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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과 특별 사이

‘보통’의 뒷면은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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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은 보통인가, 특별인가? 프레임에 갇히면 곤란하다. 세상엔 절대 보통도, 절대 특별도 없다. (2019.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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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보기보다 보통이 아니더라고.”


“거 참, 보통내기가 아니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나이 많은 사람이, 주로 남자가(여자도 있다), 대개 초면에 하는 말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나는 미소(썩소)를 지으며 답한다. “제가 보통은 아니죠. 보통인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이들은 누구인가? 내가 보통, 혹은 보통 이하이길 바라는 사람들. 이들의 저의는? 내가 까다롭지 않아 통제, 혹은 판단 가능한 존재이길 바라는 것. 그러니까 만만하면 좋겠는데 너 만만하지 않구나, 하는 말이다. 정말 훌륭한 사람에게는 “보통이 아니네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 말은 부정문이다. 모든 부정문은 일단 ‘짝다리를 짚고’ 나온다. “선생님도 참 보통은 아니시네요.” 나 역시 말한다면, 그는 기분 나쁘다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보통인지 아닌지’ 평가하는 자는 상대보다 위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입에서 ‘보통 아니네’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알아야 한다. 자신이 꼰대임을!

 

1987년,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해에 한 정치인의 말이 유행했다.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믿어 주세요.” 아이들은 너도나도 대통령 후보의 말을 흉내 냈다. 가슴 앞섶을 지그시 누르며 서로 “보~통 사람”이라고, 믿어 달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게 좋은 일인 듯 보였다. 돌이켜 보니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대통령 후보가 당선할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방방곡곡 떠들어대는 작은 마이크들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임을 주장하던 그이는 제 13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모두를 위해 좋은 정치를 했는지 못했는지, 우리는 몰랐다. 다만 ‘보통’이라는 게 만인에게 호감을 주는 열쇠임을 배웠다.

 

‘보통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혼자 있을 때면 넘치거나 모자란 행동을 하지 않는가? 누구든 ‘일개’, 혹은 ‘아무개 씨’로 초야에 묻혀 살다 죽는 것을 진정 바랄까?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자식을 낳는 것, 무언가를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 날렵한 몸을 바라 운동하는 것, 아침마다 화장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여행을 가는 것, 좋아하는 음악 목록을 만들고 듣는 것, 공부하는 것, 향초를 켜는 것, 요리를 해서 예쁜 접시에 담는 것, 반려동물을 끌어안는 것… 이 모든 게 삶을 ‘보통’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더 특별하게 가꾸려는 행위다. 이때 ‘특별하게’란 개인마다 다를 텐데, 이 ‘다름’ 또한 특별함이다.  

 

‘보통’이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이란 뜻이다. ‘보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또한 상황에 따라 우리를 안심시키거나, 상심하고 조바심치게 만든다. 의사에게서 ‘보통’이란 말을 들으면 안심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거나 공들인 창작물을 보여줬을 때 ‘보통’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것이다. “엄마, 나를 왜 좋아해요?”라고 아이가 물을 때 “넌 평범하거든. 네가 ‘보통’이라서 엄만 좋아.”라고 대답한다면 아이는 섭섭해 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뒷면은 ‘특별’이다. 쉽게 뒤집힐 수 있다. 인간은 앞면과 뒷면을 다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란 말은 인격의 개별성을 무리에 밀어 넣고 싸잡아 뭉개는 말이다. 무리의 위세에 기대어 한 사람을 평준화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보면, 모든 인간은 제 각기 다르게 특별하다. 그러니 ‘나 이 사람, 보~통 사람입니다. 뽑아 주세요.’라고 말한 정치인은 거짓말쟁이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보통’일 리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길 바라면서, 또한 특별하길 바란다. 이중 심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특별’이란 말의 의미를 찾아본 적 있는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이다. 특별은 ‘보통’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어떤 보통은 특별하다. 때로 어떤 특별이 보통인 것처럼. 보통이 정말 우아하고 아름답다면? 그것과 구별되는 특별은 되레 후진 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은 보통인가, 특별인가? 프레임에 갇히면 곤란하다. 세상엔 절대 보통도, 절대 특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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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연준(시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가 있고, 산문집『소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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