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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특집] 문지애 아나운서 “유튜브로 그림책 소개하는 이유”

<월간 채널예스>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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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를 위해서 시작했던 그림책을 조금 더 제 마음에 남기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건데, 지금은 오프라인 강좌로까지 이어지고 일이 좀 커졌어요. (2019.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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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아나운서가 그림책을 들고 왔다. 유튜버가 되어 좋은 그림책과 육아 하는 일상을 소개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그림책 학교의 선생님으로도 변신한다. 그녀는 왜 그림책과 사랑에 빠졌을까?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 아이한테 좋은 그림책을 소개해주고 싶었어요. 아이가 아직 어리니까 전집 같은 건 생각 안하고 서점 나들이 가서 한권 한권 낱권으로 사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민들레는 민들레』 라는 책을 만났어요. 그 때는 뭔가 기분이 전체적으로 다운돼 있었는데, 이유를 잘 몰랐어요. 아이 낳고 나서 환경이 많이 변했으니까 체력도 떨어지고 힘이 드는, 약간의 불편한 마음 때문인가보다 했죠. 근데 그 책을 읽고 눈물이 솟구쳐 오르면서 ‘아! 내가 아프구나’는 걸 알게 됐어요. “민들레는 민들레,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혼자여도 민들레, 둘이여도 민들레, 꽃이 져도 민들레…” 하는데, ‘엄마로 살면서 내가 나를 잃어가고 있구나, 내 이름이 없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도 이렇게 엄마로 규정돼서 엄마로 끝나겠구나’라는 불안감도 느껴지고요. 말하자면 아이를 낳고 일하는 여성들이 겪는 불편한 마음이었던 거예요. 그림책을 보면서 그런 제 마음을 느끼니까, 그림책이 아이들용 책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림책 공부가 <애TV>라는 유튜브까지 연결된 걸까요?


맞아요. 제게 유용하고 필요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좋은 정보들이 휘발되어 날아가는 게 아깝더라고요. 누군가와 함께 나눈다고 생각하면 저도 집중해서 몰입도 있게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어쩌면 저를 위해서 시작했던 그림책을 조금 더 제 마음에 남기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건데, 지금은 오프라인 강좌로까지 이어지고 일이 좀 커졌어요.

 

그림책을 나누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유튜브라는 매체를 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프리랜서 방송인, 특히 출산을 한 이후의 여성 방송인들에게 오는 방송 기회가 너무 적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가 원하는 컨텐츠로 제가 원하는 때 시작해서 제가 원하는 때 끝낼 수 있는 자율권 때문이에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했고 아이가 있다 보니까 뭔가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하기도 쉽지 않잖아요. 그 매력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결심은 했는데 시작하기 전에는 좀 망설였어요. 어쨌든 완벽히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방송을 해오던 사람이라 그런지 여러가지 허술한 부분들도 그렇고, 방송을 너무 하고 싶어서 애쓰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어쩌나 하는 거부감도 있고, 안 하느니만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어요. 그때 독려해 준 사람이 남편이에요. “아무도 안 볼 거다, 또 안보면 어떻냐, 내가 볼게. 우리 가족의 기록용이라고 생각하자”면서요. 그게 굉장히 힘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집에서 가족 단위로 가족기록용으로 큰 부담없이 시작했어요.

 

실제로 남편 전종환 기자님이 촬영을 전담하고 계시잖아요.  


모든 전권은 저한테 있고요. 남편은 오로지 카메라만 들어요.(하하) 어떤 곳에서 같이 해보자는 요청이 있긴 했는데 그렇게 되면 주제를 선택하고 책을 고르고 할 때 신경 써야 할 대상이 더 늘어 나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다 보면 제가 초반에 생각한 취지와는 달라질 것 같아서 버겁지만 지금도 스텝은 저하고 남편 둘 뿐이에요. 편집만 다른 분들의 기술을 빌리는데, 그것까진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림책을 소개하는 방송이지만 뷰티 방송처럼 파우치도 공개하고 어른들이 읽는 책도 소개하는 식으로 다양한 컨텐츠로 채워져 있어요


하다 보니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림책을 소개하다 보니까 아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얘기하시면서 그런 아이에게 소개해줄 만한 그림책은 뭐가 있을까 묻는 분도 계시고, 저희 아이한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요. 또 어떤 분은 요즘 제가 읽는 책도 궁금하다고 해주시고요. 그렇게 구독자분들이 보내주시는 의견을 보면서 ‘아 이런걸 원하셨구나’ 알게 되고 그걸 반영하다 보니 컨텐츠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또 초반엔 소개하고 싶은 것들을 여러 개 쫙 찍어 놓고 순서에 맞게 내고 그랬는데, 요즘은 지금 저한테 가장 와 닿는 주제를 골라서 그때그때 소개하고 있어요. 뭐랄까 그게 더 생동감 있는 것 같고, 구독자분들의 반응도 더 좋은 거 같아요.

 

방송을 보면 책의 모든 페이지를 다 읽어 주진 않아요. 저작권 때문인가요?


맞아요. 제가 큰 출판사들을 토대로 알아본 결과는 온라인에 오픈되어 있는 정도, 한 40% 정도만 벗어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지키려고 하다 보니까 책으로 소개해드리는 장면은 한 5장면 정도로, 많지는 않아요. 그림과 글자의 느낌만 보여드리는 정도로 하고 있죠. 당연히 지켜야 하는 부분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림책 학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게 MBC키즈스피치 아카데미의 대표 원장이에요. 여기가 본점인데 MBC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키즈 사업이고요. 대표 원장이긴 하지만 저는 토요일에만 하는 ‘애TV 그림책 학교’만 맡아서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그림책 공부를 하다 보니까 공부의 마지막이 바로 교안이더라고요. 그림책을 가지고 어떻게 프로그램화 시킬 것인가 하는 거요. 사실 그림책과 관련한 독서수업은 집안에서 이뤄지는 게 제일 효과적이에요. 저도 부모님들께 반드시 시간을 들여서 집에서 하시라고 얘기하고요.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데, 제 원칙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것, 따로 떨어져 있지 않는 거예요.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저는 부모 수업을 진행하고요. 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가 어떤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줘요. 부모님도 쉬지 않아요. 하하. 또 보통 미술이나 예술 활동을 위해 그림책을 양념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림책이 중심이 되고 예술활동 같은 걸 부가적으로 넣었어요. 그게 좀 다른 부분 같아요.

