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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우 "판타지 장르는 글쓰기의 자유를 부여한다"

『이계리 판타지아』 펴낸 이시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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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든 독자든 이야기를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상상력' 이잖아요? 판타지 장르는 그 어떤 장르보다 '상상력'에 토대를 두고 있고요. (2019.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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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 판타지 장르를 한국적으로 색다르게 풀어낸  『이계리 판타지아』 는 도시의 각박한 현실에 지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꿀 ‘귀촌’에 대한 희망을 가차 없이 깨부수는 작품이다. 연재 당시, 이 작품이 평균 연령 70대의 시골 마을 ‘이계리’를 배경으로 삼고 있기에 현대 배경의 판타지를 아우르는 ‘어반 판타지’라는 용어 속 ‘어반’과 대치되니 시골을 의미하는 ‘루럴(Rural) 판타지’라는 신개념 장르를 개척했다고 봐야 한다는 농담이 나왔을 정도로,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작가 지망생이 조용한 집필의 시간과 마음의 평안을 찾아 온 이곳에는 온통 예상 밖의 괴이한 일들이 가득하기만 하다. 한 독자에게서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지만, 결코 살아 보고 싶지 않은 마을’이라는 재미난 평을 들었던 ‘이계리’는, 결국 온갖 괴이들이 출몰하는 상상 그 이상의 마을로 드러난다. 과연 작가 지망생 미호는 마음의 평화와 안녕을 되찾고 집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시우 작가는 소설 내용 사이 짬짬이 액자식으로 미호가 쓰는 글을 선보이는데, 독자는 미호가 쓰는 소설을 유추해 보는 재미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첫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독자분들에게  『이계리 판타지아』 를 소개부탁드립니다. 어떤 책인가요?

 

귀촌한 판타지 작가 지망생이 무언가 좀 독특한 시골 마을에 적응해 나아가는 내용을 다룬 소설입니다. 주인공 강미호는 시골 사람들의 텃세 정도를 제일 걱정했었는데 막상 내려가 보니 이계리는 우리가 아는 여타의 시골과는 많이 다른 동네였습니다.

 

판타지 작가로서 어렴풋이 들어 알고만 있었던 신화적인 존재들이 평범한 이웃의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는 동네에서 자신의 생명과 세계의 운명과 작가로서의 정체성까지 걱정 해야 할 처지에 처하니 조금 황당했겠죠? 사실 ‘어반 판타지 장르의 소설을 써야지’ 라는 구상만 가지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시골을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물도 어반 판타지인가?'라는 질문을 듣고 영감이 떠올라 쓴 장편 소설입니다. 이계리 판타지아 집필 전까지 장편 소설을 써본 적이 없어서 구체적인 설정이나 플롯 없이 단편 연작을 이어나간다는 호흡으로 써본 소설이었는데 글을 써나가면서 저 스스로도 '이게 이렇게 전개가 돼?' 하고 놀랐던 부분에서 독자 분들도 똑같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책을 '한국적 어반 판타지 장르'라고 표현하는데, 어반 판타지란 어떤 장르인가요?

 

우리가 아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환상과 현실의 충돌을 다루는 장르입니다. '알고 보니' 이사한 동네에 있는 꽃미남이 흡혈귀였다거나, '알고 보니' 평범한 학대 아동이었던 내가 마법사의 핏줄이었고 세계의 명운을 짊어진 운명이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흔히 판타지 하면 떠올리는 J.R.R. 톨킨 스타일의 하이 판타지와는 구분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한 가상의 존재들의 서사를 다루는 하이 판타지와는 달리 독자들에게 친숙한 현실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의 이면에 숨어있던 환상성을 발견해나가고 현실과 환상의 충돌을 주요하게 다룬다는 게 가장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한국 소설 중에 어반 판타지 장르로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역시 '퇴마록' 시리즈를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그 당시의 서울을 배경으로 이면에 숨어있는 환상적인 존재들과의 충돌과 대립을 다루는 소설이었잖아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도시나 시골의 기이한 공간을 애써 찾아가 몽상에 빠지는 걸 좋아했습니다. 청계천 일대의 조명상가 골목을 돌아다니다 막다른 곳이 나오면 ‘알고 보니 여기가 평범한 가게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식의 상상 말이에요. 어찌 보면 어반 판타지 장르를 다루기에 딱 적합한 사람이었던 셈이죠.

 

판타지 소설답게 작품 속에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이웃에는 입에서 유황 냄새가 나는 개를 키우는 도깨비나 스포츠카를 타고 언월도를 들고 다니는 슈퍼모델 몸매의 옆집 할머니,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괴물 ‘도철’ 등 이러한 재미있는 캐릭터들을 어떻게 상상하며 구성해 나갔는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시골에서 한 번씩 맞닥뜨릴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을 설화 속 존재들로 상상해 봤습니다. 시골 가면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하게 목소리 크고 참견이 심한 옆집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그분이 XX였고 그 참견도 '알고 보니' 예언적인 성격의 조언이었더라~ 식의 상상을 해보니 재미나더군요.

