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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출판사와 계약해야 하는가

왜 유유출판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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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따지는 독자들은 애당초 이런 책을 안 보죠. 제목도 이렇게 작게 써놓은 책을 보겠어요? 기자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책을 볼 독자들은 따로 있어요. (201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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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의 말들』 출간 후 총 4번의 북 토크를 했다. 출판사가 마련해준 망원 오네긴하우스에서 진행한 ‘서재의 여자들’(with 정지혜 사적인서점 대표), 경기도 안성의 작은 책방 ‘다즐링북스’, 인천 서구에 있는 ‘서점 잇다’, 그리고 최근에 진행한 ‘죽전도서관’ 올해의 책 저자 강연회 등이다. 4번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유유출판사와 계약하게 되었는가?”다. 유유출판사와 계약하게 된 동기는  ‘편집자의 연락은 1등으로 받으세요’ 에서 밝힌 바 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자 한다.

 

XX출판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이틀간 고민했다. 당시 나에게 출간을 제안한 곳은 총 3곳이었다. 한군데는 큰 규모의 대형 출판사였고 두 곳은 중소형 출판사였다. 대형 출판사는 이미 거절한 상태(XX출판사와 계약한 상태였기 때문), 다른 두 곳은 내가 쓰고자 하는 책의 결과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투고하고 싶은 출판사를 두 곳으로 압축했다. ‘유유출판사’와 ‘휴머니스트’에서 펴내는 2030 세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기만의 방’이었다. 끝까지 두 곳을 두고 고민했는데, 유유출판사로 마음을 확정한 건 “그래도 내게 책을 내보자고 여러 번 권해준 출판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은 왠지 출간 예정인 책이 줄줄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내 글의 유통기한이 너무 오래 되지 않는 시점에 책을 내고 싶었다. 빠르게 출간이 가능한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었다.

 

유유출판사에게 제안하기 전, 고민이 없지 않았다. 첫째, 유유출판사는 인문 도서를 주로 내는 곳이다. 탄탄한 저자군 사이에 내가 너무 부족하지 않을지 (진심으로) 걱정했고 고민했다. 둘째, 나의 정체성 때문이었다. 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어쨌든 온라인서점 직원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유출판사를 선택한 건, 출판사 브랜드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유유출판사는 돈 드는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는 출판사다. ‘작고 단단하게, 재미있게’를 모토로 ‘공부, 고전, 중국’을 다루는 교양서를 주로 만든다. 그리고 유유출판사의 모든 책은 이기준 그래픽디자이너가 디자인한다. 나는 그의 탁월한 디자인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유유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디자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SNS에서 ‘글’로 조금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출간 제안이 들어온다. “앗, 나에게 책 제안을? 와우 영광입니다”하고 계약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를 테면, 내 책을 담당했던 편집자가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하는 일. 그것은 저자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아무리 좋은 책, 좋은 저자라도 내가 기획하지 않은 책에는 마음이 덜 가는 법이다. 편집자의 안목을 믿고 책을 만들었는데, 출판사의 지원이 전혀 없어서 금세 사라진 책들은 부지기수로 많다. 첫 책을 계약하는 사람들이 유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내 담당 편집자가 자신이 속한 출판사를 신뢰하는가”다. 나는 유유출판사 대표님이 어떤 마음과 목적으로 책을 만드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

 

만약 내 책이 대형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화려한 저자군에게 밀리고 밀려, 한 번의 마케팅도 하지 못한 채 ‘편집자와 저자만 각별하게 여기는 책’이 되었을지 모른다. 대형 출판사는 대개 신간 마케팅을 3개월 정도 진행한 후, 간헐적으로 홍보한다. 작은 출판사의 경우 압축적인 마케팅은 없지만, 관리하는 저자군이 많지 않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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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서가에 놓은 유유출판사 책들. 판형이 작아 휴대하기 좋다. 

 

유유출판사는 환경을 위해 재생지를 사용하며, “작고 가벼워서 언제 어디서나 편히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든다. 며칠 전, 한 유명 저자를 만났는데 “기자님 책은 독립출판물로 나온 책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허허, 책을 오래 쓰신 분이 현재까지 100종 이상의 인문서를 출간한 유유출판사를 정녕 모르시는 것인가?) 현장에 동석한 두 편집자님은 얼굴을 붉히며 나 대신 답하셨다. “기성출판물이에요.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반응도 좋아요.”

 

유유출판사의 책은 정말 가볍다. 종이 자체도 가벼운 종이를 쓴다. 표지 역시 얇다. 출판사의 깊은 뜻을 모르는 독자들은 “왜 이렇게 책을 성의없이 만들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한 독자로부터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성비 따지는 독자들은 애당초 이런 책을 안 보죠. 제목도 이렇게 작게 써놓은 책을 보겠어요? 기자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책을 볼 독자들은 따로 있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위로가 됐던지. 하기야 내 책과 비슷한 분량의 텍스트로 일러스트 많이 넣고 행간 쭉쭉 넓히면, 양장본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진짜다)

 

책을 꾸준히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첫 회사가 중요하듯 첫 출판사가 중요하다.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라면 믿음이 간다”라는 인식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만약, 1년 전이라도 유유출판사와 계약을 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난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긍정의 회신을 할 것이다. 『태도의 말들』 은 홍대 ‘땡스북스’를 비롯해 많은 동네책방에서 사랑을 받았는데, 이것은 유유출판사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이력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유유출판사의 ‘문장 시리즈’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내 책이 이만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확신하지 못한다.

 

소설가 장강명은 <채널예스>에 연재 중인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칼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작가들이 잘 모른다. 우선 출판사마다 인세를 입금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어떤 회사는 아무 통보나 설명 없이 불쑥 통장에 돈을 넣어준다”고 썼다. 나는 이 칼럼을 읽고 유유출판사에게 크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는데, 유유출판사는 증쇄를 할 경우 얼마의 부수를 찍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물론 인세도 바로 입금한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메일이 왔다. “『태도의 말들』 8쇄를 판매 완료하였기에 인세를 송금했습니다. 연말이 되니 조금 더 판매가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9쇄는 3천 부를 찍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순 있어도 나갈 테니까요.” (3천 부라니. 허걱! 조금만 찍으시지, 다음 증쇄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겠군. 그래도 기분이 좋군)

 

다음 회는 “SNS 책 리뷰, 정말 효과 있나?”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태도의 말들엄지혜 저 | 유유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일에 각별하게 마음 쓰는 분,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이 궁금한 분, 사소한 것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분, 순간의 반짝임이 아닌 꾸준히 빛을 발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태도를 읽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매만져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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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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