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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연락은 1등으로 받으세요

대신 연락은 자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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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 때는 편집자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품이 들잖아요. 책은 ‘함께’ 만드는 것임을 인식하고 책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존중하는 분을 좋아합니다.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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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평창동 스타벅스에서 가제본을 읽었다.

편집자의 짧은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마스킹테이프도 예뻤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마케터란 무엇인가, 저자란 무엇인가, 기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백일장을 연다면 꼭 참가하고 싶다. 만약 선택지를 준다면 어떤 주제를 선택해야 할까. 아마도 나는 편집자를 쓸 것이다. 나는 기자로 저자로 때때로 마케터로 살지만, 편집자의 마음을 가장 이해한다. 

 

『태도의 말들』 을 거쳐간 편집자는 세 명이다. 유유출판사랑 계약하기 전, 나는 XX 출판사와 계약했다. 왜 이 출판사였냐고? 당시 나는 태교책을 쓰고 싶어서 조금 친했던 편집자께 이 이야기를 했고, 그 편집자님은 자신의 상사에게 나를 소개했다. 팀장이었던 편집자님은 나와 짧은 미팅을 마친 후, 자필 편지를 보내주셨다. “~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태교책은 시장이 너무 작으니, 인터뷰어라는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에세이를 써보자고 하셨다. 자필 편지에 감동한 나는 덜컥 계약했고, 그로부터 몇 개월 후 편집자님은 임신을 하셔서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나의 담당 편집자님은 그분의 후배로 변경됐다. 평소 내 글을 좋아하신 분이라 호흡은 잘 맞았다. 하지만 그분은 곧 유학을 떠나실 예정이라며, (내 책만큼은 꼭 만들고 퇴사하고 싶지만) 지금 떠나야 할 것 같다며 퇴사했다. 그렇게 나는 세 번째 편집자를 만나게 된다.

 

유유출판사 대표님은 오래 전부터 내게 “책을 한 번 써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나 같은 일반인에게도 제안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감사했다. 그래도 아무에게나 책을 쓰라고 말하지는 않을 테니까. 때로는 지나가는 말로, 때로는 거듭 진지하게 출간 제안을 주셨던 터라, 나는 유유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윽고 XX 출판사에게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편집자가 두 명 이상 바뀌는 건, 아무래도 제 마음이 어렵습니다”라고 말했고, 얼마 후 받은 메일에는 출판사의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는 곧바로 계약금을 돌려 드리고 유유출판사 대표님께 메일을 썼다. “제가 ‘태도’에 관해 짧은 글을 쓰고 있는데 한 번 보시고, 괜찮으면 회신 주세요. 50% 정도 쓴 원고를 첨부로 드려요. 출판사 포맷에 맞게 수정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정말로 편하게 검토 부탁 드립니다.” 유유출판사 대표님은 나 못지않게 즉답을 하시는 분으로 유명하다. 대표님은 내 제안에 기꺼이 매우 빠르게 긍정적인 회신을 주셨고 곧바로 계약했다.

 

이미 원고를 50% 이상 쓴 상황이라 책 작업은 순조로웠다. 나의 담당 편집자는 전은재 님이었는데, 1년 전 사석에서 눈인사를 주고 받은 사이였다. 책 작업을 하면서 편집자와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여의도와 파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라 주로 메일로 소통했다. 『태도의 말들』 에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나는 메일을 보면서 사람의 실력을 판단한다.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회신하는가, 문장을 얼마나 경제적으로 쓰는가, 상대를 어떻게 배려하는가’ 등을 본다. 전은재 편집자님은 딱 내가 좋아하는 성향이었다. 과함과 덜함이 없었다. 글 센스는 물론이거니와 내 질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했다.

 

서점 직원들은 대개 출판사 마케터와 자주 소통한다. 하지만 웹진, 잡지, 팟캐스트를 만드는 나는 편집자와도 많은 일을 한다. (작은 출판사의 경우, 편집자가 마케터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신뢰하는 한 편집자님을 인터뷰하며 질문한 적이 있다.

