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흰 고양이의 SOS

살다 보면 내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나게 된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지난 가을에 우연히 만났던 흰 고양이를 떠올렸다. 차도변, 낯선 장소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흰 고양이. (2019. 03. 13)

photo_0-1.jpg

 

 

곧 출간될 장편소설엔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화이트펄’의 대표 백진주가 등장한다. 나는 이 백진주의 모델로 한 출판사 대표를 생각했다. 몇 번이고 관련 행사를 찾아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멀리서 보고 “정말 멋진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았기에 등장인물로 삼아봤다. (물론 구현된 캐릭터는 실존인물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런데 이런 백진주가 실제로 있었다, 것도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게 됐다.

 

동명이인 진주 씨는 내가 그린 인물상과는 상당히 다르다. 외모도, 사는 곳도, 나이도 무엇 하나 같지 않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다른 점은 진주 씨가 내 소설 속 백진주는 꿈도 못 꿀 ‘미남’과 산다는 점일 것이다. 왜 ‘미남’에 작은따옴표를 붙였는가 하면, 이 ‘미남’이 사람의 외형적 특징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고양이의 이름인 탓이다. 진주 씨의 하얀 고양이, 털이 복슬복슬한 ‘미남’을 보자면, 나는 가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어떨 때, ‘미남’은 참 할 말이 많아 보인다. 내가 동네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만나는 고양이들이 그러하듯.

 

소설을 쓰다 보면 시간개념이 사라진다. 특히 장편소설을 쓸 때면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집에서 칩거하다보니 아무 때나 산책을 간다. 달밤에 체조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나는 새벽 한 시에도, 새벽 다섯 시 반에도 집을 나와 동네를 한 바퀴 휘휘 돈다. 9년째 동거한 개 몽돌씨는 이런 내게 적응했다. “산책”을 입에 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헥헥거리며 앞서 걷는다.

 

이곳 남양주로 이사 온 후로도 기이한 산책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소설가 김내성이 소설에서 표현하길, ‘우윳빛 가로등이 점멸하는 밤거리’를 몽돌씨와 함께 걷자면 점박이 고양이가 한두 마리 나타나 추리소설의 첫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photo_1-1.jpg

 

 

작년 가을에도 산책을 하다가 이런 식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11월 즈음, 아마도 오후 두세 시. 인근 교회 주차장 주변 차도에서 구슬프게 우는 흰 고양이를 한 마리 만났다. “아니 갑자기 왜 이런 곳에?”라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갓 태어난 듯 작은 고양이가 목 놓아 울고 있었다. 나 말고 이미 주변에 사람들이 꽤 있었다. 시골인심은 고양이에게도 적용된다. 고양이를 해치려는 사람은 없었다. 하나같이 “너 여기서 뭐해?” “누구 찾아?”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고양이는 계속 울었다. 저러다 목이 쉬지 싶을 정도로 애타게 울며 호소하듯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고양이의 표정은 이후로도 한참 기억에 남았다. 뭐랄까, SOS를 청하는 건 맞지만 “구해줘”가 아니라 “내 이야길 들어줘”에 가까워 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달까. 문제는 아무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점 정도였겠는데, 희한하게도 최근 읽은 소설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에 이 고양이의 사연을 짐작할 만한 에피소드가 나왔다.

 

이 소설에는 일본어로 눈(雪)을 가리키는 유키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녀석의 첫 등장은 비명이다. 유키는 까마귀에게 쫓기며 고양이마을을 찾아온다. 그런 유키를 구한 건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미스지다. 유키는 마침 미스지에게 용건이 있었다. 유키가 이곳까지 찾아온 까닭, 목 놓아 울면서도 결코 도망치지 않았던 건 실종된 ‘엄마’를 찾겠다는 굳은 결의덕이었다. 

 

 

photo_2-1.jpg

 

 

아기고양이 유키가 말하는 ‘엄마’는, 진주 씨의 고양이 ‘미남’이 그러하듯 고양이가 아니라 인간 여자다. 유키는 자신을 소중히 길러준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른다. 그런 엄마가 실종되자 도움을 청하러 목숨을 걸고 먼 길을 온 것이었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지난 가을에 우연히 만났던 흰 고양이를 떠올렸다. 차도변, 낯선 장소에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흰 고양이. 어쩌면 흰 고양이가 그곳에 나타났던 것은 소설 속 유키처럼 소중한 인간, 예를 들어 엄마나 아빠를 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이날, 흰 고양이의 SOS는 무사히 전해졌을까, 아니면…….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조영주(소설가)

별명은 성덕(성공한 덕후). 소설가보다 만화가 딸내미로 산 세월이 더 길다.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사이조 나카> 저/<이규원> 역11,520원(10% + 5%)

고양이 마을의 신임 괴뢰사로 들고양이 미스지가 임명된다. 괴뢰사란 ‘꼭두각시 놀음에서 꼭두각시를 놀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고양이 마을에서 괴뢰사의 역할은 인간의 마음을 조종하여 고양이를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스지의 괴뢰는 전혀 팔리지 않는 작가 아지로인데, 인간들에게는 얼간이 백수 취급을 받지만 고양..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더는 희생하지 않고 열렬히 욕망하고자

『파친코』 이민진 작가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야기의 출발이 된 소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부모 세대와 달리, 열렬히 자신의 것들을 욕망하고 표현하는 이민자의 아들딸들. 케이시는 상처 가득한 그 길에서 싸우는 대신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지금의 언어로 이민자의 뉴욕을 바라보는 현재의 이야기.

매일 만나는 고전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등의 저서로 고전의 지혜와 통찰을 전한 조윤제 작가의 신작이다. 오랜 기간 고전 연구를 통해 체득한 내공으로 수십 권의 동양 고전에서 찾은 명문장 365개를 골라 담았다. 매일 조금씩 고전 명문장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고 삶의 자양분으로 삼아보자.

감정 말고 이성으로 육아하고 싶다면

베스트셀러 『아들의 뇌』 곽윤정 교수의 뇌과학 육아법. 감정육아를 하면 부모는 본인의 의도만 기억하고 아이는 부모의 태도만 기억한다. 이 책은 영유아 뇌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고 기분이 육아가 되지 않는 3단계 핵심 솔루션을 제시한다. 우리 아이의 정서를 결정 짓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말자.

사이보그가 된 로봇공학자의 기록

루게릭병으로 시한부를 선고받은 로봇공학자 피터는 생존과 기술적 진보를 위해 스스로 사이보그가 되기로 결심한다. 장기를 기계로 교체하고, 후두적출로 잃은 목소리를 합성 음성으로 대체하는 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피터의 도전은 과학 기술과 인간 삶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