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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신조 "그래도 결국 글쓰는 일을 통해 살아간다"

『다른 소년』 펴낸 이신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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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가 되고 싶다는 건, 결국 ‘보다 나은 존재’가 되어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일 텐데, 그건 참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죠. (2018. 12. 04)

이신조 c) 이천희.jpg

             ⓒ 이천희

 

 

표제작인 「다른 소년」은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 이신조의 소설 세계가 도달한 성취를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주인공 열여덟 살 소년은 버스에서 우연히 주운 스물한 살 대학생의 신분증을 이용해 낯선 도시를 헤맨다. 대학생의 이름으로 고시원의 방을 빌리고, 근처를 지나는 또래의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이 대학생으로 보이기를 기대한다. 소년이 ‘다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엄마를 죽인 고3 소년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부터다.

 

이신조는 소설의 인물들을 살인, 지진, 방사능 유출, 이혼, 데이트 폭력, 테러, 암 등 감내하기 어려운 현실에 자주 처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러한 환경에서 ‘다른’ 삶을 꿈꾸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섬세하고 정밀한 소설의 언어로 보여준다. 삶의 다양한 방면 중에서 하나의 방향으로만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는 삶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옮겨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이신조의 소설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소설집은 꽤 오랜만에 출간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작가가 소설을 쓰는 일은 삶을 한 방울 한 방울 증류시켜, 단어 하나 문장 하나와 바꾸어나가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출간을 준비하면서 긴 시간이 응축된 원고들을 다시 살펴보는 동안, 자연스레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는데요. 심란했다가, 안도했다가, 낯설었다가, 뭔가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잊었던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러다 책이 나오면, “그래도 결국 글 쓰는 일을 통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소년』 이 어떤 책인지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릴게요.

 

장편소설과 달리,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묶는 소설집은 작가 스스로도 이 책이 최종적으로 어떤 색깔을 갖게 될까 미리 예상하기가 어려워요. 이번에 작품 해설을 맡아주신 이지은 평론가의 글을 읽다 “어제의 ‘나’로부터 ‘다른 나’로 이행해가는 시간”이란 구절이 눈에 들어왔어요. 소설집 전체를 설명하는 풀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나’가 되고 싶다는 건, 결국 ‘보다 나은 존재’가 되어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일 텐데, 그건 참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죠. 『다른 소년』 에 수록된 작품들이 독자분들과 그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


표지 그림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표제작인 「다른 소년」의 주인공 소년과 연관 지어서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요. 표지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요?

 

책 표지에 사용된 그림은 폴란드 화가 마르타 자마르스카(Marta Zamarska)의 <아코디언 플레이어 1>이라는 작품입니다. 평소 웹서핑을 하며 그림 보는 걸 즐기는데, 이 년 전쯤 우연히 이 화가를 알게 되었어요. 마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소설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면서도 특유의 아련하고 쓸쓸한 정조가 무척 마음에 들었죠. 이미지 파일을 저장해둘 때만 해도 제 책의 표지로 사용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마침 책 제목이 ‘다른 소년’으로 정해졌고, 출판사측과 표지에 대해 상의하며 문득 자마르스카의 그림들이 떠올라 “이런 느낌 어떨까요” 하고 편집자분께 보여드렸더니 좋은 반응이 돌아왔어요. 선뜻 저작권 사용을 허락해준 화가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표지 그림과 소설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독자분들도 자마르스카의 그림을 검색해보시길 권해요.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화가의 그림도 분명 좋아하실 것 같네요.


「다른 소년」에 나오는 존속살인 사건이나 「야간 정비」에 나오는 총기 난사 사건처럼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 연상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평소에 이런 사회적인 사건이나 사고 등을 눈여겨보시는 편인가요?

