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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그림에서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요”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이소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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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말과 이유 없는 혐오를 마주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아낸 화가들을 주목했죠. (2019. 08.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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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에는 타인의 가시 돋친 말과 이유 없는 차별, 혐오의 시선 속에서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낸 화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그림이 담겨 있다. 이들은 누군가 쉽게 내뱉은 말에 휘둘려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으며 중요한 사실을 깨우쳐간다.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누구도 내게 상처 줄 수 없다’는 것. 이 책 속에 등장하는 14명의 화가 이야기는 곧 ‘나를 사랑하는 14가지 방법’이다.

 

저자는 공감을 자아내는 일상의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에 문을 두드리고, 과거 화가의 삶과 현재 우리의 삶을 겹쳐 보여주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결코 틀리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그 응원에 보답하듯, 이제 새하얀 캔버스에 가득 수 놓인 마이웨이 화가들의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오롯이 나의 것으로 만들 시간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돌아서지만 한 번 들으면 가슴속에 앙금처럼 남아 우리를 괴롭히는 말들이 있다. “넌 살만 빼면 예쁠 것 같은데”처럼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처럼 ‘그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고민하며 밤새 뒤척이게 만드는 말.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같은 습관처럼 스스로를 포기하는 말. 우리는 얼마나 쉽게 말을 내뱉고, 또 얼마나 많은 말들에 감정을 소모해왔을까.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현재 미술 칼럼을 연재 중인 이소라 작가로부터 미술을 통해 나를 찾는 법을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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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때문에 받은 상처를 말이 없는 그림으로 위로해준다는 콘셉트가 재밌어요. 이 책을 쓰신 배경이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자기반성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무심코 했던 말들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책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넌 살만 빼면 예쁠 것 같은데”라는 말은 사실 제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해요. 저는 그 말이 가진 무게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친구의 지적을 듣기 전까지는요.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상대에게 상처가 될 줄 모르고 던졌던 말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순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보게 됐어요. “살면서 가장 상처가 되었던 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대답하는 짧은 영상이었죠. 누군가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어요.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아주 어린 시절 들었던 말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었어요.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구상했어요. 말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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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지의 문제적 말들과 화가 이야기가 나와요. 그림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 세상을 떠난 화가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각 주제와 화가, 그림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기준은요?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화가와 그림을 고를 때는 우선 제 마음에 와닿는 소재를 고르는 편입니다. 사실 모든 주제와 그림을 미리 선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어느 날은 주제가 먼저 떠오를 때가 있고, 또 어느 날은 그림을 보며 주제를 떠올릴 때도 있죠. 화가의 인생을 보며 글감을 생각해내기도 하고요.


이번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에 두었던 기준은 ‘그가 과연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화가였는가?’였어요. 날카로운 말과 이유 없는 혐오를 마주하고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스스로를 미워하는 대신 자신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아낸 화가들을 주목했죠. 유명세보다는 그게 먼저였어요. 그래서 아마 익숙지 않은 작가와 그림들이 많이 보이실 거예요.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 또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고, 빛나는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남의 인생에 함부로 발을 거는 말들이 참 많아요. 그런 말에 일일이 대답하는 대신 꿋꿋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 화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책 제목이 마치 “지금 내가 듣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 같은 무언의 경고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색다른 해석인데요? 그렇게 해석하신다면 책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조금 더 풍부해질 것 같아요. 특히 앞에 있는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뱉는 사람들에게 던지기 좋은 경고네요. 당신 앞에는 부서지기 쉬운 마음을 가진 존재가 있으니 말조심하라는 뜻도 될 테고요. 흥미로운데요.


제가 의도했던 의미는 “세상이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도 상처받지 말아요. 지금 내가 듣고 있으니 툭 터놓고 당신의 고민을 이야기해 봐요”였어요. 요즘은 너도 나도 자기 이야기만 하느라 바쁘잖아요. 그럴 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떠오른 제목이기도 합니다.

 

책에 등장하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다음에 하지 뭐”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쉽게 말을 내뱉고 무기력감을 안겨줘요. 이런 마음이라면 수작을 남긴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그 사람이니까 가능하지. 나는…’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제가 미술사를 공부하며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뛰어난 예술가 또한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이에요.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더욱 예민하고 작은 것에도 괴로워하는 존재였을지 몰라요. 아니, 그런 존재였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숱한 감정을 투영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겠죠. 저는 그런 화가들의 삶을 다루며 정말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나 혼자만 겪는 괴로움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위대한 화가일지라도 결코 개인적인 고통을 극복하지 못할 수 있어요. 반대로 아주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엄청난 고통을 극복하고 새로이 태어날 수 있지요.


