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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는 마케터의 유럽 마트 관찰기

『마케터의 여행법』 김석현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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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소비자의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는 어디나 마찬가지잖아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유럽 소비자들은 소비 경험과 지식이 더 풍부한 것 같아요. (2019.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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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럭셔리 백화점, 파리의 봉마르셰. 세계적인 규모의 식품관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과 소비자들이 오가는 이곳은 쇼핑의 명소인 동시에 관찰의 대상이다.


 

여행이 제1의 취미로 각광을 받고, 책상 앞 공부보다 실제의 경험이 인정받는 시대가 되면서, 다른 나라나 도시를 다룬 경영서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제 해외 도시나 기업들을 탐방하며 앞선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비즈니스 먹거리를 찾는 국내 기업들이 적지 않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그러한 여행이나 배움에 동참하려는 개인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마케터의 여행법』  은 그러한 흐름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조금은 색다른 접근을 취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5년 간 저자가 파리에서 생활하며 전 유럽 식품 유통업체들을 돌아다닌 결과물로, 여러 식품 분야의 브랜드와 기업들을 마케팅 및 소비심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과정에서 발견한 투자 기회 및 투자 인사이트를 함께 담았다는 것. 앞선 소비 트렌드, 브랜드 경험, 투자감각이라는 3가지 요소야말로 ‘유럽에 가야 할 이유’라 말하는 저자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럽 마트 관찰기라는 주제가 눈에 띕니다. 책에서 “앞선 소비 트렌드를 관찰하고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어서” 유럽 마트를 관찰했다고 했는데요. 좀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유를 듣고 싶어요.

 

이유는 단순해요. 재밌어서요. 원래부터 식자재, 술, 먹거리 등 식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왕 미식의 나라 프랑스, 미식의 수도 파리에서 살게 되었으니까 다양한 식문화를 경험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파리에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긴 하지만 매일 외식을 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클 것 같았어요. 프랑스는 노동력이 투입되면 인건비 때문에 가격이 확 높아져서, 한국보다 집에서 먹는 해 먹는 비용과 외식비의 차이가 크거든요. 대신 그만큼 슈퍼마켓이 잘되어 있어요. 동네 슈퍼마켓이라도 신선식품이나 간편식의 맛과 품질이 뛰어나고 고기, 치즈, 해산물, 와인, 맥주, 디저트 모두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요. 그걸 하나하나 먹어보는 재미가 쏠쏠하고요. 그렇게 파리에서부터 시작된 슈퍼마켓 방문이 다른 유럽 도시들로까지 이어진 거죠. 아마 재밌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오랜 기간 꾸준히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대신 부작용이 있다면, 생활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지나치게 높아져버린 점이랄까요.

 

유럽에서 생활한 지 5년, 유럽의 소비자와 한국의 소비자 성향은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소비자의 성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는 어디나 마찬가지잖아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유럽 소비자들은 소비 경험과 지식이 더 풍부한 것 같아요. 프랑스를 예로 들어보면 동네 슈퍼마켓에 토마토만 열 종류 이상을 갖추고 있거든요. 그만큼 판매되는 품종이 다양한데, 프랑스 소비자들은 조리법이나 곁들여 먹는 음식에 따라 그날그날 다른 토마토를 구입하더라고요. 즉 소비 지식이 풍부한 거죠. 토마토를 예로 들었지만 다른 식자재도, 술도, 의류나 화장품도 마찬가지에요. 다양한 소비 경험과 지식은 좋은 취향으로 이어지죠.


취향이란 한마디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거잖아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마셔본 사람만이 자신이 어떤 맥주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는 것처럼요. 유럽에는 좋은 취향을 갖춘 사람들이 많기에 매력적인 브랜드가 많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럽의 주요 유통기업들과 식품 분야의 브랜드들의 가치를 마케팅 및 소비심리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기업 가치와 투자가의 관점에서 눈에 띄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있다면, 이유와 함께 듣고 싶습니다.

 

코르치세이라 아모림이라는 포르투갈 기업이 있어요. 이름은 낯설지만 1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1위 코르크 마개 제조업체예요. 우선 과점 기업이에요. 코르치세이라 아모림은 전세계 코르크 시장점유율 40%에 육박하는 압도적 1위 기업이거든요. 과점 덕분에 제조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20%를 상회해요. 투자가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요. 나무를 원료로 하는 기업 중에서 보기 드물게 친환경 기업이라는 점은 마케터 입장에서 흥미로워요. 통상 코르크라 하면 코르크 나무의 속껍질을 의미해요. 나무를 베는 대신 9년에 한 번씩 코르크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이를 가공해서 원료로 쓰는데 제지, 펄프, 가구 산업과 달리 나무 자체를 벌목하거나 손상시키지 않잖아요. 이러한 코르크 사업의 특성을 살려 코르치세이라 아모림은 지속가능한 브랜딩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코르치세이라 아모림은 소비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기업이에요. 지난 몇 년 간 코르치세이라 아모림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요,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증가하고 와인 생산국과 생산량이 늘어났기 때문이에요. 즉 와인 문화의 확산이 매출 증대로 이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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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말하는 ‘마케터의 여행법’은 같은 것도 다르게 보는 감각이자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힘이다.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일상을 관찰하는 여행의 기술에 대해 써주셨어요. 평소 어떤 패턴으로 여행을 하고 일상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지 궁금합니다.