 

작가들이란 세상 모든 것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이죠. 자극적인 뉴스가 워낙 많은 시대다보니, 그런 뉴스를 눈여겨보는 자체는 특별할 게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어떤 사건 사고에 대해 뉴스에 나오지 않는 측면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 일의 아주 작은 부분, 간접적이고 대수롭지 않은 요소들, 혹은 그 일이 일어나기 한두 달 전의 상황은 어땠을까, 그 일이 일어난 몇 년 후 관련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같은 것들을 자주 상상하죠. 질문에서 언급하신 작품은 아닙니다만, 지난해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며,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을 강의 커리큘럼으로 삼은 적이 있어요. 수업 자료를 준비하며, 시리아 내전으로 무차별 폭격 피해를 당한 아이들의 사진을 수십 장 보게 되었어요. 폐허의 거리에서 온통 흰 먼지를 뒤집어쓴 채 머리에 붕대를 감은 한 소년이, 외신 기자에게 그 사진을 찍힌 뒤, 그날 저녁으로 무얼 먹고 어디에서 잠이 들었을까를 내내 생각하다 시작하게 된 소설이  『다른 소년』 에 여덟번째로 수록되어 있는 「부서지는 밤의 미로」입니다.


앞선 질문의 두 작품과는 또 다르게 「살구 줍기」의 이모할머니 ‘수옥’에게선 사람이 사람에게만 전할 수 있는 따뜻한 온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쉰여덟 수옥과 열세 살 ‘다민’이 세대를 뛰어넘어 마음을 나누는 과정도 인상적이었고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일, 살면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면서도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인 듯해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분명한데도, 그저 상대를 위해서 그랬을 뿐인데도, 어찌나 많은 오해와 상처가 생겨나는지, 참 역설적이죠. 결국 관계에 있어서도 ‘인연의 섭리’ 같은 것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돼요. 마치 ‘자연’처럼요. 「살구 줍기」의 많은 부분이 계절의 흐름이나 날씨의 변화 같은 자연을 상세히 묘사하는 데 할애되었는데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도 그처럼 ‘자연’스러워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 잘 아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이 관계에서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집 전체적으로 매우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난 뭐든 네가 싫다면 하고 싶지 않아”라는 남자친구 ‘지혁’의 말이 인상적인 「1105호」는 이십대 커플이 주인공이고, 막 전역한 대학생, 중년 여성, 죽음을 앞둔 노인도 등장하는데요, 다양한 세대의 인물들을 이물감 없이 그려내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건 무척 감사한 칭찬으로 들리네요. 작가들마다 자신의 역량 같은 것을 스스로 시험하는 부분이 있을 텐데요. 제게는 성별, 세대, 직업, 가치관 등 저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내가 소설적으로 잘 묘사할 수 있나’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지점입니다. 전작인 『크리에이터』 는 실존 예술가들을 모델로 그들이 보낸 어느 하루에 그들의 삶을 응축시키는 형태의 연작 장편소설인데, 아예 국적, 인종, 시대, 문화까지 다른 인물들을 묘사한다는 것이 제게 굉장히 어려운, 그러면서도 흥미진진한 도전이었어요. 질문에서 언급하신 ‘대학생’에 대해 첨언하자면, 아무래도 제가 십 년 차 대학 강사이다보니, 지난 십 년 동안 가장 많이, 가장 특수하게 만나 소통한 대상들이 이십대 초반의 그들이에요.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학생에 대한 특별한 감정과 인식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에서 “지난 이십 년,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감히 원의 중심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앞으로 계속해서 작가님이 그려나갈 원, 그러니까 소설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러이러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나는 왜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할까 자문하곤 합니다. 나 자신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글을 써야 하지만, 어느 순간 작가는 자신의 글 속으로 사라져야만 하기도 하죠. 제가 ‘원’이라는 비유를 사용한 것은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그러한 조화, 균형, 온전함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도시의 자연에 대한 연작소설, 오래도록 무의식적인 구상을 거듭하고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 언젠가 무사히 책이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다른 소년이신조 저 | 문학동네
그들이 지나온 삶의 인과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떠한 삶도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나아가볼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작가 특유의 탄탄하고 시적인 문장들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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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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