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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출신 요양보호사가 전하는 요양원의 하루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이은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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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보낼 요양원을 우리 스스로 감옥이라거나 어떤 나쁜 곳으로 한계를 짓기보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 집, 마을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양질의 돌봄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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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며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 ‘요양보호’는 새로운 키워드가 되었다. 일본 문학 번역가 이은주 저자는 생활인으로서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계기가 되어 요양보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저자는 피요양인을 ‘1호 할머니, 4호 환우, 정우 할머니’ 등으로 부르지 않는다. 대신 ‘뮤즈’와 ‘제우스’라는 별칭으로 대접한다. 삶과 죽음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신화 세계의 신들을 모시는 마음으로 피요양인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가로서 다져진 저자의 단단하고 공감력 있는 문장력은 삶의 마지막 자리에서 반쪽 인간으로 취급되곤 하던 피요양인들을 다시 그들 자신의 무대로 불러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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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겸 요양보호사라는 이력이 참 이색적입니다. 번역가로서의 이은주와 요양보호사로서의 이은주는 어떻게 다른가요?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  을 보면 에드워드 사이드의 글을 통해 정체성은 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정체성이란 ‘나’를 규정짓는 것으로서 도라에몽처럼 1분 전의 내가 있고, 지금의 내가 있으며 미래의 내가 있는데 모두 동일한 나이면서 동시에 다른 나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그 안에 흐르는 근본적인 부분은 일정한 틀을 가지고 있겠지만 번역가로서의 이은주와 요양보호사로서의 이은주는 그렇게 공존합니다.

 

작가님에게 이번 책은 어떤 의미입니까? 요양보호사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작가로서 삶의 한 단편을 소재로 삼은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하면서 쉬는 시간이면 31번 게이트에서 번역을 했어요. 그때 번역한 작품이 후지타니 오사무의 『배를 타라』였는데 비행기 탑승 시간에는 시장처럼 번화하던 공항이 비행기가 뜨고 나면 텅 빈 활주로가 통유리에 끝없이 펼쳐지는 것을 등 뒤로 번역을 하고 또 했지요. 후지타니 선생님은 문학 잡지로 데뷔한 분이 아닌 편집자가 발굴한 작가로 일본의 서점인이 뽑는 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작가입니다. 음악 성장소설을 번역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맺게 되었고, 번역을 하면서 의문이 나는 점은 그때그때 이메일로 작가와 소통을 하면서 세 권을 번역하고 나자 이런 기분이 드는 거예요. '꼭 등단하지 않아도 글을 쓰면 되겠다'고. 이건 무척 귀한 체험이었습니다. 동시대의 작가와 소통하면서 말하자면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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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주변 분들의 반응, 특히 동료 요양보호사분들은 어떤 지점에서 공감을 표시하나요? 어쩌면 요양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이은주 작가님이 좀 더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수많은 요양보호사분들이 헌신적으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데요. 그분들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까 편견을 수정할 필요가 있어요. 약자는 목소리가 없지 않나요? 약자가 목소리를 낼 때는 바로 밥벌이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저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이 든 작가, 즉 노작가가 많이 있어야겠다. 그리고 많이 써야겠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난 혁명가이자 의사인 한 작가의 삶의 궤적을 찾아가는 주인공이 작가의 친구와 만나기 위해 요양원을 방문하는 장면인데요. 저녁 시간이 되자 대화를 하던 노인이 일어나면서 이렇게 던집니다.

 

"식사 시간이라는 소리요. 너무 이르지. 감옥처럼 말이오. 여기 사는 사람들의 시간에 맞추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편한 대로 하는 거니까." 이 대사는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책 158쪽에서 가져왔는데요. 제가 요양원에서 근무할 때 읽어서인지 오랫동안 이 문제에 관하여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얻었어요. 그 대사는 어쩌면 맞기도 하지만 다르기도 하다.

 

요양원에서의 저녁은 일찍 찾아옵니다. 마치 지구 저편의 시간처럼 다르지요. 대부분의 뮤즈와 제우스는 불면증을 호소하고 수면제 처방을 받으시기도 합니다만, 역시 수면의 질은 떨어지는 편이고 깊은 잠을 자더라도 일찍 잠에서 깨어납니다. 새벽 두세 시에 깨어서 티브이를 보시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종교에 맞게 종교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게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시기에 요양원에서의 저녁이 빠른 이유일 수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신다는 걸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작가가 글을 써주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노후를 보낼 요양원을 우리 스스로 감옥이라거나 어떤 나쁜 곳으로 규정지어서 한계를 짓기보다는 좀 더 사람이 살아가는 방, 집, 마을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좋은 아이디어, 양질의 돌봄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요양보호사분들이나 피요양인 또는 그의 가족에게 하시고 싶은 말을 다 하신 것 같은데 좀 더 남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참 그리고 사회복지사나 정책 당국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네이버에 요양보호사분들이나 부모 돌봄으로 고립된 가족들을 위한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요양보호사의 경우에는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지병이 되어서 일자리를 잃고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내용이 올라오는데요. 지금 제가 주민센터에서 월 2만 원에 배우고 있는 '바른 자세 척추 운동' 근골격계 운동을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의 재활이나 근력 향상에 도움을 줄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부모 돌봄으로 고립되고 소외되어 가는 가족에게도 '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이용하길 적극 권합니다. 데이케어센터나 재가 돌봄은 반나절만이라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운동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까 돌봄에 지치지 않고 사회와 소통하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요즘 출판 시장이 어려워서 처음 책을 내는 사람들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주는 출판사가 줄어들고 있다던데요.

