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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마음을 마주 볼 수 있다면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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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진화사를 통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인간이 사실은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이 많은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2019.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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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과도하게 걱정하고 넘치게 자만합니다. 공연한 일에 슬퍼하지만 터무니없는 일에 의기양양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사용한 칫솔 색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기억력을 과신합니다. 골백번도 넘게 외우고 사용한 근의 공식도 가물가물하지만, 세상을 논하고 역사를 평합니다. 가혹한 잣대로 타인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왜 세상은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느냐며 억울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이야말로 지금의 우리를 만든 가장 큰 공신(혹은 역적)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정말 마음의 문제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들에겐 약도 필요하고 상담도 필요합니다. 아주 심하면 병원에 입원해야 하기도 하죠.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주장합니다. 현대 문명의 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점점 더 아프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쟁적인 문화, 무분별한 세계화, 환경오염, 도시화, 가족 붕괴, 전통적 윤리 파괴 등이 주범으로 종종 지목됩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태곳적 인류는 늘 행복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았을까요? 항상 옳은 말만 하는 진실한 태도로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았을까요? 우리 마음에 존재하는 비합리성과 변덕스러움은 인간성의 본질인지도 모릅니다. 부적응적이고 역기능적인 인간의 마음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적응적 부적응성’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른 진화적 여정을 밟았습니다. 두발걷기를 하고 고기를 먹고 장기간의 성장기를 거치며 짝 동맹을 맺고 친족과 사회를 이루어 살면서 큰 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른 동물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정서ㆍ감정ㆍ사고ㆍ판단ㆍ언어 등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정교한 가전제품이 고장도 자주 일어나듯이, 인간의 마음은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더구나 인간 마음엔 설계도도 없고 설명서도 없습니다. 진화라는 설계자가 그때그때 임시변통으로 기능을 덧붙이고 맞춰 나갔죠. 저를 포함한 수많은 신경인류학자와 정신의학자가 열심히 설계도를 다시 그려 보고 있지만, 아직 미흡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대부분은 사실 고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약하고, 변덕스럽고, 종종 추악하기도 한 우리 마음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 마음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오늘 느낀 마음의 고통은, 마음이 고장 난 증거가 아니라 아직 튼튼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만약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월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약함입니다. 인간의 뇌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추기 위해서 지금처럼 커진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강한 원초적 신념을 위해서라면 아마 호두 정도 크기의 뇌로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좌고우면 걱정하고, 고민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갈등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후회하고, 좌절하는 기능. 언뜻 보면 왜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 뇌는 지금처럼 엄청나게 커진 것입니다.

 

이 책에 담은 이야기는 이렇게 연약하고 부족한 우리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종종 끓어오르는 용암처럼, 살을 에는 삭풍처럼 감정적으로 행동합니다. 집단의 분위기에 휩쓸려 죄 없는 사람을 비난하고, 사기꾼을 믿고 따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리저리 넘어지고 부딪히다 보면 한 번뿐인 삶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아무리 안으로 파고들어가 봐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감정과 이성이라는 두 마리 말의 고삐를 잡고, 세상의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으며 삶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을 통해 저는 진화인류학 이야기, 정신의학?심리학 이야기, 생물학에 가까운 이야기, 사회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여기엔 가벼운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밋밋한 이야기 등 다양합니다. 이제는 정설로 굳어진 이야기도 있고, 아직 논란이 분분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긴 진화사를 통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인간이 사실은 얼마나 치명적인 결함이 많은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박한선 저 | arte(아르테)
마음을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범위에서 바라봄으로써 ‘감정’, ‘이성’, ‘공감’, ‘삶’이라는 인간의 뇌가 수행해 온 중요한 진화적 과업을 ‘신경인류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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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한선 (작가)

마음으로부터 일곱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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