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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할망은 그 힘든 물질을 어떻게 견뎠을까

그림책 『물개 할망』 오미경, 이명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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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에 대해 조사하다가 해녀들이 용왕님을 용왕 할망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게 여성이니 용왕님의 존재도 여성으로 인식했던 건 참 뛰어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020.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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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물개 할망』 은 평생 해녀로 살아온 할망을 바라보는 손녀의 시선으로 통해 해녀의 강인함과 큰 사람을 담아냈다. 2019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인 이 작품은, 아일랜드 물개 설화와 해녀 이야기를 연결시킨 독특함을 가지고 있으며 할망의 대사에 제주 방언을 사용해 사실감을 더했다.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나미콩쿠르 은상과 브라티슬라바비엔날레 황금패상 수상작가 이명애는 제주 해녀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그렸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다를 다채로운 이미지로 표현했다. 글을 쓴 오미경 작가와 그림을 그린 이명애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생각과 작업 과정 등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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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물개 할망』 은 제주 해녀와 아일랜드의 물개 설화가 만나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어떻게 해녀와 물개 설화를 묶어서 이야기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미경ㅣ몇 년 전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이라는 책을 읽다가 그 책에 소개된 물개 요정 이야기에 매료되었어요. 우리나라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바다를 몹시 그리워하던 물개 여자는 물개 가죽을 찾게 되자 어린 아들을 두고 바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겨진 아이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도 강하게 와 닿았어요. 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단 생각을 하던 중, 제주도 해녀의 잠수복과 물개 가죽의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에 착안해 두 이야기를 하나로 풀어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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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님이 옛이야기 속에서나 기존의 다른 동화에서는 남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개 할망』 에서는 용왕 할망으로 설정한 것이 눈에 띕니다.


오미경ㅣ해녀에 대해 조사하다가 해녀들이 용왕님을 용왕 할망이라고 부른다는 걸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해녀들이 용왕님을 왜 할망이라 부를까 생각해보니 그건 바다의 생산성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해녀들은 바람의 신 영등 할망이 씨를 뿌려주고, 용왕 할망이 그것을 키워주는 것으로 믿고, 두 신께 한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물질을 하거든요.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게 여성이니 용왕님의 존재도 여성으로 인식했던 건 참 뛰어난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서양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남자인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물개 할망』 에는 화자인 아이와 해녀인 할망이 등장합니다. 아이는 대략 9, 10세 정도로 보이고, 제주어를 쓰지 않은 걸 보면 타지역(아마도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온 것 같은데요. 이야기 속에 아이의 부모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할머니와 둘이 사는 것으로 짐작되고요.


오미경ㅣ이 작품에 나오는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할머니에게 맡겨진 상황으로 설정했어요. 바다로 물질 가는 할망이 전설 속 물개 여자처럼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는 아이의 심리와,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지켜내는 할머니의 강인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할망의 모습에는 자식들을 올곧게 키워내기 위해 당신들의 삶을 희생하신 저의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어요. 실제로 제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머나먼 타향인 제주도에서 청춘을 바쳤어요. 이 그림책은 엄마와 할머니에 대한 헌사인 동시에 끝내 생명을 보듬는 모든 여성에 대한 헌사이기도 해요.

 

『물개 할망』 은 장면마다 바다의 느낌이 달라 다채로운 바다 풍경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다를 표현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차이를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명애ㅣ이 작품은 크게 바다 위의 장면과 바다 속의 장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장소적 특징이 제한적이다 보니 레이아웃 잡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바다는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날에 따라,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바다색과 형태, 질감이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같은 바다라 해도 매 장면마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따라 느낌이 달라 보이도록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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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할망』 은 본문은 펼침 16장면이지만 앞부분에 프롤로그가 두 장, 속표지가 두 장,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있어 장면 수가 적지 않은 작품입니다. 풀리지 않아 가장 애를 먹은 장면과,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주신다면?


이명애ㅣ아일랜드 설화를 담은 프롤로그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제일 힘을 빼야 하는 부분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첫 시작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감성적인 부분을 잘 풀지 못하는 제 성향이 더해져서 더 어렵게 다가왔을 수 있고요.


마음에 드는 장면은 본문 첫 장면, 위에서 아래를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드론샷으로 그린 바다 장면이에요. 원고를 처음 받았을 때 이장 면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고, 파란 바다 위에 검은 점과 형광 주황의 점이 기하학적으로 표현되길 바랐어요.

 

지난 1월 작가님이 쓰고 그린 창작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 가 출간되었고, 『물개 할망』 도 출간되었는데요, 이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명애ㅣ몇 년간 발목을 잡고 있던 『내일은 맑겠습니다』『물개 할망』 이 출간돼서 시원섭섭하네요.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던 책들이 마무리가 되어 제 손을 떠났으니 잘 자리 잡길 바라봅니다. 그동안 머릿속에만 맴돌던 이야기가 몇몇 있는데 그것들을 끄집어내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해보려고요. 당분간은 개인 창작에 몰두하면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할 듯합니다.

 

 

 

* 오미경


1965년 충청북도 청원에서 태어났으며, 충북대학교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 <어린이동산>에 중편동화 「신발귀신나무」가 당선되어 어린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경험이 동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키 작은 풀, 꽃, 돌멩이, 나무, 아이들과 눈 맞춤하며 동화를 쓰는 일이 참 행복하고, 좋은 동화를 쓰고 싶은 욕심이 아주아주 많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발트의 길을 걷다』(공저), 『사춘기 가족』, 『신발귀신나무』, 『교환 일기』, 『금자를 찾아서』, 『선녀에게 날개옷을 돌려줘』, 『일기똥 싼 날』 등이 있다.

 

* 이명애


파란 바다와 형광 주황의 테왁, 매끈하게 빛나는 검은색의 해녀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이미지입니다. 있는 힘껏 숨을 참으며 거친 물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삶을 응원합니다.작은 책상에 앉아 소소한 이야기를 쓰고 그리며, 아이들과 더불어 그림으로 소통하며 살아갑니다. 2015년과 2017년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나미 콩쿠르 은상, BIB 황금패상을 받았습니다. 『플라스틱 섬』, 『10초』, 『내일은 맑겠습니다』를 쓰고 그렸으며, 『신통방통 홈쇼핑』, 『시원탕 옆 기억사진관』, 『코딱지 할아버지』, 『우리 동네 택견 사부』,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라면』을 비롯한 여러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물개 할망오미경 글/이명애 그림 | 모래알
아이의 눈에는 할망이 용왕님의 딸처럼 크고 강인한 존재지만, 아이는 할망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매일 애를 태웁니다. 할망에게 들은 ‘물개 여자’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고, 파도가 너무 거칠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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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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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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