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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前 통일부장관 “2018년 가장 큰 사건, 4.27 남북정상회담”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 통일의 구심력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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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동맹 관계라도 자기 국가의 이익부터 챙기는 것이고, 절대로 자기 문제를 동맹 관계라고 해서 모두 의지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손을 잡고, 통일 이전이라도 주변국으로부터 오는 불이익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해요.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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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40년이 넘게 남북 관계와 한반도 국제 정치를 지켜본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은 2018년을 “인생에 가장 바빴던 해”라고 말했다. 청와대 통일비서관, 통일부 차관, 국가정보원 원장 통일특별보좌역과 29대, 30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가 올해를 가장 바빴던 해라고 말하는 데에는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긴 장면도 많이 있었다. 2월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을 비롯한 북한 특사단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3월 한국 특사단의 북한 방문, 그리고 4월 27일 판문점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까지. 2017년까지 한반도 위기설이 수시로 나오고, 들어갔던 것을 떠올리면 이 갑작스러운 변화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어제는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착공식이 열렸다.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 는 평양의 현재를 탐색하고(1장),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체험하며 한반도에서 유럽까지 철도 연결이 되는 꿈을 꾸고(2장), 통일된 한반도의 경제 잠재력을 따지며(7장), 그러므로 인내심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자고 말하는 책이다(11장). 특히 정세현 前 장관이 다룬 4부 ‘알아보자’는 통일에 돈이 많이 든다는 오해를 구체적인 자료로 반박하면서 통일이 가져올 경제 효과를 분석하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 안에서 남과 북이 통일했을 때 갖게 될 국제적 위상을 상상한다. 그리하여 진짜 평화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과연 통일은 내 삶을 변화시킬까? 통일을 꼭 해야 할까? 여러 가지 질문 앞에서 정세현 前 장관은 다름 아닌 ‘평화’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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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가장 큰 사건, 4.27 남북정상회담


“2018년이란 시간은 내게 흘러간 것이 아니라 패스를 하듯 획획 지나갔다.”(327쪽)고 적으셨어요.

 

남북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를 돌아보면 굉장히 일이 많았어요. 일이 많다 보면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 얘기인데요. 덕분에 나는 2018년이 내 인생에 가장 바빴던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물론 일정 면에서 본다면 현직에서, 통일부 장차관으로 뛸 때보다는 덜 바빴죠. 그러나 정부에서 나온 뒤를 말하자면 그래요. 내가 2004년 6월 30일에 통일부 장관에서 물러났는데요. 이후 약 13-14년 동안 이렇게 바빴던 해가 없어요. 꾸준히 통일 문제를 보느라 회의도 하고, 원광대 총장직에도 있으면서 바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금년처럼 바쁘진 않았어요. 이번에는 하루에 인터뷰, 강연 등이 3-4개씩 있었으니까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11-12시가 된 날이 많다 보니까 잠도 제대로 못 잤죠. 곧바로 다음날 6시부터 움직여야 하는 날도 많았고요.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오래 상황을 지켜봐왔음에도, 특별히 올해가 달랐던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사건은 일단 4.27 남북정상회담이죠. 4.27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북한이 먼저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북측 대표단이 왔을 때 김정은 위원장이 친동생 김여정에게 들려 보낸 친서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초청’이거든요. 그것은 곧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이야기였죠. 결국 친서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것도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를 자처하면서 준비를 한 거예요. 2월 9일 답방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3월 5일 우리가 북측에 특사단을 보냈고요. 그 특사들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을 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하겠다고 결정을 했고요. 북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준 거예요. 그리고 이것은 북한이 의도했던 바이기도 해요.

 

북한이 의도했던 바요?


문재인 대통령 등에 업혀서 트럼프를 만나러 가자, 혼자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한 해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요구했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하겠다는 의사전달을 하자, 그렇게 시작이 된 거예요.