결국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며 무기력해지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는 게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조금씩 시도해보는 거예요. 저도 여전히 노력 중이랍니다. 이 책이 그 여정에 조금이나마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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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다 그림을 그린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가는데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와닿은 화가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 주세페 데 니티스의 <정원에서의 아침 식사>가 떠오르네요. 일단 그림이 너무 좋고요. 그림 속 세계로 단숨에 빠져버린다고 할까요. 특히 겨울 정취를 표현한 그의 재능이 놀라워요. 그림뿐 아니라 그의 인생도 저에겐 의미 있었어요. 니티스는 생각지 못했던 불의의 병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죠. 그는 아마 자신에게 훨씬 더 많은 날들이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그렇지 않잖아요.


니티스를 다룬 챕터의 제목이 ‘다음에 하지 뭐’예요. 이 말은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해요. 저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온갖 소소한 걱정들에 붙잡혀 시도조차 못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니티스에 대한 글은 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글이기도 했어요. 영원히 살 것처럼 말하지만 내일조차 불확실한 게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니티스는 제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갈 작가가 될 것 같아요.  

 

책에 담지 못했지만, 추가로 소개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이 글을 읽으실 독자분들에게 선물이 될 거예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런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이었어요. 누군가를 내 기준에서 평가하고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는 데 익숙했죠. 그러다 과거에 커밍아웃하고 지금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남자 연예인의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가 이런 말을 했었어요.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을 갖기가 참 힘들더라고요.” 쓸쓸해 보이던 그의 말에 그동안 제가 생각 없이 주변에 내뱉었던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주워 담고 싶어졌어요.


세상의 이해를 갈구했지만 끝내 그 세상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한 이가 있어요. 미국 출신 예술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1957-1996)입니다. 39세에 요절한 그가 작품 활동을 한 시기는 단 8년에 불과해요. 그럼에도 그는 1980~1990년대 뉴욕 현대미술의 대표적 작가로 기억됩니다.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에는 일상적 감각이 깔려있어요. 사랑하는 이와 달콤한 꿈을 꾸었던 침대와 베개, 색색의 사탕, 하루에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시계. 그는 이러한 일상 속 소재들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 속 주제는 한마디로 ‘러브 스토리’입니다. 그는 동성애자였고 사랑하는 연인을 에이즈로 잃었습니다. 그 역시 연인이 죽고 5년 뒤 에이즈로 사망하죠. 곤잘레스-토레스는 세상으로부터 진심 어린 이해를 받지는 못했지만 사랑을 통해 구원받았고 외로움과 상처를 극복했어요. 진정한 사랑이란 그런 것 아닐까요. 책에 실지 못해 아쉽지만, 그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 쓸쓸한 마음을 위로받으셨으면 좋겠어요.

 

‘말이 없는 그림은 사랑, 슬픔, 고독 그리고 삶의 사소한 아픔들로부터 우리를 완벽히 구원합니다(100쪽)’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림 한 점이면 내 마음에 온기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는 뜻일 텐데요. 그런 그림을 한곳에 모아둔 이 책이 독자분들의 삶에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시나요?


마음이 힘들 때마다 듣는 노래가 있나요? 그럴 때마다 반드시 찾게 되는 영화가 있을지도 몰라요. 바로 그런 순간에 문득 생각나는 것들 중 이 책이 포함된다면 좋겠어요. 언제 꺼내 읽어도 독자분들에게 잔잔한 위안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글을 읽기 싫은 날에는 그림만 찬찬히 보아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소라


당신을 위로할 말들을 찾아내고 싶다. 삶과 예술을 넘나들며 고민하는 중이다.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프랑스 기메박물관(Muse Guimet)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한국화가협동조합 매거진 『미술사랑』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에세이 『한밤의 미술관』을 펴냈다.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이소라 저 | 봄름
공감을 자아내는 일상의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에 문을 두드리고, 과거 화가의 삶과 현재 우리의 삶을 겹쳐 보여주며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결코 틀리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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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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