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벡, 퍼렐 윌리엄스와 만나다

벡 <Hyperspace>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벡의 음악에는 일종의 장인정신이 있다. 하나의 서사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다양하게 조합하고 연출하는 그 특유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2020. 02. 26)

L_1180260.jpg

 

 

인디의 감성과 실험성을 대표하는 벡이 대중성의 대명사 퍼렐 윌리엄스와 만났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모티프로 삼은 이번 기획은 그 결과물을 선명하게 투영한다. 신시사이저를 내세우면서도 록과 포크의 정서를 풀어내는 벡 특유의 밝은 색채가 드럼머신과 트랩 비트를 만나 사이키델릭함을 연출한다. 앨범이 연출하는 오래된 미래의 그림은 여유롭게 그려져 더욱 매력 있다.

 

주목할 점은 힙합의 영향이다. 「Hyperlife」의 합창 이후 벡이 설계한 신스팝 반주와 멜로디로 앨범을 여는 「Uneventful days」부터 비트는 힙합을 지향한다. 이후「Chemical」의 트랩 리듬과 멜로디컬한 랩, 「See through」의 PBRNB를 거쳐 타이틀곡 「Hyperspace」 의 몽환적인 공간감을 지탱하는 L.A. 출신 싱어송라이터 터렐 하인즈 (Terrell Hines)의 랩에 도달하면 비로소 앨범을 관통하는 힙합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본인이 랩을 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벡과 힙합의 만남은 꽤 성공적이다.

 

퍼렐의 감각은 대체로 앨범에 성공적으로 녹아든다. 「Uneventful days」나 「Chemical」에 묵직함을 부여한 공로도 있지만,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신스 리드에 휘감아낸 「Dark Places」나, 보컬 코러스와 에코 이펙트로 우주의 광활함을 강조한 「Everlasting nothing」 같은 곡을 듣고 있자면 데이비드 보위가 「Space oddity」에서 노래한 공허함이 떠오른다. 앨범 콘셉트에 맞춘 탁월한 연출력이다. 그러나 이런 일관성 때문에 컨트리를 팝으로 재해석하며 힘을 준 「Saw lightning」처럼 앨범에서 설 자리를 잃은 트랙도 들린다.

 

실험 와중에도 익숙함을 잊지 않는 건 온전히 벡의 노련함 덕이다. 혼자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Stratosphere」는 포크에 기반을 둔 발라드로, 코러스에는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을 기용하며 스페이스 오페라의 감정적인 절정을 소화한다. 이전 앨범들에서 들어온 통통 튀는 신스팝 역시 「Star」나 「Die Waiting」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타 이펙터로 연출한 벡 특유의 채도 높은 사운드 역시 앨범 곳곳을 장식하며 반가움을 선사한다.

 

벡의 음악에는 일종의 장인정신이 있다. 하나의 서사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음악 그 자체를 다양하게 조합하고 연출하는 그 특유의 태도는 신보 <Hyperspace> 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실과의 연결고리는 부족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을 도피하는 데에는 이만한 음악이 없다. 다만, 자신과 가장 먼 곳을 표현하겠다는 얄팍한 이유로 앨범 커버에 일본어를 적어놓지는 않았길 빈다.

 

 

 

 


 

 

Beck - HyperspaceBeck | Caroline
몽환적인 공간감을 지탱하는 L.A. 출신 싱어송라이터 터렐 하인즈 (Terrell Hines)의 랩에 도달하면 비로소 앨범을 관통하는 힙합의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방구석에서 만나는 한국미술의 거장들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방구석 미술관』 이 한국 편으로 돌아왔다. 이중섭, 나혜석, 장욱진, 김환기 등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10인의 삶과 그 예술 세계를 들여다본다. 혼돈과 격동의 시대에 탄생한 작품 속에서 한국인만이 가진 고유의 예술혼을 만나볼 수 있다.

마이클 샌델, 다시 정의를 묻다

현대 많은 사회에서 합의하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차등'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 마이클 샌델은 미국에서 능력주의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개인의 성공 배후에는 계급, 학력 등 다양한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 이런 사회를 과연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지옥이었다

모두를 울린 '인천 라면 형제' 사건. 아이들은 어떻게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가고 있을까? 성장과 소속감의 상실, 자율의 박탈, 친구와의 단절, 부모와의 갈등 등 코로나19로 어른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세밀하게 포착한, 우리가 놓치고 있던 아이들 마음 보고서.

올리브 키터리지가 돌아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 여전히 괴팍하고 매력적인, ‘올리브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주인공과 그 곁의 삶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노년에 이르러서도 인생은 여전히 낯설고 어렵지만 그렇게 함께하는 세상은 또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책은 보여준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