저는 1977년 ‘통일원(1998년 통일부로 명칭 변경될 때까지 활동하던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기관)’에 들어가서 40년 넘게 관심을 갖다 보니까 모든 안테나가 북쪽으로 열려 있어요. 택시 안에서도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면 다시 집에 들어가서 또 한 번 뉴스를 체크해보고요. 1월 1일 북한의 신년사부터 계속 관찰할 수밖에 없고요. 그때부터 예의주시했던 거죠. 1월부터 시작해 2월 평창올림픽, 3월 특사, 4월 정상회담, 그렇게 바빴어요.

 

2018년이 이렇게 남북 화해분위기가 되리라고는 직전까지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른바 ‘한반도 위기설’도 워낙 많았고요. 장관님은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을 하셨었나요?


현장에서 오래 일한 경험으로 볼 때, 남북이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라고 한다면 북한이 와서 부딪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누군가는 옆으로 살짝 튼다고 막연하게 기대는 하고 있었죠. 올해 초에 <JTBC 뉴스룸>에 나갔는데요. 손석희 앵커가 하는 말이, 제가 2017년에 이미 “해가 바뀌면 대화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그때서야 기억이 났어요.(웃음)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했느냐면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에요. 미국은 북한을 무작정 칠 수 없어요. 중국이 세계 2대 강국이 된 상황에서, 아무리 미국이 북한이 밉다 한들, 북한을 때렸다가는 바로 한반도 전쟁으로 비화되고, 3차 대전으로 가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전쟁은 안 난다고 얘기를 했던 거고요. 그러나 해가 바뀌면 상황이 바뀔 거라고 말한 것은 북한이 그렇게 나오리란 것을 확신한 건 아니고, 소위 원리가 그렇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원리요.


‘궁즉변(窮則變)’, 즉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면 변할 수밖에 없고요. ‘극즉반(極則反)’, 즉 극에 달하면 반전하게 돼요. ‘궁즉변 극즉반’의 원리로 국제 외교는 설명될 수밖에 없거든요. 국내 정치도 그렇잖아요. 장외 투쟁을 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서로 힘겨루기를 하다가도 확 뒤집어지잖아요. 그런 원리에 입각해서 대화국면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한 거고요. 그게 맞았죠.(웃음) 그래서 그때부터 저더러 예언자라느니 그런 말을 하는데요. 저는 예언자도, 족집게도 아니고요. 다만 오랫동안 남북 관계와 한반도 국제 정치를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부대끼다 보니까 그런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꾸준히 분석을 하다보면 전망도 비교적 비슷하게 나오죠. 때로는 틀릴 때도 많아요.(웃음)

 

 

통일비용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


책의 4부 ‘알아보자’ 부분을 쓰셨는데요. 제일 먼저 경제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통일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 오해라는 점을 분석하고 있거든요. 


그 내용은 주로 황재옥 박사가 썼는데요. 정부에서 나온 후 이화여대 북한학과 석좌교수를 했는데요. 그때 만난 제자고요. 워낙 제가 많이 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제가 통일비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2년입니다. 먼저 이걸 봐야 해요. 당시가 시기로는 독일 통일 만 1년이 지난 뒤의 상황이죠. 통일 후 서독이 동독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돈을 많이 썼거든요. 그런데 그건 서독의 중대한 실수 때문이기도 해요. 화폐통합, 부동산 정책 등이 동독 사람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동독 노동자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거예요. 때문에 서독 세금으로 동독을 먹여 살린다는 비판이 나왔죠.

 

그에 대해 당시 서독의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나온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하셨죠.


먼저 화폐통합. 동독 노동자들을 서독 노동자들과 똑같이 고용해야 했는데요. 그게 경쟁력을 떨어뜨렸어요. 거기다가 동독 지역의 부동산 관리를 인정해버리는 바람에 땅값이 엄청나게 올라가면서 싼 땅에 공장을 지어서 싼 임금에 노동자를 고용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투자하는 비용이 적어야 기업이 돈을 벌고, 그걸 대가로 그 지역 사람들은 먹고 살게 되어 있는데 그걸 못하게 된 거죠. 그 때문에 서독 국민 세금으로 동독 지역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예요. 저는 서독 정부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독일의 통일비용 수준으로 한반도 통일 시 비용을 계산해보니 얼마가 나왔다, 라는 일본 장기신용은행 보고서를 다룬 기사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나온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제가 “나쁜 놈들.”이라고 했어요. 그건 한반도의 통일 의지를 꺾는 거니까요.

