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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오름, 사라봉과 별도봉

여행 첫날 혹은 마지막 날에 가면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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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 사라봉 정상에 올라서 망양정이라 부르는 팔각정 정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노라면 점차 어둠에 잠기는 제주 시내와 바다의 모습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2019.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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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과 제주항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제주공항에서 가깝고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은 어딘가요?"

 

4년 차 제주도민인 내게 여행객들은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 그때마다 나는 도두봉과 더불어 사라봉 오름을 추천한다. 제주에 도착한 첫날 또는 여행 마지막 날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 가면 더욱 좋다. 사라봉 정상에 올라 서쪽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석양을 보면서 제주 여행의 시작 또는 마무리를 하길 권한다. 사라봉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데 만족도는 매우 높은 오름이다. 사라봉은 쌍둥이 형제 같은 별도봉(베리오름)과 산책로가 연결되어 있다. 이왕이면 두 오름 모두 오르길 추천한다. 사라봉과 별도봉은 생성된 시기가 다르다. 사라봉이 조금 더 높지만 태어난 순서는 별도봉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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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은 녹음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14년 전 제주에 처음 여행 왔을 때 제주도민 지인이 늦은 밤 야경이 좋은 장소라며 데려간 곳이 있었다. 그가 운전하는 차는 시내를 벗어나자 산골 도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로 비좁은 길이었지만 오고 가는 차는 물론 야밤에 운동하러 온 동네 주민들도 많이 보였다. 작은 공간에 주차하고 차 밖으로 나오자 360도 강렬한 조명을 회전하는 등대가 눈앞에 있고, 그 아래로는 큰 항구가 보였다. 제주항이었다. 항구 곳곳에는 수많은 배가 정박했고 주황빛 조명이 곳곳을 밝히고 있었다. 이 모습이 어찌나 근사한지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그때 차가 주차했던 곳이 바로 사라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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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 해변 산책길

 

 

사라봉은 표고 148m, 비고 98m에 불과한 겉보기에 작은 오름이지만 정상에 오르면 제주 시내와 앞바다가 눈에 훤히 들어올 정도로 독보적이다. 육지에서 여객선을 타고 제주항으로 올 때도 가장 먼저 반겨주는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반면에 제주 시내에서는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와 높은 건물 때문에 사라봉이 숨겨져 있다. 그 옆에는 봉우리가 조금 낮은 별도봉(베리오름)이 사이 좋게 있다. 사라봉과 별도봉 주변을 지나다 보면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오름의 모습이 무척 관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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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 오르면 제주항이 훤히 보인다

 

 

이른 저녁, 사라봉 정상에 올라서 망양정이라 부르는 팔각정 정자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노라면 점차 어둠에 잠기는 제주 시내와 바다의 모습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서쪽 바다에 물든 노을이 워낙 아름다워서 예로부터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沙峰落照)'라 부르며 제주 10대 절경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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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곁에 두고 걸을 수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은 이미 여행객의 차지가 되었지만, 사라봉은 동네 주민들이 훨씬 많이 찾는다. 총면적 24만 제곱미터의 공원으로 지정되어 사시사철 관리가 잘 된다. 덕분에 주민의 체력 단련을 위한 다양한 운동 시설과 식수대, 화장실이 갖추어져 있고 트레킹과 산책 코스도 조성이 잘 되어 있다. 가로등도 곳곳에 있어 늦은 밤에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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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은 정비가 잘된 오름 중 하나로 꼽힌다 

 

 