 

마케터에게 여행은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한 자산을 축적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생각해요.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직접 관찰하고 수집할 수 있잖아요. 깊이 있는 관찰을 위해 여러 여행지를 방문하기보다는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는 걸 선호해요. 여행 전에 여행지의 문화, 역사, 주요 산업이나 기업 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예습을 하고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소비자 역시 중요한 관찰 대상이라 마트, 시장, 대형 쇼핑몰처럼 현지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도 반드시 찾아가보죠. 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요. 그 과정에서 여행지의 경제 현황, 제가 알지 못했던 현지 비즈니스에 관한 정보, 하다못해 현지 맛집이라도 소개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여행 도중에 관찰한 내용들은 사진이나 글로 틈틈이 기록을 해둡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기록을 정리하다 보면 여행지에서의 관찰이 온전한 제 자산으로 완성되는 걸 느끼죠.

 

마케터와 투자가의 관점에서 볼 때 유럽의 어느 도시가 매력적인지 알고 싶습니다.


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워낙 매력적인 도시들이 많아서요. 굳이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빌바오! 마케터 입장에서는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도시가 좋거든요.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인데, 예전엔 철강 산업이 발달한 스페인의 주요 항구도시였어요. 그런데 1980년대 철강 산업이 침체되면서 빌바오 지방 정부의 노력으로 친환경 관광 도시로 변모했죠.


구겐하임 뮤지엄의 유럽 분관을 유치해서 유럽 최고의 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키워냈고, 친환경 정책을 통해 유럽의 대표적 친환경 도시로 거듭났어요. 그래서 마케터 입장에서는 몰락한 산업도시가 친환경 관광 도시로 재생되는 과정, 즉 도시 리브랜딩 (rebranding)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도시예요. 게다가 스페인 내에서도 와인과 음식이 가장 맛있는 지역이라는 점은 덤이죠. 빌바오는 투자가의 관점에서도 매력적인 여행지예요. 투자가는 늘 ROI (Return on Investment), 투자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잖아요. 빌바오는 공기도 좋고, 볼거리도 많고 음식도 맛있는데 물가까지 저렴해요. 가성비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지속가능한 유럽식 경영’이라는 주제로 카카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유럽이라는 지역의 특성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유럽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도입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사회예요.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배우기에도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 싶어요. 마트와 슈퍼마켓 같은 유통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신경을 쓰고, 친환경, 로컬, 유기농 먹거리의 비중을 높여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기업들의 이러한 시도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요. 몇 년 동안 이런 유럽 사회를 경험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결국 좀 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행복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가령 일반 와인만 마시다 내추럴 와인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 인근 농장에서 오늘 아침 짠 신선한 우유와 갓 생산된 요거트를 동네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살 수 있을 때의 즐거움 같은 소소한 행복이요.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유럽에 살기 시작한 후부터 줄곧 듣는 질문이 있어요. “유럽 살기 좋아요?”라는 질문이에요. 별다른 의도가 담기지 않은 질문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은근히 답하기 까다로워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답해요. ‘배울 것이 많아요’라고요. 유럽은 여러 국가와 다양한 민족이 사는 곳인 만큼 역사 유적, 문화유산, 앞선 사회제도 등 배울 것이 참 많거든요. 그래서 저처럼 새로운 경험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하는 분들은 이 책을 좀 더 흥미롭게 보실 것 같아요. 저도 유럽을 여행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거든요. 혹은 저처럼 마케터이거나 투자가의 프레임을 지닌 분들이라면 저와 관점을 공유할 수 있어서, 유통 기업이나 식품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유럽의 식품 및 유통 기업과 브랜드를 많이 다룬다는 점에서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시지 않을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바람은 무엇보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셨으면 해요. 조금은 독특하지만 결국은 여행이 너무 좋아서 쓰게 된 ‘여행법’에 관한 책이니까요.  
 

 


 

 

마케터의 여행법김석현(김투몽) 저 | 북스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내는 법,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외부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기업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는 법 등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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