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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 2-10] 9화 : 이웃집 할머니가 닭 잡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마터 2-10』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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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막음이가 아버지를 깨웠더니 콧김에 아무 기척이 없었다. 그런 얘기는 문상객 누구에게도 말해주진 않았지만 막음이는 백만에게 귓속말로 가만히 속삭였다. 물텀벙이가 저승사자였던 게야. (2019.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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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황석영 소설가의 신작 『마터 2-10』을 매주 월/수요일 연재합니다.

 

 

그가 강화 지산리 살적에 이웃집 할머니가 닭 잡는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 그 집에 무슨 특별한 날이 와서 살집이 보기 좋게 오른 장닭을 잡는데, 할머니가 한 손에 식칼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닭의 날갯죽지를 그러모아 잡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녀는 장작 패는 통나무 둥치에 장닭을 올려놓고 가늠하다가 대번에 내려쳤다. 대가리가 톡 떨어져 나가고 잘린 모가지에서 피가 솟구치자 할머니가 제풀에 놀라서 쥐고 있던 닭을 놓치며 한발 물러섰다. 통나무에서 뛰어내린 대가리 없는 닭의 몸통이 뛰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소리를 내지르고 그 집 형들이 몰려나와 대가리 없는 닭을 잡으려고 쫓아다녔다. 닭은 한참이나 마당을 뛰어 돌아다니다가 날개를 퍼덕여 살구나무 위로 날아올랐다. 그놈은 높은 가지로 올라가서 쉬고 있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고 녀석을 다시 잡을 도리가 없었는데 사흘 동안이나 대가리 없는 장닭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먼데서 사다리를 빌려다 그 집 형이 올라가 잡아 내렸더니 닭은 이미 뻣뻣하게 죽어 있었다. 식구들 중 누구도 그 닭을 먹으려 하지 않았고 이웃집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 주었다고.


아무튼 아버지는 물텀벙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앉았는데 그 녀석이 입을 우물거리며 이랬다는 것이다. 예미럴, 예미럴, 예미럴. 분명히 그에게 욕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화들짝 놀라 분김에 그놈의 꼬리를 잡아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놈이 축 늘어지며 다시 그랬다고. 예에미러어얼∼. 막음이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가 마당에서 부스럭거리는 기척은 듣고 있었는데 시커먼 것을 두 손에 움켜쥐고 갑자기 부엌문을 발로 차고 봉당으로 뛰어 들어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솥에다 그것을 뿌리치듯 던져 넣었단다. 어서 불 때라 어서. 솥뚜껑을 두 팔로 힘껏 누르고 그는 연신 불 때라고 중얼거렸다. 막음이가 아궁이에 나뭇조각을 밀어 넣고 밑불 살려 불이 일기까지 아버지는 솥뚜껑 누른 손을 떼지 않고 이상한 물텀벙이의 행동거지에 대하여 장황하게 말해 주었다. 막음이는 그저 아버지의 입담이 재미있어서 아궁이 앞에 쭈그리고 앉아 깔깔 웃었다. 어쨌든 무우도 썰어 넣고 마늘도 다져 넣고 파도 송송 썰어 넣고 고춧가루 약간 뿌리고 맛있는 탕을 끓였는데 아버지는 어쩐지 ‘조시가 좋지 않다고’ 방에 들어가 눕더니 온 식구가 저녁 상 앞에 둘러앉았을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큰아들 천만이가 아버지를 깨우지 말라고 일렀다. 어떤 음식도 자는 사람에겐 잠보다 맛난 게 없다고도 그랬다. 이튿날 막음이가 아버지를 깨웠더니 콧김에 아무 기척이 없었다.