 

요즘엔 어떤 그림책들을 고르나요?


처음에는 제가 아이하고 같이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골랐다면 이제는 아이를 위한 책이 아니라 저를 위한 그림책을 고르게 되더라고요. 아이하고 읽을 책은 따로 사고요. 성인인 제가 보고 싶은 책, 소장하고 싶은 책들을 모으고 있어요.

 

그렇게 고른 책이 있다면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아무래도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요. 그럴 때마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 주세요. 그런 친정 엄마에 관한 책이에요.  『할머니 엄마』 라는 책인데, 아침에 아이를 떨어뜨려 놓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아이하고 운동회날 열심히 달려주는 할머니, 꼴찌를 해서 아이의 원망을 듣는 할머니, 마지막에 퇴근하고 돌아오는 딸을 위해 저녁 밥상까지 차려 놓는 친정 엄마의 하루가 담겨 있어요. 많이 울컥하더라고요. 아마 비슷한 처지의 일하는 엄마들이라면 다들 어떤 울림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될 거 같아요.


아들인 범민이가 좋아하는 책은 뭔가요?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지만 저희 아이도 딱 몇 가지 책에 큰 반응을 보여요. 읽은 책을 계속 읽어달라고 하죠. 제 아인 요즘 새에 꽂혀 있어서 글밥이 거의 없고 색감이 화려한  『작은 새』 에 빠져 있어요. 한솔수북에서 나온 『거짓말』이라는 책도 좋아하고, 정진호 작가님의  『3초 다이빙』 은 여전히 좋아하고, 『엄마가 화났어』도 좋아해요.

 

엄마는 좋아해도 아이는 좋아하지 않는 책이 있어요.


아이가 자꾸 읽어달라고 들고 오는 책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책은 소리지르며 반응하고 마지막까지 차분히 듣고요. 근데 몇 장을 넘겼는데도 별 반응이 없고 그냥 덮어버리면 저도 굳이 읽어주진 않아요. 저는 책을 폈을 때 모든 자율권은 아이한테 맞추는 편이거든요. 다만 제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건 제가 아무리 피곤한 상태라도 애가 책을 들고 오는 순간에는 꼭 반응해준다, 읽어주려고 노력한다 그거 하나는 지키려고 해요. 

 

남편은 방송을 같이 진행하면서 그림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나요?


예전엔 다른 어른들처럼 그림책을 그냥 ‘아이들용 책’이라고 치부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림책의깊이에 대해서도 알고 어른들에게 꽤나 감흥을 준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사온 그림책을 남편도 한번씩은 훑어보는데, 우리집에 있는 그림책과 그 책의 내용이 뭔지 정도는 다 알고 있죠. 또 아빠나 엄마가 그림책을 미리 읽고 아이와 읽는 것과 전혀 읽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와 처음 읽는 것과의 차이도 아는 것 같아요. 열심히 같이 읽어주려고 하는 부분이 보여요.

 

큰 효과를 보셨네요.


네. 근데 저는 아이가 책을 들고 왔을 때 힘들어도 꼭 읽어주려고 하는데, 아빠는 그건 아니에요. 자기 힘들면 안하려고 하긴 해요. 하하.

 

물론 엄마도 달라졌겠죠?


분명히 그런 것 같아요. 좀 더 자기 성찰적인 자세가 많아졌다고 해야 될까요? 그림책이 아이를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엄마의 손을 한 번 거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저는 그림책이 결국 지금의 부모 세대, 그러니까 기성 세대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저 아이에게 전해야 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림책은 부모가 먼저 바뀌고 부모가 먼저 의식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는 그림책의 간결하고 상징적인 이야기가 어른이 제일 먼저 흡수해야 하는 주제 의식이라고 생각해요. 그 문제 의식들을 어른이 먼저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 자기 성찰로 이어지느냐 아니면 단순히 애 책으로 치부해버리고 마느냐의 차이인 건데 제가 그림책을 조금 더 깊게 읽고 빠진 후부터는 그 부분을 채워 나가면서 달라지고 있는 걸 느껴요.

 

아이에게 언제까지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을까요?


어떤 책에 보면 중학교 2학년때까지 읽어줘라 하기도 하는데 저는 아이가 저하고 정서적 교감을 원하는 순간까지는 계속 그러고 싶어요. 그게 꽤 오래였으면 좋겠고요. 보통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그림책은 다 버려버리고 갑자기 글밥 많은 책들을 사서 넣기 시작 하잖아요. 근데 저는 그건 정말 경계했으면 좋겠어요. 어른에게도 그렇지만 아이에게도 그림책의 여운은 오래 남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림책으로 나눈 교감의 시간이 충분했고 좋았다면 그림책은 나와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는 물건인 거잖아요. 가능한 오랜 시간 책장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작은 새제르마노 쥘로 글/제르마노 알베르틴 그림 | 리젬
남들이 보기에는 그것들이 비록 작고, 보잘것없을지라도 훗날 그 발견들은 각자에게 빛나는 보물로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작은 것이 지니고 있는 가치 있는 보물을 발견하는 데 작은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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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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