 

실제로 분단 이후 세대에게 통일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는 여론이 컸죠. 그런 맥락이 있었던 거군요.


동서독의 통일비용 수준으로 남북 통일비용을 계산했을 때 한국 국가 예산의 절반이 들어가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었는데요. 엄청난 돈이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국 정부 혼자서는 감당을 못할 것이고, 아무래도 지역의 평화를 위해서 일본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식의 주제넘은 코멘트를 달아서 기사가 나왔는데요. 아주 화가 났었어요. 일본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계산을 하면서 처음부터 초를 치고 들어간 것은 한국 사람들의 통일 의지를 꺾으려고 한 겁니다. 그래서 통일비용을 제대로 계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것이 바로 ‘통일편익’이 크다는 점이겠죠?


통일 독일이 저질렀던 과오를 범하지 않으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1993년 북핵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말끝마다 북한을 붕괴한다는 말씀을 했고요. 그러다보니 학자들 사이에 북한이 붕괴하면 우리가 책임을 진다, 는 흡수통일론이 퍼지게 됐죠. 흡수통일을 하려면 돈이 엄청나게 든다면서 독일식으로 산출을 하기 시작했고요. 이후 김일성 사망을 겪고, 흡수통일론이 대유행을 하죠. 한쪽에서는 또 통일비용 계산이 바쁘게 돌아가고요. 그때 여론조사를 하면 통일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왔어요. 그걸 보면서 통일비용이 분단 상황을 고착시키는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반면 장관님은 “통일비용은 경제재투자로 바라봐야”(190쪽) 한다고 하셨는데요.


통일이 되면 들어가는 비용도 있지만 통일 되는 날부터 안 들어가는 비용도 있거든요. 지금도 분단 상황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들어가는 돈이 많아요. ‘분단비용’인데요. 통일비용에서 분단비용을 빼고 계산해야죠. 독일은 우리만큼 군사적 적대관계가 치열하지 않아서 분단비용이 많이 들진 않았거든요. 꾸준히 서독이 동독을 지원했고요. 그런데 우리는 분단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걸 빼고 계산해야 하는 거예요. 또 통일이 되고 나면 우리가 거둘 이익도 있죠. 분단국가라는 딱지 보다는 통일국가가 나은 거거든요. 민족의 권위도 있고요.

 

전쟁에 따른 공포ㆍ불안ㆍ슬픔, 분단국가라는 오명, 민족 권위 추락 등은 보이지 않는 분단비용이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통일 편익 가운데 우리는 통일국가로서의 권위를 꼭 짚어보아야 한다.(중략) 현재 우리는 분단국가라서 무엇보다 권위가 서지 않는다. 또 불안정한 안보 문제로 발생하는 코리아 리스크 때문에 경제발전도 확실하게 보장하지 못한다.(193-194쪽)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불안정하면 ‘코리아 리스크’라고 해서 증권 시장이 춤을 추잖아요. 투자자가 빠져 나가고요. 경제에도 영향을 많이 끼친단 말이에요. 그런데 통일 되고 나면 그런 건 없는 거죠. 더구나 북한의 저임금, 저지대에 투자해 공장을 짓고 북쪽 사람을 고용하면 다시 중소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계산하면 GDP의 2-2.6% 정도만 통일비용으로 지출하면 과거 일본이 계산했던 것의 1/5 정도로도 가능하거든요. 이런 것을 좀 얘기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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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라 아니면 남의 나라