그런 얘기는 문상객 누구에게도 말해주진 않았지만 막음이는 백만에게 귓속말로 가만히 속삭였다. 물텀벙이가 저승사자였던 게야. 작은오빠야, 그이들은 암 것으로나 변해서 나타난다고 하잖아. 이백만이 장가들게 된 연유를 밝히는데 도무지 생뚱맞게 아버지 초상 치른 얘기를 하게 된 것은 그날 아버지의 오랜 동무라고 문상 온 사람이 바로 장인짜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윗목에 아버지 관을 놓고 병풍도 두르지 못하고 장목 횟대 엇비스듬히 질러 홑이불 늘어뜨려 가려두고 앉았더니, 연신 큼큼 하는 콧바람 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들어섰다. 키는 그야말로 오척 단구에 어깨가 다부지게 벌어진 남자가 문상을 왔다. 


 “큼큼 내가 말이지 그러니깐두루 느이 아부지 동무되는 사람인데 큼. 아니 근데 이 무슨 큼큼 거시기 날벼락이여. 어시장에 갔더니 반장이 알려줘서 찾아왔네. 큼큼 인생무상이로다. 저승길이 대문 밖이라더니 큼.”


십만이가 오랜 뒤에도 그날 일을 말할 적마다 사내의 성도 이름도 모르고 그저 형의 장인이라기엔 쫌 어이가 없어 별호를 짓기를 좃만하다고 만이 아저씨로 지어 불렀다. 그들 형제의 이름 끝자가 만이 돌림이라 어쩐지 더욱 혈육붙이처럼 정다운 별호가 아닌가. 만이 아저씨는 아버지와 고깃배를 타던 시절에 동갑내기로 말을 놓는 사이가 되었고 주안 염전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는 북촌에 살았는데 거기도 이쪽 동네나 엇비슷하게 품 팔아서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만이 아저씨는 한참이나 멀뚱히 앉았다가 형제들에게 호기롭게 한마디 했다. 


 “그러니깐두루 큼큼 내 오늘 소금 납품하구 간조 받은 날이여. 큼 거시기니 인제 맘도 껠끄름하구 속도 평시 같잖으니깨 큼큼 한 잔 사지. 자네들 내 오늘 거시기 육고기에 술 한 잔 살라구 하는데 인제 모두 나가서 큼.”


천만이가 아우를 힐끔 돌아보며 눈짓을 했다. 니가 상대해 드리라는 표정을 눈치 채고 백만이가 따라나서게 되었다. 동네 비탈길을 내려가는데 만이 아저씨는 연신 어깨를 재듯이 좌우로 건들거리며 걷는 품이 무슨 체육계 인사 같았다. 


 “큼큼 우리 동네에 고기가 마리째 들오는 푸주깐이 있는데 말이지 큼. 오늘이 거시기니 도축장서 소 들어오는 날이란 말씸이야 큼큼. 예서 가까우니 인제 그쪽으루 건너가세 큼.”


이백만은 아저씨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북촌 동네 어구에 콧구멍만한 푸줏간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푸주한은 백정이라서 머리를 박박 깎은 초로의 사내가 주인이었다. 머리 위에 시뻘건 살코기며 갈비며 앞 뒷다리 등속이 갈고리에 꿰어 주렁주렁 매달렸고 널판자로 상을 놓은 자리가 두 군데 정도였다. 만이 아저씨가 건장하고 나이도 위인 주인에게 하겟말을 쓴다. 

 

 “거시기니 겹간 들어왔나?” 


 “겹간이라굽쇼? 오늘은 선약자가 있어서 딴 데 드슈.” 


 “큼큼 선약자가 누군가?”


만이 아저씨가 고개를 바짝 치켜들고 물으니 푸주한이 네 까짓게 하듯이 픽 웃고는 대답한다. 


 “하역장 강 십장이우.”


만이 아저씨가 빙긋 웃었다. 


 “아아, 난 또 누구라구. 얼른 주게 큼.”


 “곧 올 텐데요.”


만이 아저씨가 성질난다는 듯 이빨 사이로 씨잇 소리를 내자 주인은 더 이상 잔소리 않고 겹간을 통째로 내왔다. 큰 참외만이나 한 겹간은 탱글탱글하고 윤이 반드르르 했다. 


