고 위로 받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런 노력들, 제가 육아를 하지 않았더라면 제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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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육아에 대한 정보들이 너무 많다 보니 아는 게 병이라고, 더 완벽하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지고 그게 또 엄마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요.

 

처음 육아를 시작할 때 저는 굉장히 오만했던 것 같아요. 특히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라고 하죠. 육아를 공부처럼 열심히만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엄마를 좌절에 빠뜨려요. 수많은 육아 간섭으로부터 나만의 신념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능한 여성이 얼마나 될까요. 특히 육아 경험이 전무한 여성이 초보딱지를 붙이고 시작한 새내기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아요. 에디터 뺨치는 최고의 편집 능력을 지닌 2-30대의 여성들이 엄마가 되니 전쟁 같은 육아 일상조차 한편의 그림 엽서처럼 올라와요. 그 모습에 저 또한 영향을 받았고 고민에 빠뜨렸어요. 그런 모습을 보시던 친정엄마께서는 휴대전화가 엄마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고 조언도 주셨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 그 말씀이 일리가 있었어요. 저도 한 달에 보름 정도 디지털 디톡스 기간을 가져요. 아주 예쁜 바구니를 하나 준비해서 전화기를 넣어두고 전화가 울릴 때만 받는다든지 아이가 잘 때만 휴대 전화를 살핀다든지 해요. 그렇다 보면 어느새 다른 집 아이를 향하던 눈길이 한 번 더 제 아이에게 머물게 되고 내 삶의 중심을 잡는 기분이 들어요.

 

오늘도 아이를 키우느라 고군분투하는 아빠, 엄마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해주세요.

 

화천의 목재 체험관 관장님께 가구 만드는 것을 배우러 반년 목재관을 남편과 오간 적이 있어요. 관장님은 소목을 가르쳐 주는 도중에도 뜬금없이 인생의 지혜를 툭툭 던지셨는데, 저는 그때 찬 바닥에 누워 나은이와 신선놀음을 하고 있었어요. 모녀 옆에서 선생님과 신랑이 열심히 나무와 씨름 중이었는데 그러시더라고요. “힘을 빼야 해요. 어려울수록 힘들수록 힘을 빼야 하죠. 요 부분 톱질은 매일 열 시간씩 삼 년은 해야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잘 하려고 욕심 부릴 필요가 없어요. 세월이 쌓여야 해요.” 그 말을 들으니 가구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말씀 주시는 것 같았어요. 힘든 나날의 연속이지만 우리가 가져야 하는 마인드는 결국 주어진 상황을 감사하게 느끼며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밟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힘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아이를 대할 때 우리의 마음도 그러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한 인간을 완성시킬 것처럼 달려들지 말고 천천히요!

 

 

 

* 전지민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그린마인드>를 만들었다. 도시와 시골을 반반씩 오가며 생활하다가 5년 전 강원도 화천에 뿌리를 내렸다. 군인인 남편과 함께 다섯 살 딸아이 나은이를 키우며, 인스타그램 작은 창에 시골살이와 육아에 관한 기록을 남긴다. 여성이자 엄마의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에코마인드를 글로 지어 <맘앤앙팡> <베스트베이비> 등의 매체에 연재한 바 있으며, 지금은 패션지 <엘르>를 통해 엄마, 작가, 환경운동가의 시선으로 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전지민 저 | 비타북스(VITABOOKS)
인류의 시작, 교역의 시작, 산업혁명의 동력, 과학의 발전, 그 모든 곳에 있었던 ‘실’. 이 책은 힘과 권력에 가려졌던 그 뒤에 숨은 인간을 따라가는 책이다. 엉킨 실타래를 인내심을 갖고 풀어내듯, 실과 직물의 흔적을 끝까지 찾아내 그것을 최초로 만들고 사용한 인물들과 그들이 움직여온 역사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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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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