“통일을 밀어내는 원심력”(227쪽)을 다룬 8장에서 미국, 중국, 일본과 같은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적인 측면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계세요. 어느 한 곳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모두 한반도 통일을 위한 “통일을 돕는 구심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구심력은 없고, 원심력은 날로 강건해져서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건데요. 통일의 원심력을 먼저 밀어낼 수는 없어요. 다른 나라가 먼저 통일을 하라고 밀어주진 않거든요. 겉으로는 통일 해야지, 하지만 속으로는 안 되는데, 한국이 통일하면 우리 손해인데, 이 생각을 하는 거죠. 우선 미국은 무기시장이 없어지잖아요. 일본도 우리가 힘이 세지는 게 불안하고요. 중국 역시 친미통일이 되면 불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친중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그 가능성은 중국도 별 기대를 안 하죠. 이렇게 통일 원심력이 남아 있어서요. 통일을 의도적으로 방해까지는 안 하겠지만 통일이 잘 안 되도록 할 가능성은 많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통일을 먼저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에요. 결혼도 당사자끼리 의지가 강하면, 즉 구심력이 크면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라도 하잖아요. 마찬가지예요.

 

“국가이익이 부딪치면 동맹이 아니라 그보다 더 밀접해도 자기 것부터 챙길 수밖에 없다”(234쪽)고도 하셨죠. ‘내 나라’를 우선에 두는 외교적 태도에 대한 말씀도 하고 계시고요.


그렇죠. 통일 문제를 남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안 돼요. 원심력보다는 구심력이에요. 전부 자기 국가이익부터 챙기는데 말이에요. 아무리 한미동맹이라고 하지만 미국한테 우리 통일하고 싶으니까 당신이 해주쇼, 한다고 해도 안 될 거예요. 밖에 있는 힘이 통일을 시키려고 할 때, 다른 원심력이 방해를 하면 통일 안 돼요. 그러나 통일의 구심력이 커지면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나라들도 “어쩔 수 없네”가 되죠. 그러니까 ‘내 나라 아니면 남의 나라’라는 건데요. 이게 말장난이 아니에요. 원리고 원칙이죠. 아무리 동맹 관계라도 자기 국가의 이익부터 챙기는 것이고, 절대로 자기 문제를 동맹 관계라고 해서 모두 의지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손을 잡고, 통일 이전이라도 주변국으로부터 오는 불이익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해요.

 

이런 분석적 정보가 지금까지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워낙 언론에서는 원색적인 보도도 많았고요.

 

6.25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봐야겠죠. 우리는 독일과 달리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요. 남쪽 사람들의 대북 적개심도 대단합니다. 기본적으로 50대 50이라고 봐야 해요. 나는 그렇게 봐요. 북쪽 사람들의 대남 적개심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 사람들의 적개심은 기본적으로 대미 적개심이죠. 미군의 폭격으로 평양 시내가 완전히 쑥대밭이 됐으니까요. 아무것도 없었대요. 초토화라고 했죠. 그걸 중국 사람들이 재건했고요. 그러니까 북쪽 사람들에게 주적은 미국이고, 남한은 종적이에요. 그런데 남쪽은 대북 적개심 하나죠. 바로 이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상대가 올바르게 행동하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을 서로 안 들으려고 해요. 저는 ‘얼마나 나쁜지 들어보자’는 식의 관심을 가지고 상세히 들어다보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이 있는데요. 적개심 있는 사람들은 절대로 핵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하잖아요. 나는 좀 다르게 보는 거예요.

 

적개심을 갖고 있는 언론, 위기를 조장하는 언론도 있어요. 이에 대한 비판도 하셨는데요. 때문에 남북 갈등뿐 아니라 남남 갈등도 여전히 있는 상황이니까요.


