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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처방전 특집] 나를 위한 약이 필요한가요? – 만화가 수신지

<월간 채널예스> 2019년 1월호 작가 4인의 마음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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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내어 마음을 내민 이들에게 작가 4인이 정성스런 편지를 보내왔다. 책 한 권에 공감과 위로를 담은 처방전이다. (2019. 01. 22)

독자에게 온 편지

 

안녕하세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니터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 용기를 내어 무거운 손가락을 움직여봅니다. 저는 비정형 안면통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말 그대로 특별한 원인 없이 안면 부위가 아픈 병이에요. 2018년 초, 얼굴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병원에서 뇌 MRI와 MRA를 검사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주치의 소견으로는 목 디스크로 인한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다른 이의 말로는 또 그것과는 상관없는 병이라고 합니다. 이미 병명은 나온 상태. 그러나 저는 어느 그 누구의 말도 믿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오는 통증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핫 팩이나 따뜻한 수건을 얼굴에 가져다 대며 통증이 사그라들기만을 기다리는 일뿐.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 스파크가 터지는 듯한 고통에 욱신욱신 쑤시기도 하며, 아주 심할 때는 감각이 무뎌지기도 합니다. 그런 저를 지켜보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처방된 약을 받으러 병원으로 가는 길은 버스로 왕복 3시간. 약을 복용한지 이제 6개월이 다 되어가네요. 그 긴 여정에 매번 약 봉지를 받으며 만지작 거리다 언제까지 먹어야 할까,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두려움이 약 봉지를 꽉 움켜쥐게 만듭니다. 차가움에 노출이 되면 통증이 심해지는 탓에 늘 기다려지고 좋아하던 겨울이 이번에는 썩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자꾸 약해져가는 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만 한데 그저 시간에 맡기면 되려나요. 감히 몸이 당신들께 말합니다.


어느 드라마에 나온 대사 중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라는 말을 요즘 되뇌곤 합니다. 하지만 자꾸 녹슬어가는 몸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겨울과 바다가 이제는 두려워졌거든요. 한순간에 삶이 그리 변한 것 같아요. 꽃 피는 봄에 말이죠. 제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억울해 괜히 봄을 탓해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봄은 내게 늘 다정치 못했다고. 그리고 감히 마음이 당신들께 말합니다. 나를 위한 약이 필요합니다. 몸은 겨울이 두려운 겁쟁이가 되어버렸지만 나는 다정치 못해 미운 봄도, 두려운 겨울도 아직은 겁나지 않아요. 왕복 3시간의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는, 약의 내성에 두려워하지 않는 나. 그런 내가 계속 용감한 나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약. 그래요, 언젠가는 내가 몸을 지배할 수 있을 겁니다. 부탁드립니다, 나의 주치의 작가님. (작은 달)

 

 

수신지 만화가가 쓴 처방전

 

 

책처방_스캔-수신지 복사.tif


 

 


 

 

어른이 되면장혜영 저 | 우드스톡
발달장애로 차별을 당했던 동생 혜정 씨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시설에서 나와 함께 살게 된 과정, 함께 살며 겪는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 사회로 나온 혜정 씨의 일상 적응기 등을 특유의 섬세하고, 조곤조곤한 어조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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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수신지(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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