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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22개의 물음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안광복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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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으면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면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철학의 근본 역할은 상식을 흔들며 더 나은 생각과 시도를 끌어내는 데 있으니까요. (2019. 01. 30)

안광복사진(프로필_가을).jpg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편안하고 안락해진 우리의 삶은 역설적으로 날카로운 생각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인터넷 검색 엔진의 알고리즘은 나의 관심사와 기질에 맞는 콘텐츠만 추려내 보여주고, 다양한 상품들이 널려 있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내 취향에 꼭 맞는 물건들을 쉴 새 없이 만들어 눈앞에 가져다놓는다.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왜?’라는 물음을 던질 필요성을 찾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점점 생각이 무뎌져, 결국에는 생각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철학이 끊임없이 거북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낯설고 도발적인 질문들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로 살 위기에 놓인 우리가 다시금 생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들을 철학의 세계로 이끈 저자 안광복은 신간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에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물음들을 던진다. 정답이 없는 이 질문들에 답하고, 반론하고, 다시 대답할 근거를 찾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고 비판적 논리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추기를 바란다.


정말 규칙적으로 책을 쓰시는 것 같아요. 꾸준함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으신지요?

 

2001년 첫 책을 낸 이후 지금까지 단독 저서만 18권을 냈습니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낸 셈이지요. 가장 발행부수가 적은 책도 5천 권은 넘으니, 제가 다작(多作)하는, 꾸준하게 팔리는 책을 내는 필자인 것은 맞는 듯해요. 운동선수에게는 일상의 ‘루틴(routine)’이 중요합니다. 매일매일 운동하고 휴식하며 실전을 대비하는 과정을 거듭해야 성적이 나니까요.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집필활동을 이어가려면 생각을 재우고 글을 쓰고 휴식을 취하는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저는 전업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집필 ‘루틴’을 짜기가 녹록치 않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5시까지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글쓰기를 이어갔어요. 지금은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하루에 무조건 3시간은 공부하고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려 합니다. 일요일은 ‘집중 집필의 날’로 정해 절대 약속을 잡지 않고 하루종일 도서관에서 자료와 씨름하고요.

 

이번에 펴내신 신간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는 22개의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이 질문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교사는 하루종일 사람을 만나고 상담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직업입니다. 누군가를 상대할 때는 경청이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경청에는 남다른 용기가 필요합니다. 제대로 상대의 말을 듣고 공감했다면, 내 영혼이 그 사람의 마음과 비슷한 모양새도 바뀌게 되니까요. 대화가 논쟁으로 바뀌곤 하는 까닭은 나의 생각이 상대처럼 변하기 싫어서, 나의 믿음대로 상대를 바꾸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고 속이 불편해지지요.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에는 제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도저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생각들을 ‘경청’하기 위해 스스로 되물었던 물음들을 정리해서 담았습니다. 예컨대, 누군가 우리의 ‘상식’인 민주주의가 최악의 정치제도라고 주장하면 기분이 어떠세요? 인간을 꼭 존엄하게 여겨야 하냐고 따진다면 또 어떨까요? 이런 질문들은 황당해 보이지만,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정치권의 모습을 볼 때나 극악한 범죄자가 자신의 인권을 내세우는 상황을 겪고 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물음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일상에서는 당연한 듯 여기는 믿음들이지만, 과연 ‘당연한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되는 물음들을 추려 담아보았습니다. 작업하면서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철학 문항들과 조선시대 과거 시험 문제인 '책문(策問)'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서문에 ‘철학자는 불편한 생각을 안기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라고 쓰셨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철학은 가장 고급스럽고 차원 높은 탐구활동입니다. 철학적 탐구에는 아무 제한이 없습니다. 예컨대, “세상은 도대체 왜 존재할까?(형이상학)”, “내가 눈으로 보는 것이 진짜일까?(인식론)”, “왜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나?(윤리학)”, “국가에 꼭 복종할 이유가 있을까?(정치철학)”와 같이 철학적 탐구에서는 황당하면서도 위험한 질문들을 과감하게 던지곤 합니다.