사라봉 정상에서 별도봉 방향으로 내려온 후에, 별도봉 정상(136m)으로 바로 올라간 후 반대편으로 내려와서 올레 18코스인 별도봉 둘레길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수월하다. 이렇게 두 개의 오름과 둘레길을 모두 걸으려면 최소 두 시간이 소요된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이 길의 명성이 현재도 잘 유지되고 있다. 별도봉은 화북동의 옛 마을 이름을 땄는데, 예전에는 '바닷가 쪽 낭떠러지'라는 의미로 베리오름이라 불렀다. 수월봉보다는 별도봉이 오르기 조금 더 편하다. 별도봉 둘레길은 바다를 곁에 두고 산책로를 편히 걸을 수 있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한다. 별도봉 정상에서는 한라산 정상과 제주 앞바다가 가림막 없이 훤히 펼쳐져서 무척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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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봉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라봉 정상에 오르지 않고 야경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산지등대로 가면 된다. 1916년에 세워진 역사 깊은 이 등대는 83년간 쉬지 않고 제주 앞바다를 오가는 수많은 배의 북극성이 되어 주다가 1999년에 새로운 등탑이 들어서자 비로소 그 역할을 종료했다. 산지등대 입구 주변에는 대여섯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어서 야밤에 많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러 온다.

 

◇ 접근성 ★★★★
◇ 난이도 ★★
◇ 정상 전망 ★★★

 

 

 

정상에 가져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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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그 소리에 관한 기이한 이야기
심혁주 저

 

처음에는 책 제목에 끌렸고, 그 다음에는 별 생각 없이 펼친 페이지에 나온 문장에 푹 빠져 들었다.

"생명의 본질은 보이지 않는 것에 있다. 사람을 보라. 그 사람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 눈과 혀로 감촉한다고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는가? 그건 호박을 핥는 것과 다름없다. 호박의 생명이 안에 있듯이 사람의 본질도 안에 있다. 그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소리를 들어야 한다. 숨 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폐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뼈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그 사람이 내는 생명의 소리를 들으면 어떤 오장육부와 뼈를 갖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발성, 노래, 낭송,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의 몸과 정신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소리는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밥으로 사람의 시신을 공양한다는 티베트 조장(鳥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관련 저서들을 활발하게 펴낸 심혁주 교수가 이번에는 그간 티베트에서 보고 듣고 상상한 이야기들을 ‘소리’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길고 긴 실타래처럼 풀어놓았다.

 

 

찾아가는 방법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에서 '사라봉공원' 또는 '우당도서관', 제주청소년수련관'으로 검색해서 찾아오면 된다. 주차장은 비교적 여유로우며 주차비는 무료이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5분 소요된다. 버스는 325, 332, 465, 466 등 많은 노선이 운행한다. 화장실과 세면대가 잘 갖추어져 있다. 늦은 밤 '산지항로 표지관리소'로 가면 제주항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사라봉동길 74

 

주변에 갈만한 곳

 

국립제주박물관

2001년에 개관한 국립제주박물관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보존, 연구하는 고고 역사 박물관이다. 사라봉 남쪽에 자리하며, 제주공항에서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 주소 : 제주시 일주동로 17
◇ 이용시간 : 10:00 ~ 18:00 (월요일 휴관), 3~10월 매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장
◇ 요금 : 무료
◇ 홈페이지 : //jeju.museum.go.kr

 

 

삼양해수욕장(삼양검은모래해변)

별도봉을 지나 올레 18코스를 약 한 시간 정도 걸어가면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삼양해수욕장이 등장한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유명하지는 않지만 오래 전부터 제주도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쪽으로 데크가 깔려 있어서 노을을 보며 산책하기 편하다. 여름에는 검은 모래를 온몸에 덮고 찜질을 한다. 모래가 검정 색을 띄는 이유는 화산암편과 규산염광물이 많은 세립질 모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주소 : 제주시 삼양동 삼양해수욕장

 

 

동문시장(동문재래시장)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경에 형성된 동문재래시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시장이다. 제주 바다에서 수확한 온갖 해산물이 가득하고 다양한 과일과 야채, 기념품 등이 푸짐하다. 오후 6시 이후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야시장도 열린다.

◇ 주소 : 제주시 관덕로14길 20
◇ 전화 : 064-752-3001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
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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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최경진

4년차 제주 이주민이다. 산과 오름을 좋아하여 거의 매일 제주 곳곳을 누빈다. 오름은 100여회 이상, 한라산은 70여회, 네팔 히말라야는 10여회 트레킹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고 있으며(www.nepaljeju.com), 함덕 부근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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