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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요크, 가장 자신감 넘치는 솔로 음반

톰 요크 『An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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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들어도 컴컴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고 가까이서 보면 더욱 즐길 요소가 많은, 톰 요크의 연륜이 담긴 음반이다. (2019. 07. 31)

(웹용)앨범커버_Thom_Yorke_-_ANIMA.jpg

 


심오한 견해와 날이 선 감정, 톰 요크의 음악은 여전히 독하게 차가우며 냉소적이다. 제목 '아니마'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제시한 개념에서 가져온 것으로 무의식에 자리한 자아 혹은 남성성 안에 자리한 여성성을 뜻한다. 작품의 테마는 톰 요크가 정의한대로 '불안함'과 '디스토피아'. 이번에도 독자적인 감각으로 어두운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즐겨 들은 청자라면 반길만한 첫인상이다. 비관적인 감성을 한껏 품으며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Traffic」의 역동적인 드럼과 신시사이저는 <Kid A>의 「Idioteque」 기조와 비슷한데, 질감을 더 날카롭게 구성하며 세련미를 덧댔다. 그 뒤의 「Last I heard」는 <Amnesiac>의 「Pyramid song」과 유사한 감정을 지닌 피아노가 전자음이라는 새 옷을 껴안았고, 3번 트랙 「Twist」의 몽롱한 기타와 여백을 채우는 비명 소리는 <In Rainbows>를 열심히 들은 이들에게 「15 step」을 연상시킨다. 이렇듯 작품 초반의 모습은 톰 요크 마니아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수준에 머물며 새로운 요소나 문법이 등장했다기보다는, 그간 사용했던 소스들을 조금씩 다듬어 재활용한 것에 가깝다.

 

익숙한 작법에도 앨범이 가지는 특징, 더욱 확고해진 전자 음향의 활용이다. 묵직한 드럼 대신 그의 음악에 오랫동안 주축이었던 테크노 사운드가 좌우로 흩뿌려지며 작품의 태도를 잡는다. 그렇기에 장르는 록보다는 일렉트로니카에 더 기울어져있고 톰 요크가 솔로 활동을 감행하며 꾸려오던 그만의 장르는 멋진 완성을 이루었다. 다듬어진 음악보다는 사운드의 실험에 가까웠던 1집 <The Eraser>나 잘 구성된 편곡에도 확실한 음의 매력이 부족했던 <Tomorrow's Modern Boxes>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정갈하다. 그의 솔로 음반 중 가장 자신감이 넘친다.

 

2000년도에 통념 거부 선언을 하고서 실험을 지속해온 그는 이제 가수나 작곡가라기보다는 음향 전문가, 사운드 스케이프의 장인에 가깝다. 또한 오랫동안 의기투합한 프로듀서인 나이젤 고드리치가 이번에도 그의 번뜩임을 다양한 들을 거리로 확장시켰다. 앞서 언급한 라디오헤드의 잔향을 이어받은 다수의 노래들을 비롯해, 팀의 드러머 필 셸웨이가 참여한 'Impossible knots'의 펑키한 리듬, <Surpiria>에서도 힘을 보태줬었던 런던 컨템포러리 오케스트라의 현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Not the news」 등이 인상적이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Runawayway」 또한 끝을 멋지게 장식한다.

 

특히 「Dawn chorus」는 음반의 빼놓을 수 없는 시그니처 곡이다. 변칙적이고 공격적인 여타 트랙들에 비해 이 곡은 시종일관 잔잔한 기운을 유지하는데, 음울한 전자 피아노 패턴 위 건조하게 녹음된 보컬이 듣는 이의 넋을 빼앗는다. 노래는 폴 토마스 앤더슨이 본작을 모티브로 만든 동명의 단편 영화 <Anima>에서도 주축을 담당한다. 작품의 중반부, 톰 요크와 실제 그의 연인인 배우 다야나 론치오네가 함께 로맨틱하게 춤을 추는 장면에 삽입되며 황폐한 세계 속에서도 남아있는 아름다운 사랑의 모습을 담아냈다. 

 

가장 활달한 변화의 굴곡을 자랑하는 밴드의 리더로서, 톰 요크의 행보는 언제나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 대상이 되어왔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음악을 하는듯했고 우리는 당연히 그는 그 스스로와 비교되는 게 마땅하다고 여겼다. 다만 <Anima>는 아티스트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봤을 때에도 기존의 소리들을 새롭게 주조한 것에 그치기 때문에 괄목할만한 반전은 감지되지 않는다. 크게 열광하기는 힘든 이유다. 또한 감정을 선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음향적으로 그려낸 의도도 이해는 하나 유려한 멜로디의 부재는 결국 앨범의 핵심이 비어있게 만든다. 톰 요크의 음악을 즐겨 듣지 않은 대중에게는 더욱더 그럴 것이다.

 

친절하지 않은 테마와 무질서한 외양, 역시 투박하고 쉽지 않다. 신보는 각양으로 얽히고설킨 전자음들을 조밀하게 관찰하는 재미와 타인의 자폐적 디스토피아를 통해 자신의 우울함을 대리 배설하는 쾌감 정도로 감상하는 편이 옳다. 그럼에도 그의 솔로작들 중에서는 가장 추상적이지 않고 콘셉트가 명확한 것은 명백하다. 또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쌓아온 그의 집합체 속 원소들이 하나의 작품에 응축되어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빛을 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멀리서 들어도 컴컴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고 가까이서 보면 더욱 즐길 요소가 많은, 톰 요크의 연륜이 담긴 음반이다.

 

 


 

 

Thom Yorke - ANIMAThom Yorke 노래 | Beggars / XL Recordings
톰 요크가 전체 작사, 작곡을, 라디오헤드의 오랜 프로듀서이자, 오는 7월 내한 공연에도 투어 멤버로 참여하는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가 프로듀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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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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