 “큼 이게 저 거시기 소 한 마리라는 게여. 간 옆에 붙었는데 맛이 그러니깐두루 기가 막히지 큼큼.”


칼과 도마와 기름소금 담은 종지와 막소주 한 되가 잇달아 나왔다. 아저씨가 몸소 칼질을 하는데 보통 육질 써는 소리와는 다르게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백만은 정말 술이야말로 장인어른에게 배웠다면서 늘 하던 말이 있었다. 사람이 파락호가 분명했으나 맺고 끊는 게 일본말로 ‘앗싸리’ 했다고. 드르륵 판자문이 열리며 건장한 사내가 인부 둘을 데리고 등장했다. 그는 먼저 만이 아저씨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굽신해 보였다. 


 “성님 나오셨에요?”


 “큼큼 니가 여긴 웬일이냐?”


몸집이 커서 문을 꽉 채울만한 사내가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거시끼니 이거 니가 큼큼 맡아 놨다면서?”


 “예? 아뇨 뭐……”


 “큼 여기가 내 단골집이다.”


 “예예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편히 드십시오.”


푸줏간 주인은 어안이 벙벙해서 이러한 광경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역장 강십장이라면 부두 인부들을 쥐락펴락 하는 그야말로 장사인데 이렇게 조그마한 사람에게 쩔쩔매는 꼴이 기이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누구에게나 임자가 따로 있는 법이다. 아저씨가 아직도 멍한 표정인 주인에게 말했다.


 “큼큼 거시기 그 뭐시냐, 토시하구 제비추리하구 큼 안심하구 조금씩만 주게.”


푸주한은 찍짹 소리 없이 칼질하여 석쇠 얹은 숯불 화로와 함께 내왔다. 


 “그러니깐두루 내 보통은 거시끼니 소주 석 되를 먹는데 큼 오늘은 자넬 만났으니, 두 되만 간단히 하고 고기 좀 먹세 큼큼.”


백만이는 술이 제법 거나해지자 아저씨 같은 소한이 아까 그 거한을 어떻게 눌러 놓았는지 궁금해서 슬그머니 틈을 엿보다 물어 보았다. 


 “큼큼 거 뭐 별것 아닐세. 우리네야 몸집이 작으니 다른 기술이 있단 말이지.”


저렇게 생긴 놈은 대개는 씨름으로 동네에서 행세하던 터라 맞붙으면 먼저 잡아 넘기려고 위에서 두 팔을 뻗고 덤빈다. 그럴 때 작은 몸집의 자기는 잽싸게 밑으로 기어들어가 찰싹 붙어 불알을 잡는다는 것이다. 꽉 움켜쥐자마자 상대가 흐물흐물해진다. 너 이제 나를 성님으로 모실거지? 몇 번 쥐어짜면서 으름장을 놓는다. 내가 놓아주면 다시 덤빌라구 생각하지?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힘을 주어 훑어버리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면서 애고 성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큼큼 거 머시냐 내가 부둣가에서 한번 그렇게 혼찌검을 냈걸랑.”


그날 이백만은 좋은 안주에 아저씨가 권하는 술을 흔쾌히 마시고 흠뻑 취해버렸다. 혀가 꼬부라진 건 아무것도 아니고 아예 사지가 낙지처럼 되어 버렸다. 백만이가 그렇게 어깨동무를 당하여 만이 아저씨네 두 칸 집으로 갔는데, 새벽녘에 불벼락 치듯 호된 귀싸대기를 맞고 놀라서 눈을 떴다. 방안은 어느새 촛불이 켜져 훤하게 밝은데 아직 작취미성이건만 그의 목에 날카로운 칼끝이 지그시 누르고 있는 걸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큼 이 망할 자식 감히 어디메서 큼 자빠져 자구 있는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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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석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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