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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잘 들리기만 하는 음반

위너 『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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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을 확보한 작법은 느슨한 완성도 앞에 위력을 잃고, 위너의 색깔도 보여주다 마는 데에 그쳐 작품의 날이 무뎌졌다. (2019.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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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 나비효과의 「첫사랑」을 재해석한 「첫사랑 (2019)」을 빼면 모든 노래가 가볍다. 장난스러움, 능글맞음을 내세우고 거기에 조금씩 관능적이고 발칙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송민호의 정규앨범 <XX>에서도 보여준 이러한 작법은 휘발성 강한 차트에서 흡인력을 지니는 YG 스타일이다. 위너의 신보에도 그게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든 트랙이 사랑 이야기고 가사는 귀에 잘 박히도록 얕게 구성되었다. 「Ah yeah (아예)」의 ‘아 예예예예예’나 「동물의 왕국」의 ‘으르렁 으르렁 월’ 등 핵심이 되는 부분에 의성어와 추임새를 배치하고, ‘모르는 게 약이라네, 그럼 넌 녹십자 딸이라네’ 같은 펀치라인을 동원해 쉬운 반복을 이어간다. 이는 중독성을 만들려 한 시도로 보이지만 결국 일차원적이고 단면적이다. 그들의 센스를 적절히 섞어 매력적인 팝을 만든 「Millions」의 경우와 달리 본작의 서사에는 이렇다 할 특기점이 없다.

 

음악의 호흡 역시 조화롭지 못하다. 「동물의 왕국」은 도입에서 코러스로 갈수록 사운드의 부피가 커지는데 멜로디가 반주의 힘을 따라가지 못해 밋밋하다. 마찬가지로 타이틀곡 「Ah yeah (아예)」도 후렴에서 선율이 비트보다 후퇴한다. 「Everyday (Remix)」는 공연용으로 예전 히트곡을 일렉트로 록, 하우스로 재구성했으나 도리어 원곡의 캐치함을 없애서 소구력이 떨어진다. 「몰라도 너무 몰라」가 에너제틱한 신시사이저에 속도감 있는 멜로디를 잘 배합한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소리의 짜임새가 모두 빈약하다.

 

트렌디한 감성에 맞춘 보컬과 랩을 담았지만 정작 멤버들의 강점은 사라졌다. 데뷔 전 <슈퍼스타K2>에서 보여준 강승윤의 성숙한 목소리나 송민호의 타격감 있는 랩은 없고 소속사의 단출한 색깔에만 매몰됐다. 가벼움을 덜어내고 원곡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이어받은 「첫사랑 (2019)」만이 가창이 두드러진다. 실력 있는 구성원들의 장점을 충분히 부각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We>는 잘 들리기만 하는 음반이다. 대중성을 확보한 작법은 느슨한 완성도 앞에 위력을 잃고, 위너의 색깔도 보여주다 마는 데에 그쳐 작품의 날이 무뎌졌다. 유치한 가사에서 드러난 약간의 위트와 재치, 의의는 그게 다다. 치밀함 없는 음악은 쉽게 소모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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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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