적개심만으로 편집하는 사람들은 나쁜 답변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재주들이 있어요. 자기들의 시청자들이 궁금해 한다는 미명 하에 아주 고약한 질문을 하는 거예요. 잘못하면 함정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 곳에는 안 가요.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고 하니까요. 한편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들이라는 게 대개 그냥 아주 제너럴한 것까지만 다루죠. 경제부 쪽으로 큰 사람들은 경제 쪽으로만 가서 그렇게 섞이지 않지만요. 사회부에서 사건 담당하는 사람들이 어느 날 정치부로 와서 청와대도 출입하고, 통일부도 가고, 외교부도 가고 그래요. 그러니까 듣고, 들은 대로 기사만 쓰지 분석적인 기사를 안 써요. 또 그런 기사를 쓰면 기자로서 크지도 못하고요. 빨리 빨리 육하원칙에 의거해 소위 스트레이트 기사를 써내는 게 낫죠. 그런 언론인들이 갖게 되는 관심영역에 대한 깊이의 한계 때문에 분석적으로 다가갈 수가 없습니다. 참, 그 점이 아쉬운 점이죠.

 

 

평화가 안 올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평화를 원하는 세력과 원치 않는 세력은 남북 모두에 있다. 그러므로 북한을 한 덩어리로 볼 게 아니라 평화를 원하는 세력과 원치 않는 세력으로 나누고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렇게 갈라서 봐야 한다.”(310쪽)라고 하셨죠.


중요해요. 평화라는 것은 전쟁이 끝난 상태 아니에요? 전쟁 걱정이 없어지는 상태잖아요. 전쟁 걱정이 없어지면 간단히 말해서 국방비가 우선 상당히 절감이 되게 되어 있어요. 국방비의 평균 1/4 정도는 미국 무기 사는 돈인데요. 그 돈이 줄어들 거잖아요. 이게 아주 복잡한 연립 방정식인데, 소위 냉전 공조 및 분단 체제 아래에서 구축된 기득권은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깨져요. 그렇죠? 대표적인 것이 군산 복합체, 방위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잖아요. 무기 수입하는 데 각종 회사들이 많이 있고요.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꿈이 깨지 않아야 합니다. 평화가 오면 안 돼요. 그러니까 갖가지 이유를 들어요.

 

“평화를 원치 않는 세력”이군요.


비핵화는 어차피 안 되게 되어 있다든지, 미국도 결국 그렇게까지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든지 해서 처음부터 포기를 하도록 만들어요. 평화가 안 올 것처럼 얘기를 하고요. 통일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처럼 비핵화도 꿈꾸지 말자는 식으로 자꾸 여론을 만들어나가려고 하는 거죠. 거기에 언론이 협조를 하고요. 분단 체제로 구축된 대북 적개심을 전제로 해서 여러 사상과 문화 체계에서 먹고 살던 사람들은 그게 깨지면 안 되니까요. 그러니까 북미 협상 보도를 할 때도 ‘결국 잘 안 될 거야’, ‘어차피 안 될 거 꿈도 꾸지 말자’, ‘안 될 건데 대통령은 왜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가’하는 식이 되는 거예요.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미 간에 중재자 역할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데 그것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 여론을 조성하려고 하고요. 이런 것을 잘 알아야죠. 언론에서도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언론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런 맥락을 읽어내는 데에는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시는 거죠?


깨어있는 사람들이 읽고, ‘아, 이런 건 잘못 되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려면 역시 깊이 있게 분석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책만 한 게 없어요. 저널리즘 가지고는 안 돼요. 책은 우선 분량이 있잖아요. 그러면 우선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깊이 들어가면 어떻게 연결이 되고, 어떻게 먹이사슬이 형성되는지 보이는데요. 그걸 밝혀놓으면 독자들이 알게 되는 거죠. 국가의 행복, 국가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화가 안 올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무슨 저의로 이런 말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요. 저의의 뿌리를 파고들면 거기에 평화의 반대인 전쟁, 긴장 완화의 반대인 긴장 고조, 그 과정에서 누리는 이익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통일 문제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일까요?


다 사는 게 바빠요. 보통 사람들은 통일 문제나 남북 관계, 그리고 한반도 국제 정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가 힘들죠. 그냥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이해하는데요. 책을 관심을 갖고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정세현, 황재옥, 정청래 공저 | 푸른숲
평생 통일을 생각해온 최고 전문가들이 그린 통일 한국의 청사진이자 평화의 한반도에서 신나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충실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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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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