 

Q. 편집자로서 가장 좋은 저자의 태도란 무엇인가? 
 
내가 연락할 때는 언제나 연락이 잘 되면서, 선뜻 먼저는 너무 많이 연락하지 않는 태도? 농담이(아니)다. 음, 가장 좋은 태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글을 믿고, 편집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늘 독자들을 생각하는 태도’가 아닐까? 그렇지만, 음, 저자는 태도로 말하지 않는다. 글로 말한다! 글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진심인지 아닌지. (한겨레출판 김준섭 편집자)

 

Unbelievable! 실로 충격적이면서 진실한 답이었다. 그리고 100% 공감했다. 나 역시 웹진과 잡지를 만들며 편집자 역할을 많이 한다. 내게 가장 좋은 필자는? 마감을 잘 지키고, 오타 없고 정확한 글을 쓰며, 답문이 빠른 필자였다. 부담스러운 필자는? 너무 자주 연락하는 사람이었다. (끄응. 나는 직장인이고 칼럼을 하나만 담당하지 않으며, 굉장히 잡다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왜 나를 단행본 편집자로 생각하시는 것인지. 나는 당신의 글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데. 쿨럭)

 

나는 책을 쓰면서 매일매일 이 주문을 외웠다. “편집자에겐 1등으로 연락하자. 너무 자주 연락하지 말자. 너무 많이 궁금해하지도 말자. 편집자는 직장인이다. 내 책만 만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존중하면 존중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무탈하게 수월하게 책을 완성했다.

 

얼마 전, 전은재 편집자께 짧은 메일을 보냈다. “<채널예스>에 ‘출간 후 알게 된 것들’을 써보려고 하는데, 편집자의 이야기를 조금 써보려고 합니다. 간단한 질문에 답변이 가능할까요?”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전문을 공개한다)

 

Q. 제가 편집자님의 메일과 확인 요청에 빠르게 회신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혹시 눈치 채셨을까요?

 

그럼요. 함께 책을 만들기 전에도 업무상 연락할 때마다 항상 빠르고 정확하게 회신해주셨잖아요. 회사 업무와 원고 작업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 늘 빠르게 회신 주셔서 놀랐어요.

 

Q. 평소 가장 좋아하는 저자의 태도는 무엇인가요? 대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도 궁금합니다.

 

『태도의 말들』 에서 기자님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존중하는 태도요. 책을 만들 때는 편집자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품이 들잖아요. 책은 ‘함께’ 만드는 것임을 인식하고 책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존중하는 분을 좋아합니다. 편집자들이 대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유형을 제가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동안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다들 비슷한 맥락의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열린 마음, 소통, 자기 글에 대한 책임감, 신뢰. 존중과도 연결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Q. 편집자 입장에서 가장 함께 일하는 걸, 피하고 싶은 상대는 어떤 스타일인가요?

 

바로 전의 답과 정반대되는 분이요! 역지사지가 안 되고,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요.

 

인터뷰 때마다 ‘편집자’의 공을 치켜세우는 저자를 많이 만났다. 그들은 “편집자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나는 이 표현이 조금 불편했다. 물론 고마워하는 마음, 공을 돌리고자 하는 마음을 안다. 하지만 ‘도왔다’는 표현보다는 ‘함께 일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편집자도 저자도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이다. 한 권의 책은 저자의 책이기도 하지만, 편집자의 책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공동 작업자이지 누가 누구를 돕는 차원의 일은 아니지 않나?

 

『태도의 말들』 은 프롤로그만 있는 책이라, 에필로그를 못 썼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은재 편집자님, 고맙습니다. 겨우 한 권의 책을 쓴 사람이지만, 편집자님과 작업해서 정말 유익했어요. 어떤 말도 흘려 듣지 않으시고 정확하게 사려 깊게 책을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편집자님이 앞으로 만드실 많은 책을 기대하고 기다립니다.”

 

다음 편은 “나에게 맞는 출판사 찾기”에 관해 쓰려고 한다.

 

 

 

태도의 말들엄지혜 저 | 유유
시시한 일상을 잘 가꾸고 싶은 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일에 각별하게 마음 쓰는 분, 나 자신을 지키는 법이 궁금한 분, 사소한 것에 귀 기울이고 싶은 분, 순간의 반짝임이 아닌 꾸준히 빛을 발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태도를 읽고 자신의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매만져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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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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