 

책의 출생의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2가지 에피소드를 전하고 싶어요. 박명균 작가로부터 이 책은 시작되었습니다. 3년 전 평소 존경하던 『우린 잘 있어요, 마석』  의 고영란 선생님을 따라 『나는 언제나 술래』  북 콘서트에 참석했는데 '고등학생 운동을 했던 박명균 선생님 북 콘서트의 사회를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의 조한진희님이 보고  『불편한 온도』  의 하명희 작가가 책이 나오는 과정을 함께 하고 있었으며 그 작가들을 헤르츠나인 대표가 지지하고 있는 모습이었지요. 그때 저는 조금 지쳐있었어요. 이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았고,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사는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먼저 죽을 것 같았고 말이지요. 그때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저는 마치 마을 친구를 다 만난 것 같았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그때의 감격을 쓰며 망설이던 요양보호사 일을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했어요.

 

그다음 에피소드는 작년에 시금치 출판사 대표의 제안으로 경의선 책거리 독립서점에서 책지기를 할 때였어요. 시금치 출판사와 대화 중에 "요양보호사에 관한 책을 쓰는 게 어때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페이스북에 썼더니  『나는 언제나 술래』  를 냈던 헤르츠나인에서 댓글이 달렸어요. 그와 같은 생각을 했다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금치 대표가 헤르츠나인 대표에게 응원의 전화를 넣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이것이 독립출판사가 가진 장점이 아닌가 싶어요. 서로 돕고 싶어 하는 마음. 저의 책은 그런 서로 돕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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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일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일도 내가 좋아하는 일과 삶의 방편으로 해야 하는 일도 다를 것 같고요. 일과 가족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의 인생은 가족을 이해하는 데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질이 다른 가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책 읽기가 필요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학습지 교사를 하는 3년 반 동안 번역한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열린책들에서 나왔을 때는 인생의 한고비를 넘은 기분이 들었어요. 남동생이 아팠기에 조카들의 성장기에 관여하면서 돈이 필요했을 때마다 저는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life work가 확고하다면 rice work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지요. 의사였던 작가도 있고, 노동자인 시인도 있고, 지금은 더 생각이 안 나지만 좋아하는 것을 꼭 직업으로 가지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번역가 이은주에서 에세이 작가로서의 이은주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실 생각입니까? 다음 작업은 '요양보호사'와 관련이 되어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직업? 아니면 다른 장르의 글, 예를 들면 소설 같은 거요.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언젠가는 도스또예프스끼처럼 '가난한 연인들'과 같은 서간문을 쓸 작정입니다. 브런치 프로필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안데르센이 되고 싶어요. 달이 들려주는 이웃 나라 사람들 이야기를 전하고 마침내는 일본사람에 대한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 아니 다중적인 태도를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을 참고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음 책은 학습지 선생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 반지하나 임대아파트에서 늦게까지 잔업을 하는 부모를 기다리며 쓸쓸한 밥상에 앉아 무심히 티브이를 보던 어린이들과 ADHD증후군으로 성장기를 보냈던 조카들의 ADHD 극복기, 그리고 경도지적장애 판정을 받고 언어치료와 감각통합치료, 놀이치료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손자의 일상을 담은 『세상의 모든 어린이』(가제)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은주

 

번역가가 되기 위해 20대부터 꿈을 키웠고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를 번역하면서 꿈을 이루었다. 문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보냈다. 일본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대중문화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일하는 엄마 대신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는 할머니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 후 할머니를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봄과 나눔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하는 것이 문학의 한 형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달했다.옮긴 책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로의 초대』, 『친구가 모두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날엔』, 『아임 소리 마마』, 『사랑하는 다나다군』, 『버전 업』, 『러브 디톡스』, 『한일병합사』, 『나는 드럭스토어에 탐닉한다』, 『나는 뮤지엄샵에 탐닉한다』,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 『배를 타라』, 『이웃 사람』 등 다수가 있다. 앞으로의 꿈은 한국의 저자를 일본에 알리는 일이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이은주 저 | 헤르츠나인
비록 생활의 방편으로 택한 일이었지만, 10여권을 번역한 중견번역가로서 글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들을 인생무대의 주인공으로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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