이렇듯 제약 없이 본질을 꿰뚫는 물음들을 던지며 탐구하는 가운데 ‘판을 흔드는’ 새로운 생각과 발상들이 열리게 되지요. 저는 “힘들지 않으면 열심히 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면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철학의 근본 역할은 상식을 흔들며 더 나은 생각과 시도를 끌어내는 데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불편한 질문’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경제 성장’에 목을 매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영원히 성장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경제는 어디까지 성장해야 할까요? 그 상한선이 있을까요? 이미 100여 년 전에도 인류의 경제상황은 이미 충분히 먹고 살만큼 되었다는 지적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렇다면 문제는 경제 성장이 아니라 다른 데 있지 않을까요? GNP가 늘고 가계소득이 더 풍족해진다 해서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을까를 따져보는 것, 이것이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불편한 물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교사로 20년 넘게 근무하셨는데, 그동안 만난 학생들이 던진 질문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무엇인가요?


오래전에 철학자 하버마스의 강연을 직접 들은 적이 있어요. 질의응답 시간이 너무 지체되자, 진행자가 질문을 그만 받으려고 했어요. 그러자 하버마스는 “모든 질문은 가치가 있다.”며 한 명 한 명의 물음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의 모든 질문은 그 자체로 의미와 깊이가 있습니다. 질문자 스스로도 미처 깨닫지 못한 물음의 가치와 의미를 찾으며 함께 탐색하는 가운데서, 학생들의 모든 의문은 '가장 인상적인 질문'으로 거듭나겠지요.

 

요즘 학생들은 꿈도 없고 욕망도 없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요, 학생들은 어떤 질문을 주로 하나요? 질문을 하긴 하는지요.


선진국이 될수록 안정적인 ‘인생 진도표’가 사회에 자리 잡지요. 대학 가서 결혼하고 직장을 얻어 집을 장만하여 아이 낳고 하는 식으로요. 대부분은 별 생각 없이 사회가 정해놓은 ‘진도표’대로 살아갑니다.

 

사회가 안정되어 미래가 예측가능하니까요. 선진국이 될수록 ‘청년다움’이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이 인생 진도표를 남보다 빨리, 높이 이뤘을 때 자기 인생을 ‘성공적’이라 평가하고, 진도표에서 벗어나 다르게 사는 삶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지요.


요새 학생들이 꿈도 없고 욕망도 없어 보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해요. 1등하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욕망’을 꿈꾸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믿고 있는 인생 진도표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도 않을뿐더러, 이제는 그대로 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거예요. 현실이 이렇다면 당연히 젊은이들은 “왜 내가 정해진 꿈을 꾸어야 하는데?”라고 과감히 따지며 외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철학자들은 ‘문제 학생’을 좋아합니다. ‘과감히 생각하라!(sapere aude!)’는 프랑스 혁명기의 구호였지요. 청년들에게는 이 물음이 중요합니다.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나요?”, “꼭 성공해야 하나요?”와 같은 반항기 넘치는 물음들에는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가 담겨 있습니다. 문제의식이 수그러지지 않도록, 나아가 이것이 발전적으로 성장할수록 도와주는 사회라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선생님의 머릿속에는 어떤 질문이 들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20여 년 동안 꾸준히 책을 썼지만 여전히 저에게는 탐구하고 싶은 주제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의 남은 시간을 초조하게 세곤 합니다.


모든 학자들이 그렇듯, 저 또한 세상을 일관되게 해석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거대담론(Grand Theory)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어요. 그래서 “세상의 본질은 무엇이며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끊임없이 천착하게 되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해야 하지만, 전업필자가 아닌 저로서는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공부할 시간을 30분 더 만드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봐야죠. 아무리 힘겨워도 철학의 당연한 사명을 저버린다면 철학자가 아니잖아요?


 

 

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안광복 저 | 어크로스
독자들은 질문하고 답을 찾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좀처럼 사용할 일 없었던 정신의 잔 근육들을 단련하고, 비판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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