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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거리낌 없는 사회적 제스처

마돈나 『Madame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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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회적 시선 앞에서 속물적인 여성(「Material girl」)은 없다. 마돈나는 마돈나 뿐이다.  (2019.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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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를 통한 완성이 있다. 흔히 시뮬라크르란 단어로 집약되는 파괴와 재결합은 미술, 사회학적 관점 외에 음악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아이슬란드 뮤지션 뷰욕의 대부분 음반이 그렇고, 케이트 부시, 플로랜스 앤 더 머신, 토리 에이모스, 소닉 유스, 벨벳언더그라운드 등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의 기호를 쉽게 충족할 매력적인 선율 보다는 자신들이 거칠게 조합한 음압의 집합체라 하면 설명이 쉬울까.

 

이러한 관점에서 마돈나의 신보는 전자보다 후자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거주하며 체화한 라틴, 레게, 선창과 후창으로 이뤄진 토속적 향취를 듬뿍 담은 음반은 가끔 등장하는 팝적인 라인을 제외하고 대중성보단 비대중적 줄 세우기를 감행한다. 일례로 <호두까기 인형>의 일부를 차용한 「Dark ballet」 는 4분 15초의 러닝 타임을 6분 남짓으로 느껴지게 할 만큼 오묘한 톤을 유지하고 실제로 6분이 넘는 「God control」은 디스코, 총소리, 보코더 사운드를 부서질 듯 세게 섞어뒀다.

 

변주와 변칙적인 소리샘이 오가는 도중, 젊은 팝스타와의 협업을 통해 트렌드 취합에 힘썼다. 콜롬비아의 인기 가수 말루마와 함께한 라틴풍의 「Medellin」 「Bitch I’m loca」를 비롯해 포스트 말론과 함께한 싱글 「Sunflower」의 장기 집권으로 현재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레이 슈레멀드의 스웨 리, 「Bad and boujee」란 거대 싱글을 가지고 있는 미고스의 콰보가 있으며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디플로, <Music>, <American Life>의 중심 프로듀서 미르 와이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감초다.

 

이러한 신, 구의 조합과 마담 X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뼈있는 개인적 발화를 드러낸다. 비슷하게, 씬을 이끌고 있는 뮤지션들을 대거 활용한 전작 <Rebel Heart>가 자신이 품고 있는 사회적 목소리보다는 최신 사운드 운용에 함몰된 경향이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보다 묵직한 메시지와 완결된 음악 여정을 보인다. 성소수자, 빈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Killers who are partying」의 트레몰로, 둔탁한 타악기, 총기 규제법에 일갈을 날리는 「God control」, 로파이 질감으로 옛 부족 사회를 재연한 것만 같은 「Batuka」까지 영어, 포루투갈어, 스페인어를 오가며 쌓은 14번째 정규는 빠짐없이 노래에 메시지를 더했다.

 

다소 길게 다가오는 루즈한 틈들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완성된다. 첫 곡 「Medellin」의 영상에서 명명한 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를 위해 싸우는 마담 X는 「God control」에서는 총기 사건 전하는 기자로, 퀴어 뮤지션이자 흑인이기도 한 미키 블랑코가 열연한 「Dark ballet」은 잔다크르 화형에 빗대 편견과 차별에 뜨거운 울림을 전한다. 마돈나 특유의 비음이 선명한 「Crave」는 스웨 리의 등장이, 「I rise」는 총기 난사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의 연설을 담아 흐름에 극적 생동감을 끌어왔다.

 

부진한 싱글 성적이 보여주듯 커리어를 재점화시킬 대형 신곡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예민한 최신 음악의 차용과 창의적으로 섞은 월드 뮤직의 향연을, 나아가 거리낌 없는 사회적 제스처를 동시에 보여준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그리고 최근 흘러가는 음악이 세상을 집어 삼킨 시대에 다시금 듣고, 보는 음악의 시너지를 안았다. 킬링 곡의 부재로 네 개에 못 미치는 별점이지만 개인 통산 9번 앨범차트 1위로 그는 변치 않는 생명력을 증명했다. 음악과 사회적 시선 앞에서 속물적인 여성 (「Material girl」)은 없다. 마돈나는 마돈나뿐이다. 


 

 

Madonna - Madame X 마돈나 정규 14집Swae Lee, Quavo, Maluma, Madonna 노래 | Universal / Interscope Records
팝의 역사를 써가는 유일무이한 팝의 여왕 마돈나의 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이고, 스웨 리 (Swae Lee), 쿠에보(Quavo), 말루마(Maluma) 등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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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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