 

도철의 경우는 지방 맛집을 다 꿰차고 계신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찌 그리 전국 곳곳의 맛집을 아시나 했더니 시골 지역 땅을 전문으로 다루는 부동산 업자시더라고요. 설화 속 도철의 탐욕과 연결시키다 보니 그분이 딱 떠올랐습니다. 좀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작가들이 하는 일이 그런 것이니 뭐 어쩌겠어요.

 

귀녀 할머니는 그냥 자연스럽게 제 머릿속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있는데 주인공 미호의 유일한 이웃이니 ‘조금 강렬하고 눈에 띄는 캐릭터가 나왔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을 가지고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등장하시더군요. 사실 나중에 되짚어 보니 모델이 되었다 할 만한 분들이 떠올랐지만 콕 집어 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으면서도 인상이 강렬하신 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 미호가 괴이들을 처치할 때, 활을 쏘는 것이 독특해요. 다양한 도구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궁수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글을 쓰는 행위는 활을 쏘는 것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잘 보아야 하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해야 하고, 잘 쏘아내야 하죠. 그런 면에서 작가 지망생인 미호가 활을 쏘는 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고요.

 

사실은 제가 이계리 판타지아를 쓸 때 한참 활쏘기에 빠져있어서예요. :) 좋아하고 잘 아는 것에 관해 쓰는 편이 아무래도 디테일이 살아나잖아요? 처음에는 활 쏘는 장면 묘사에 굉장히 공을 들였었는데 사법을 어떻게 하고, 릴리즈 포인트를 어디로 가져가고, 조준은 어떤 식으로 하고, 하는 식으로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다 보니 쓰는 저도 지겹고 독자 분들도 지루해하실 거 같아 조금은 관념적인 묘사로 뜯어고쳤습니다.

 

'이계리'라는 마을에서 미호가 '이계 관문의 수호자'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를 세세하게 그리고 계시잖아요. 배경이 되는 '이계리'라는 곳을 어떻게 구축하셨나요?

 

이곳저곳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경남 창원에 있는 우포늪을 가보고 조금 압도당했었던 기억이 있어요. '꼭 현실 세계 같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시골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을 쓰려고 보니 우포늪과 그 주변에 낙동강 일대가 떠오르더라고요. 우포늪과 미호의 집 뒷산, 낙동강의 묘사에는 실제로 여행 다니며 인상적이었던 장소들이 많이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이계리 마을도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제가 아는 시골 마을들 몇 곳을 떠올리면서 썼어요. 도시에서 귀촌한 사람들도 많고 주변 공장에서 일하시는 외국인 노동자분도 많고.. 아무튼 도시 사는 분들이 '시골'하면 흔히 떠올리는 장소의 전형성에서 매우 벗어나 있는 동네라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 중에 '판타지'라는 장르를 쓰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판타지' 장르가 아직 낯선 독자 분들에게 이 장르의 재미 혹은 특별한 점을 소개해주세요.

 

작가든 독자든 이야기를 즐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상상력' 이잖아요? 판타지 장르는 그 어떤 장르보다 '상상력'에 토대를 두고 있고요. 어떤 면에서는 가장 글쓰기의 자유를 부여하는 장르라고 여겨지기도 하고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소설들을 읽어왔는데 독서의 경험으로서 가장 강렬했던 순간은 초등학생 시절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을 때였어요. 주인공 바스티안이 학교 창고에 숨어서 책을 읽는 대목을 저 역시 학교를 땡땡이치며 제 은신처에 숨어서 읽고 있었거든요. 꼭 이야기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 놀라운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판타지 소설을 쓰게 된 건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라고 까지 생각이 듭니다. 판타지 장르만의 있을 수 없는 세계, 존재할 수 없는 존재,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이야기에 대한 매료가 제가 글을 읽고, 쓰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이 있을까요? 혹은 앞으로 꼭 써보고 싶은 소재나 분위기의 소설이 있는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나 말곤 쓸 수 없는 글이지! 싶은 소설을 쓰고 싶어요. 사실 저는 판타지와 무협과 호러와 스릴러와 SF 장르를 거의 동등하게 즐기면서 자랐거든요. 굳이 따지자면 개중 호러 장르의 세례를 더 많이 받았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어떤 글을 쓰던 결국에는 판타지 베이스의 나머지 장르들이 뒤섞여 있는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그 혼합 배율을 다 다를지라도요. 당장 쓰고 있는 글은 굳이 장르를 규정짓자면 ‘여성 현대 무협물’ 이라 할 만한 단편 소설입니다. 무협 장르는 유달리 입문 장벽이 높은 장르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 장르를 처음 접하는 독자 분들이라도 이해할 수 있고 이제껏 무협 장르에서 항상 논외로 다루고 있었던 사람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계리 판타지아'의 후속작도 준비 중입니다. 이미 이계리란 공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독자들이 대상인지라 경이로움과 신선함을 여전히 유지한 채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게 제겐 가장 큰 허들이지만 준비 되는 대로 곧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계리 판타지아이시우 저 | 황금가지
강의 신 ‘하백’이나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괴물 ‘도철’ 등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구전설화 속 인물들에 새로운 배경과 성격을 부여하여 한국적인 개성을 살린 판타지로 재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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